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3월호

한적으로 그 해석을 달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거나 제한하는 데 있어 정치가 영향을 주는 영역은 주로 권리와 의무의 충돌에서다. 여기서 권리와 의무는 ‘양심의 자유에 대한 개인의 권 리’와 ‘국가에 대한 복종의 의무’를 말하는데, 주도적인 정 치세력이 둘 중 어느 것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사법부의 해석이 달라지는 경우가 나타난다. 한편, 권리와 의무의 문제가 국가와의 관계에서 일어나 는 것이라면 차별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문제라 할 수 있 다. 그리고 양심의 자유에서 차별의 문제는 주로 병역의무 와 관련해 일어난다. 우리나라에서 병역 의무처럼 사인 간 권리충돌 문제가 전면적으로 발생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정치권력이 여러 차례 바뀌는 과정에서도 병역의무에 있어서만큼은 본질 적인 변화가 없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병역의무 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반하 는 일이지만 처벌하지 않는 것도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면 서 차별의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답은 이 미 나와 있다. 대체복무제가 바로 그것이다. 군복무에 해당하는 기간 또는 그 이상을 사회복지요원 또는 사회공익요원, 재난구호요원 등으로 일하게 함으로 써 군복무를 대체하도록 하는 대체복무제도는 2004년 현재, 80여 개의 징병제 실시 국가 중 독일·러시아·오스트 리아·덴마크·중화민국·쿠바·폴란드·이스라엘 등 40여 개 국이 헌법 또는 법률로 허용하고 있다. 대체복무제도 완전한 답은 아니다 하지만 대체복무제도 완전한 답은 아니다. 2016년 여 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체복 무제에 대한 반대의견이 53.6%로 찬성 29.4%보다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복무기간을 군복무보다 길게 한다면 차별 문제가 해소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반대여론이 높은 것일까. 그 이유는 중화민국(대만)의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중화민국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2000년 7월부터 대체복무를 허용했다. 종교상의 이유뿐 아니라, 심신장애 나 질병으로 고생하는 가족이 있어 부양이 필요할 경우에 도 허용된다. 중화민국이 대체복무제를 허용한 것은 양심의 자유나 ‘인권’ 문제 때문이라기보다는 대중국 전략의 변화 때문이 었다. 인구 2천만 명의 중화민국은 우리와 같은 분단국가 로서 한때 인구대비 한국의 2배 정도인 60만 명 병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중국과 비교해 압도적인 국력의 차이는 본토수 복 정책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했고, 그 결과 대체복무 제 실시와 병력 감축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즉, 대체복무제 역시 문제는 정치라는 것이다. 우리나 라의 경우 대체복무제를 통해 차별의 여지를 없앨 수 있 다 하더라도 국제정치상황, 정확히는 남북 간 긴장관계라 는 정치적 상황이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병력의 규모가 큰 의미를 갖지 않 게 되었다 하더라도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국민개병 제는 정신적 준비 태세를 의미하기도 한다. 전쟁을 우려 하는 국민들이 전략무기의 우위뿐 아니라 병력을 포함해 모든 준비에 철저를 기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양심의 자유도 보장하고 동시에 국가 안보도 영위할 수 있을까. 결국 답은 둘 중에 하나다. 남북 대치의 긴장 관계를 완화해 위험을 해소하거나, 국방 에 더욱 큰 힘을 쏟으며 누구 하나 예외가 없도록 병역 의 무를 강제하는 것.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당신의 자녀에게는 어떤 길을 열어줄 것인가. 답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 있다. 19 법무사 2018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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