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2월호

4기 중증암, 내 운명의 신을 믿고 한번 해보자 폐와 간까지 전이된 대장암 4기, 식도암 1기. 2015년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건강검 진에서 이상이 발견된 이후, 필자는 그해 6월, 양산부산대 학교병원에서 위와 같은 확정 진단을 받았다. 누구나 그 렇듯 내가 암에 걸렸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터라 이런 현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대장암과 식도암, 간과 폐까지 전이되었다는 최악의 상황이라니 더 더욱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암 환자가 되었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었 다. 확진을 받은 후 병원에서 바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중 증암환자로 등록하여 서울아산병원에서 본격적인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하고도 여전히 현 실을 실감하지 못하던 필자가 마음을 단단히 고쳐먹게 된 것은,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진료실 복도에 걸려 있는 아 래와 같은 문구를 보고부터였다. “암 환자 중 더 손을 쓸 수 없어 죽은 이는 3분의 1에 불 과하다. 반면, 또 다른 3분의 1은 암이라는 병명에 놀라 죽 고 만다.” 놀라서 죽지 않는 한 암이 곧 죽음은 아니라는 말이 마 음에 와닿았다. 그렇다. 4기 암은 말기가 아니다. 4기 암 생존율은 5~10%에 불과하지만 더는 손을 쓸 수 없는 상 황도 아니지 않은가. ‘그래, 어차피 암 치료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이다. 내 운 명의 10분의 7은 신이 정하는 것이니 내 운을 믿고 한번 해보자.’ 그렇게 생각을 바꾸니 한결 마음이 편해져 환자라고 유 난 떨 것 없이 평소처럼 생활하면서 건강하게 살아보기로 했다. 평소처럼 출근해서 일하고, 운동하고 생활했다. 소 속된 지역 사회단체에서도 꾸준히 활동하면서 스스로 건 재함을 과시했다. 물론 계속되는 항암치료와 약물 부작용에 따른 고통, 병원 치료가 완치가 아닌 단순히 생명연장을 위한 고식적 치료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시시때때로 찾아들어 나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다. 특히 치료를 위해 혼자서 승용 차를 몰고 서울로 올라갈 때는 고속도로 옆 난간을 들이 받고 싶은 유혹도 뒤따랐다. 어차피 오래가지 못할 생명이 라면 교통사고로 사망해 남은 가족들에게 가입한 생명보 험금이라도 남겨 고통을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내 운명은 이미 하늘에 맡겨졌다는 생각으로 묵 묵히 항암치료와 수술을 견뎌냈다. 운동과 식이요법도 거 르지 않고 꾸준하게 병행해 나갔다. 이런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행운도 찾아왔다. 바로 대장암 말기 환자에게만 적 용되는 신약인 표적항암치료제 ‘얼비툭스’를 투약할 수 있 었기 때문이다. 얼비툭스는 유전자검사 결과가 일치해야 박인태 법무사(울산회) 나의 암 투병기, 아직은 죽지 못하는 이유 문화의 힘 82 살며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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