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9월호
이렇게 사령관이 부하 장수와 장교들을 다루듯이 궁중의 신하들이 각자의 보직, 임무라는 ‘명(名)’에 맞게 그 성과와 결과라는 ‘형(形)’이 잘 부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잘 부합했다면 상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벌 을 내려라, 그러면 신하들을 수월하게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비자는 이런 대원칙으로 신하들을 부려야 신하들이 자신의 임무에 전력을 다하느라 왕권에 도전할 생 각을 못 한다고 했습니다. 신하는 명(名)으로 결과와 전적을 평가받고 책임을 묻는 ‘순명책실(循名責實)’을 통 해 상을 받아 승진도 하고 토지를 하사받으니 열심히 능력을 발휘해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 군 주는 그저 ‘명(名)’을 가지고 신하들을 부리면 된다는 것이 바로 한비자의 ‘형명의 술(術)’ 이론입니다. 법가사상, 군주의권술에서국가의인사행정학으로발전 한비자는 형명의 술에 대해 말하면서 ‘경청과 집단지성의 활용’이라는 대원칙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신 하들의 지혜와 힘을 최대한 빌리라는 것인데요. 주어진 안건과 의제(Agenda)가 있을 때 군주는 바로 자신의 의견을 내고 답을 내지 말고 철저히 입을 닫으라고 했습니다. 군주가 신하의 의견을 듣는 방법은 마치 취한 듯한 모습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신하가 입 술을 열고 말문을 트도록 군주는 먼저 시작하지 않는다. 신하가 말문을 트고 입을 열도록 군주 는 더욱 흐릿한 모습으로 듣고 있을 뿐이다. 신하들은 그들 스스로 의견을 분석하게 되고 군주 는이를통해신하들의의견을상세하고철저하게파악하게된다. 30여바퀴살이바퀴굴대통을 향해수렴되듯수많은옳은의견과그른의견이모두군주에게수렴되지만군주는이에대해일 일이대응하지않는다. 聽言之道,溶若甚醉。脣乎齒乎,吾不 為 始乎,齒乎脣乎,愈 惛惛 乎。彼自離之,吾因以知之。 是非輻湊,上不與構 - 『한비자』, 「양권(揚權) 편」 군주는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보류하고 신하들이 먼저 각자의 생각을 말하게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의견 을 낸 신하에게 일을 맡깁니다. 실적 한번 내 보라고 기회를 주는 거죠. 이후 그 신하가 임무에 맞게 결과를 냈는지 그 성과를 평가합니다. 이렇게 군주가 의견을 앞세우지 않고, 신하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배려해야 신하의 능력과 지혜를 빌릴 수 있다는 것이 한비자의 생각이었습니다. 81 법무사 201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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