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5월호

51 법무사 2017년 5월호 │법무 뉴스│ 세상에 이런 법률도! 프랑스에는 17세기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오랜 전통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비밀출산’인데요. 원치 않는 임신을 했거나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임산부들이 몰 래 아이를 낳아 수도원에 버리고 가는 일이 사회적으로 허용되었습니다. 낙태를 반대하는 가톨릭에서 당시 성행하던 신생아 살해나 임신중절을 막기 위해 시작한 일이 오랜 세월 지속되면서 하나의 전통이 된 것인데요,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와중이던 1941년, 독일군의 원 치 않는 아이를 낳게 된 여성들의 비밀출산을 보장하기 위해 「출생비밀에 관한 법령」을 제정하며 아예 이 전통을 합법화했습니다. 「출생비밀법」은 몇 차례의 개정을 거쳐 지금은 프랑스의 「민법」에 편입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프랑스에서는 비밀출산을 원하는 여성은 누구나 정부가 승인한 비밀출산 병원에서 익명으로 아이를 출산할 수 있습니다. 이때 병원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고지의무가 있는데요, 바로 ‘태 생에 대한 아이의 알 권리의 중요성’을 산모에게 들려주는 일입니다. 비밀출산 당시 산모는 △아이의 태생과 △태어날 당시의 환경, △생부에 대한 정보와 ▵생모의 신상 정보를 적어서 봉인된 봉투 안에 남길 수 있는데요, 이 봉투는 친모의 동의가 있어야만 공개될 수 있습 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훗날 일을 알 수 없으니 미리 아이의 알 권리를 위해 산모가 자신의 신상정보 를 잘 적어 놓도록 유도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태어난 아기는 즉시 입양기관으로 보내져 입양되기 때문에 생모는 이후 아이를 찾고 싶어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와 완전히 절연되다 보니 아이가 커서 출생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거나 생모 를 만나고 싶어 할 때, 이를 거부하는 생모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정부는 2002년 9월, 비밀출 산아와 생모 사이를 중재하는 ‘CNAOP(양자의 출산에 관한 정보를 관리하는 국가평의회)’를 설치하 고, 비밀출산아의 알 권리와 생모의 비밀유지 권리가 서로 절충되도록 돕고 있죠.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서는 비밀출산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이의 알 권리와 산모의 익명성 보장 권리 간의 충돌은 각기 합당한 논리가 있어 사회적 합의를 도출 하기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입양특례법」 개정(2012년)으로 출생신고가 의무화되면서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급증하자 ‘비밀출산제’ 도입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아직은 부모가 아이를 버리는 일 을 합법화할 수 없다는 국민적 반감이 큰 상태입니다. 비밀출산제, 우리도 도입해야 할까요? 프랑스의 ‘비밀출산법’ 김가은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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