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9월호
면 그만한 권한은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권한도 주지 않고 결과를 바라고 책임을 묻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요. 사람에게 자리를 주고 임무를 부여했으면 그만한 일을 할 수 있 게 권한을 이양해야 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간섭하지 말고 기다 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야 신하들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으니까 요. 이양과 분산은 권력의 상실이 아니라 권력에 손과 발이 달리는 것이란 게 한비자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한비자는 “닭에게 새벽을 알리도록 하고, 고양이에게 쥐 를 잡게 하듯 보직을 주라”고 당부했습니다. 닭이 쥐를 잡을 수는 없 는 노릇이고, 고양이가 새벽을 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신하들에 게 각자 적성에 맞는 보직을 주고, ‘겸관(兼官)’과 ‘겸사(兼事)’를 금해 한 가지 보직, 한 가지 임무를 맡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행 정에서 신속성과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고, 책임을 묻기도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한비자의 ‘형명의 술’은 분업화, 전문화, 그리고 권한의 이 양과 경청의 미학까지를 모두 포괄한 이론이라 하겠습니다. 자, 지 금까지 이야기를 통해 ‘술’이 단순히 관료들을 통제해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권력자의 기술이나 테크닉이 아니라는 것을 아셨을 겁니 다. 비록 출발은 그런 점이 있었지만, 이론의 발전은 국가의 ‘인사행 정학’으로까지 나아갔으니까요. 법가 사상은 춘추시대에서 전국시대로 중국 사회가 크게 변화해 가던 시점에 탄생했고, 영토국가로 변신한 국가가 원하는 정치적 수 요에 가장 적절히 대응한 사상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신하와 국가 공무원으로 채용해 부리기 위해 합리적인 용인술, 관료제 운영의 요 령이 필요했던 시대에 그 시대적 수요에 응해 정치를 행정의 영역으 로까지 넓혔던 것이지요. 오늘에 보면, 법가사상은 단순히 수요에 응한 정도가 아니라 사회 발전에 큰 공을 세운 셈입니다. 사람에게 자리를 주고 임무를 부여했으면 그만한 일을 할 수 있게 권한을 이양해야 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간섭하지 말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야 신하들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이양과 분산은 권력의 상실이 아니라 권력에 손과 발이 달리는 것입니다. 83 법무사 201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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