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법무사 2017년 8월호 청소년 선도활동으로 유명한 강지원 변호사가 지금은 푸르메재단 이사장으로서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등 장애인 지원 활동에 열심이다.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를 수석으로 합격했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엘리트 검사로 26년을 일했던 그가 법조인이 아닌 사회운동가의 길을 걷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사람은 적성에 맞는 일을 해야 행복하고, 봉사활동조차 적성에 따라 하라고 주장하는 그의 말 속에 답이 있었다. 지난 7월 13일, 푸르메재단 회의실에서 있었던 인터뷰를 통해 그 답을 찾아보자. <편집부> 우리 아이들에게 대학 가라, 출세해라 강요하지 마세요 Q 강지원 변호사 하면 ‘청소년 지킴이’, 청소년 선도 활 동가로 유명하시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푸르메재단 이 사장을 하고 계시네요. 큰 틀에서 이사장님의 직업을 ‘사회운동가’라고 해야 할까요? 맞습니다. 사회운동가죠. 저는 사회운동가가 적성에 잘 맞습니다. 봉사하고 사회를 바꾸고 방송에 나가 사람들하고 소통하고, 그럴 때가 가장 즐겁고 행복해요. 검사로 26년을 일하다 퇴직해서 변호사로도 잠시 일했지만 이미 10년 전 에 변호사 일도 접었습니다. 법조인은 제 삶이 아니었고, 제가 원했던 일도 아니었어 요. 어렸을 때부터 ‘사’자 달린 직업을 가져야 출세도 하고 잘 산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듣고 자라서 그래야 하나 보 다 하고 법조문 달달 외워 행시도 붙고 고시도 붙고 결국 검 사가 됐던 거죠. 그런데 막상 검사가 되고 보니 저랑 전혀 맞 지 않았어요. 행복할 수가 없었죠.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면 저는 절대로 고시 같은 건 보지 않을 거예요. 사람은 자기가 행복하고 적성에 맞는 일을 해야 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누구도 저에게 이런 말을 해 준 어른이 없었 어요. 그래서 저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늘 이야기합니다. 너 희들은 절대로 나와 같은 전철을 밟지 말라고 말이죠. Q 사법고시 수석합격에다 26년간 검사로 일했던 최고 의 엘리트 법조인이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말라고 한 다는 게, 보통 사람들로서는 납득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로서는 정말 절실한 문제였습니다. 유능한 검사는 기본적으로 의심 을 잘해야 해요. 너 도둑질 했어, 안 했어? 그거 거짓말이지. 거짓말할래? 이런 식으로 매일 의심하면서 죄를 지었는지 취조하는 게 검사의 일이죠. 그런데 그런 일이 저하고는 정말 안 맞았어요. 처음에는 검사를 잘하려면 무섭게 해야 된다고 해서 “너 훔쳤어, 안 훔쳤어?”, “왜 훔쳤어?” 하면서 막 큰소리도 치고 했죠. 하 지만 어느새 “안 훔쳤는데요.” “그래? 그럼 넌 집에 가라.” “배가 고파서 훔쳤습니다” “아 그래? 불쌍하구나. 기소유 예.” 이런 식으로 되는 거예요. 의심하는 일이 적성에 잘 맞는 분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수사 일을 아주 유능하게 잘할 수 있죠. 하지 만, 저는 매번 저런 식이다 보니 순전히 엉터리 검사 노릇만 했던 거예요. 제가 아마 검사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그랬을 수도 없었겠지만, 견디지 못하고 병이 났거나 큰 사고를 쳤 을 거예요. Q 말씀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됩니다. 우리나라가 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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