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권한다. 크리톤은 친구로서 자책까지 해가며 소크라테스에게 탈옥을 서두를 것을 종용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탈옥을 거부하고 감옥 안에서 동료 및 제자들과 마지 막 대화를 나눈다. 소크라테스는 제자 심미아스에게 철학자가 죽음을 노여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평소 철학자로서 영혼 불사론(不死論)을 말했던 자기가 어떻게 죽음을 두려워하겠느 냐는 말이었다. 죽음을 영혼의 해방이라고, 그러니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말 해온 철학자가 죽음이 눈앞에 와 있다고 해서 말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소크라테스는 그렇게 탈옥을 거부하고 독배를 든다. 플라톤은 『파이돈』의 마지막에서 스승 소크라테스를 “가장 훌륭하고, 가장 현명하며, 가장 정의로 웠던” 사람으로 기록했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으로 자신의 자존을 지켰고, 그 로 인해 역사 속에서 영원히 살아 있는 철학자가 되었다. 사람에게는 다른 무 엇보다도 자기 내면에 있는 진실이 최고의 것이 되어야 함을 소크라테스는 보여주었다. 그에게는 아테네의 법이나 시민법정보다도 소중한 것이 철학자 로서의 자존이었다. 자기가 사는 시대에서 국가, 그리고 대중과 불화를 겪으 면서도 자기 영혼을 지키는 철학자로서의 삶을 살았던 것이다.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2400여 년 전에 살았던 철학자의 삶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도 살면서 소크라테 스가 처했던 상황에 수없이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처럼 목숨을 거는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겠지만, 자기 자신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설 때가 많다. 나라를 혼돈으로 몰아넣었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우리는 권력의 부 당한 지시 앞에 굴복했던 많은 공무원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사람들은 정권에 대한 충성을 위해 불법적인 행위를 했고 결국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가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물론 서슬 퍼런 권력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의 뒷일이 겁이 나서 그랬을 수 있겠지만, 아무런 죄의식조차 느끼지 않고 불법 행위에 가담했던 모습이 정당화될 수 는 없는 일이다. 그들과는 반대로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거나 직언했던 공무원들은 그 때는 좌천되어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은 명예를 되찾고 복권될 수 있었다. 우리가 대면하는 소크라테스적 상황 79 법무사 2018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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