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들이 꼭 큰 무대에서만 생기는 일들은 아닐 것이다. 자기가 속한 조직이 나 관계 속에서도 어려운 순간들을 맞을 때가 많다. 자신들이 하는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부정하거나 부도덕한 방법을 동원하는 상황에 부딪친다면 우리는 갈등하게 될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인가, 아니면 나의 진실을 지킬 것인가. 소크라테스적 상황은 지금도 그렇게 우리 곁에 있다. 독배를 들었던 소크라테스의 삶에서 우리가 깨닫게 되는 것은 앎과 삶의 일치다. 아무리 거창하고 숭고한 사상과 철학을 말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삶에서 그것을 구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거짓에 불과하다는 것을 소크라테스는 죽음으로 말했다. 우리는 숱한 욕망의 유혹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권력, 재물, 명예, 위신……. 거창한 대의를 목소리 높여 말하던 사람들조차 그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아니 더 집착 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허탈해지는 순간도 많다. 우리 모두가 소크라테스적 상황에 처 해 있음을, 그리고 생각과 삶의 일치라는 힘겨운 숙제를 껴안고 살고 있음을 생각하 게 된다. 우리가 어려움을 겪더라도 자신의 모습을 지켜야 할 이유 는 무엇인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무엇보다 자기 자신으로 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오늘의 이 험한 사회에서 큰 탈 없이 평탄하게 살아가기는 무척 힘들다. 살아가다가 어떤 벼랑 끝 에 서게 될지, 그리고 거기서 언제 추락하게 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일시적으로는 다른 사람이 어려운 나를 도와주거나 구출해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내가 강해지지 않고서는 오래갈 수가 없다. 여기서 나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 고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기초가 바로 자존감이 다. 우리 삶의 무기와도 같은 것이다. 물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마중물이 필요하다. 한 바가지 정도의 적은 양이지만, 일단 마중물을 붓고 나면 저 땅속 깊은 곳에 있는 샘물을 불러올 수 있게 된다. 자존 감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을 지켜내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자존감을 갖 고 살게 되면 자기 내면에 잠들어 있는 힘을 불러낼 수 있게 된다. 자존감이라는 기초가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는 사람은 살면서 어려움이 닥쳐도 쉽 자존감은 내가 살아가는 힘 문화의 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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