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문화의 힘 │ 나라를 구하는 법가(法家) 이야기 ❿ 신도에게서 기원한 ‘세’, 정치·군사적 ‘주도권’ 정치철학 개념으로서 가장 먼저 ‘세’를 언급한 사람은 신도입니다. “날아가는 뱀이 안개 속에 노닐고 날아가는 용이 구름을 타는데 만약 구름과 안개가 걷힌 다면 이들은 지렁이와 다를 바가 없게 된다. 이것은 이들이 의지할 바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현인이 어리석은 자에게 굴복하는 것은 그의 권력이 약하기 때문이고, 어리석은 자가 현인 에게 굴복하는 것은 현인의 지위가 높기 때문이다. 요임금은 필부일 때 옆집 사람도 부릴 수 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왕의 자리에 즉위해서는 명령을 내리니 반드시 실행되고 금지하면 멈추게 되었다. 이처럼 현자는 어리석은 자를 복종시킬 수 없지만, 세와 지위는 충분히 현인 을 굴복시킬 수 있다.” - 『신도』, 「덕위(德威) 편」 신도의 말에 따르면, 선한 의지를 가졌다고 해서 누가 말을 듣는 것이 아닙니다. 어질고 의롭다고 타인을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높은 위치에 서 있어야 합니다. 상대보다 우월적 위치, 우월적 조건과 상황에 서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신하들이 군주의 명령을 들을 수 있게 하고, 군주의 의지대로 부릴 수 있는 것은 군주의 덕성과 현명함 이 아니라 군주로서 가지고 있는 우월적 위치, 군주만이 가진 배타적 힘 때문일 텐데요. 그것들이 없으면 구름과 안개를 상실한 용과 뱀처럼 되는 것이고, 뭇 지렁이만도 못하게 되지요. 그러니 군주는 어떻게든 신하와 자신을 구별시켜 주고, 남을 부리게 해 주는 그 조건인 안개와 구름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늘 높은 권위와 권력을 가진 채 신하들을 제어할 수 있고 무사히 나라를 끌고 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신도는 임금의 힘, 권위, 정치적 파워로서의 ‘세’라는 정치철학적 개념을 주장했는데요, 이 개념의 기원은 손자입니다. 손자는 최초로 ‘세’라는 개념을 말했고, 자세히 논했지요. ‘세’라는 것은 적과 나의 이로움과 해로움의 관계를 따져 봐서 눈앞의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 『손자병법』, 「계(計)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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