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7월호
12 │인터뷰│ 만나고 싶었습니다 배려해 문을 열고 잡아 준다든지, 공중목욕탕의 앉은뱅이 의자를 쓰고 나면 깨끗이 비누칠을 해서 닦아 놓는다든지 이런 자잘하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사실은 공공성의 기 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기본적인 공동체 교육을 잘 안 시키죠. 어떻게 하면 서울대, 연·고대에 들어가나, 미국 유 학 보내나 이런 것만 신경을 쓰니 지금 우리 사회가 갈가 리 찢어지게 된 겁니다. 보수는 결코 케케묵은 가치가 아니에요. 4차 산업혁명 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서 가족중심주의, 전통 중시, 시장경제와 성장, 국가안보라는 보수의 가치를 어떻게 미 래에 확산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철저한 자기논리가 있 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하다가는 보수의 미래가 없다는 것 이 제 생각입니다. 포용과 헌신의 리더십, 리더의 절대적 자질 Q 지난해 2012년 발간했던 저서 『술탄과 황제』 전면개 정판을 내셨던데요, 1453년 오스만제국과 비잔틴제국 의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을 그린 책이죠. 갑자기 정계 를 은퇴하시고, 560년 전 서양의 전쟁 이야기를 출간하 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이 책을 쓰기 위해 정치를 그만뒀어요. 2008년 국 회의장직을 하면서 당시 「미디어법」 직권상정 문제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더라도 명분과 절차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여당과 야당은 또 각자의 입장에서 직권상정을 하라, 하지 마라 공격을 하니 정말 괴로웠죠. 아까도 「국회선진화법」 이야기를 했지만, 직권상정은 최 후의 카드이고 중요한 것은 대화와 소통입니다. 그런데 대 화는 필요 없다 밀어붙여라, 대화하면 뭐 하냐 직권상정만 저지시키면 되지, 이런 식으로 하면 과연 국회다운 국회를 만들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제가 적극적으로 「국회선진화 법」 만들어 직권상정을 없애자고 했던 겁니다. 결국 19대 에 가서 채택이 되었지요. 당시 국회의장직을 하며 복잡했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책을 읽다가 콘스탄티노플 공방전 당시의 술탄과 황제 이 야기에 빠져들었고,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지역구 공약 이행률 전국 1등을 할 정도로 성과를 냈기 때문에 다들 19대 총선에 출마할 거라고 생 각했어요. 하지만, 저는 2010년 정초에 이집트 여행을 다녀온 후 정치를 그만둘 결심을 했습니다. 이집트 룩소르 지역 ‘왕 들의 계곡’에 갔을 때, 「사자(死者)의 서(書)」를 보게 됐는 데, 거기 그려진 “심장이 타조의 깃털처럼 가벼워야 영생 을 누린다.”는 대목을 여러 차례 곱씹으며 깨달았어요. 책 을 쓰고 싶다면 정치는 그만둬야 한다는 걸 말이죠. 그래 서 불출마선언을 하고, 이스탄불에서 살다시피 하며 『술 탄과 황제』를 출간했습니다. 꼬박 4년이 걸렸죠. 이 책은 비잔틴제국(동로마제국) 최후의 날을 그리고 있 는데, 오스만제국의 술탄 메흐메트 2세와 비잔틴제국의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의 리더십을 통해 중세의 제국이 든 현대의 국가든 번성하고 번영하는 나라는 과감한 포용 정책을 펴고, 리더는 자기희생과 헌신의 자세를 가진다는 걸 배울 수 있습니다. 메흐메트 2세는 인종·종교·국적을 가리지 않고 두루 인재를 등용하는 포용정책을 통해 1123년간 지속된 비잔 틴제국을 정복할 수 있었고, 콘스탄티누스 11세는 비록 전 쟁에는 패배했지만, 끝까지 항복하지 않고 부하들과 함께 장렬히 전사하는 희생과 헌신의 리더십을 보여 주었죠. 강력한카리스마도좋지만, 포용과자기희생, 헌신성같은 것이야말로 리더가 갖춰야 할 절대적인 조건입니다. 진영논 리에매몰돼있는우리정치현실에꼭필요한교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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