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6월호
78 당시 중원은 유세가의 땅으로 많은 이들이 선망하던 땅이었 습니다. 중원의 범위가 갈수록 커졌지만 본래는 황하 중류의 땅을 ‘중원’이라 했는데, 중원의 동쪽에 있던 강자도, 서쪽·북 쪽·남쪽에 있는 강자도 모두 이 땅의 주인이 되고 싶어 했습니 다. 그러다 보니 강대국들이 힘을 겨루는 각축장이 될 수밖에 없었죠. 중원은 이처럼 야심가들이 목표로 삼았던 땅이었기에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을 때가 많았고, 이는 춘추전국시대부터 그랬습니다. 본래 중원의 주인은 은(殷) 왕조였어요. 그런데 은 이 멸망하며 서주시대가 시작되었고, 서주시대가 끝나면서 정 (鄭)나라가 주인이 됩니다. 사통팔달의 요지를 차지한 정나라는 동주시대, 즉 춘추시대 에 빛을 냈습니다. 하지만 그 전성기는 너무도 짧아, 곧 강국들 의 간접지배에 신음합니다. 나라를 빼앗기지는 않았지만 북방 의 진(晉)과 남방의 초(楚)에 늘 시달리는 나라가 되었죠. 하지만 이런 고난은 사상계의 많은 슈퍼스타들을 키워 냅니 다. 주로 법가와 장의 같은 유세가들과 ‘합종연횡’의 주인공 소 진과 장의가 속한 종횡가(縱橫家)들, 그리고 상앙, 이사, 한비 자와 같은 법가도 모두 중원이 낳은 인재들이었죠. 고난의 땅에서 태어나 약자의 설움을 알았던 이들은 첫째도 둘째도 생존과 자강이 우선임을 머릿속에 아로새기며 외교와 법치에 능하게 됩니다.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으니 국제 정세에 밝았고, 외교로써 실리를 구했으며, 법치를 추구하고, 엄격하고 공정한 법을 통 해 나라 안의 힘을 유기적으로 조직해 강국들이 결코 무시하 지 못할 강한 국력을 가진 나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런 법치 노선을 추구한 대표적인 정치가가 바로 정나라의 ‘정자산(鄭子産)’입니다. 정자산은 중국에서 성문법을 가장 먼 저 공포한 사람으로 유명하죠. 그래서 법가의 시조라고들 주장 하기도 합니다. 한비자의 책에는 유독 외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사방 강국에 치이는 조국의 현실과 외세에 줄을 선 간신배들, 그들이 외세를 믿고 특권을 향유하며 횡포를 부림에 따라 나라의 힘은 더욱 약해져 외세의 억압이 더 강고해지는 악순환의 현실에 한비자는 분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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