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과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 나 한 번씩은 꿈꿔보는 백두대간 종주와 국 토종주. 이 두 가지를 만 65세 나이에 시작해 70세에 마치고, 그 경험을 6권의 책으로 펴 내 화제가 된 법무사가 있다. 바로 서울동부 지방법무사회 소속 이종호 법무사다. 이 법무사는 2011년,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대중교통만을 이용해 백두대간을 1 년 안에 종주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2012 년 1200km의 백두대간을 종주했다. 뒤이 어 2013년, 만 67세에 다시 나홀로 국토종주 를 시작해 ‘서해누리길’, ‘중앙내륙길’, ‘동해오 름길’, ‘코리안둘레길’이라는 4개의 국토순례 코스를 직접 개척하며 만 70세가 되던 2016 년, 마침내 완주했다. 1946년 충남 예산 출생인 이 법무사는 84 년 법무부 검찰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 해 2005년 명예퇴직한 후 2008년 서울 송 파구에서 법무사 업무를 시작했다. 2013년에는 서울동부지방법무사회장을 역임하는 등 업계에서도 두루 신망이 있는 그가 대개는 은퇴해 편히 살기를 희망하는 만 65세의 나이에 어떻게 그런 엄청난 도전 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1200km 백두대간, 홀로 1년간 종주 “청년시절부터 산을 좋아했어요. 결혼하 고도 아내와 함께 주말마다 등산을 하는 게 취미였죠. 백두대간 종주 전에 이미 300개 정도의 산을 등반했으니까요. 법무사로 일 하며 만 65세를 맞았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우울해지고 업무의욕도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전부터 꿈꾸던 백 두대간을 종주해 보자 결심하게 되었죠.”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1,800km에 이르는 한반도의 등뼈에 해당하는 산줄기로 현재 우리가 종주할 수 있는 거리는 지리산 에서 진부령까지, 지도상 거리로는 약 720여 km지만 실제로는 1,200 여 km다. 즉, 하루 이틀 만에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아닌 것이다. 평균적으로 백두대간 완주를 위해서는 55번의 산행이 필요하다. 실 제 이 법무사도 34번의 산행 끝에 완주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 긴 일정을 함께할 일행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혼자서 가야 했 던 것이다. 혼자 오르자니 두려움도 컸지만, 강원도의 해발 1000m 정 도의 산들을 몇 개씩 오르내리며 연습 산행을 한 후에야 마침내 실행 에 옮길 준비가 되었다. “백두대간 종주를 위해 인터넷을 찾아보니 체계적으로 정리된 안내 서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 안내서를 내가 만들어보자 생각했죠.” 그렇게 산행 준비에는 일행 없이 혼자서 백두대간을 오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한 권만 읽어도 종주에 도전해 볼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 침서 집필을 위한 자료수집 등 계획도 포함되었다. “하지만 혼자서 하는 초행길이다 보니 애초 세운 계획이 제대로 지 켜지지 않았어요. 1km를 잘못 갔다가 다시 1km를 돌아 나오는 등 시행 착오가 많았죠. 산속에는 아무 불빛도 없고, 뱀이 나올까 봐 무서웠지 만 모르는 길이니 길을 잃으면 계곡 따라 내려오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때는 깊은 산골에서 겨우 길을 찾아 아스팔트길로 나왔는데, 미리 예약해둔 택시가 그냥 가버린 경우도 있었죠.” 이 법무사님은 백두대간을 34구간으로 나누어 종주했는데, 그중 33구간인 설악산 한계령-미시령 구간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를 맞 았다고 한다. 33구간은 백두대간의 구간 중 가장 험난한 구간으로 알 려져 있다. 그는 33구간을 한계령부터 오르기로 하고 산행을 시작했 다. 그런데 전날 비가 내린 탓인지 왠지 긴장이 되고 불안한 마음이 들 었다. 하지만 침착하게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문제는 내려오는 길이었다. 걸음 속도도 더딘 데다 비까지 내 리기 시작해 안개 속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만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책 집필을 위한 자료수집 차원에서 사진도 찍고 녹음도 하다 보니 준비해 간 두 개의 핸드폰 보조배터리마저 소진되었다. 43 법무사 2018년 3월호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