2017 법무사 3월호
79 법무사 2017년 3월호 공후사를 외쳤을 뿐, 뒤로는 항상 사적 이익을 도모하고 그 사적 이익을 위해 정치적 패거리를 만들어 국정 을 농단해 왔다고 말이죠. 계승범 교수가 비판하는 선비들의 패거리 정치와 붕당정치의 타락상을 보노라면 한비자가 말한 패거리정 치의 폐단과 너무도 유사합니다. 한비자는 유가들이 말하는 덕목들이란, 패거리 정치에 구실과 명분, 변명거 리만 제공할 뿐이라 했지요. 그의 붕당정치 비판은 다분히 유가를 겨냥했던 것이 아닌가 싶은데, 한비자는 이미 유가정치의 약점과 한계, 폐단을 간파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신하들의 패거리 _ 왕의 눈과 귀를 가리고 고립시킨다 신하들의 파당이 만들어지면 어떤 문제가 생기기에 한비자가 그렇게까지 극도로 붕당정치를 경계한 것일 까요? 일단 군주가 고립되는 문제가 있을 겁니다. 한비자는 군주와 맞서고 법 위에서 놀며 나라를 들었다 놓 았다는 하는 신하, 관리들을 ‘중신(重臣)이라고 했는데, 그 중신들은 패거리의 수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 비자는 평소 법을 무기로 이들을 다루지 않으면 중신들에게 줄을 서는 이들이 많아져 결국 왕의 눈과 귀를 가리고 고립시킬 것이라 했지요. “사리를 꾀하여 힘 있는 신하들만을 위하는 자는 많아지고 그러므로 군주는 윗자리에서 고 립되고신하는아래에서패거리를짜게된다.” - 『한비자』, 「간겁시신(奸劫弑臣)」 편 정치적 실세가 따로 있고 그들에게 줄을 서는 이들이 있고, 그들이 세력을 이루어 권력을 사유화하면서 최고 통치자를 바보로 만드는 일은 우리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이 런 사회에 공적 권위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요? 한비자는 「비내(備內)」 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패거리를 이룬 중신들은 작당을 한 나머지 군주의 눈을 가리고 한통속이 되어 속으로는 사이가 좋더라도 겉으로는 나쁜 척, 사심이 없는 것처럼 위장해서 서로의 눈이 되고 귀가 되어 군주의 틈을 엿본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나라 안의 모든 이들, 지방에 사는 이들까지 패거리정치의 수장들에게 줄을 대고, 패거리는 점점 힘이 강해져 결국 최고 권력자가 고립무원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거죠. 그렇게 군주는 바보가 되고 국정은 농단을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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