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3월호

33구간 한계령에서 길 잃어 생사의 고비까지 핸드폰은 긴급통화 대비용으로 아껴두기로 하고, 랜턴을 켜고 종이지 도를 꺼냈다. 지도가 가리키는 대로 길을 찾아가다보니 너덜지대가 나 타났다. 너덜지대는 돌들이 쌓여 있어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사고가 날 수 있는 곳이다. 지도상으로는 너덜길에서 내려가기만 하면 되는데 아 무리 찾아도 내려가는 표지판이 보이지 않았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 데 비바람은 더욱 거세져 몸을 지탱해 서있기도 어려울 지경이 되었다. 다행히 멀리 속초 시내 불빛이 보여 그 빛을 따라 계곡을 내려왔는 데, 그만 너덜지대의 돌 틈에 몸이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다친 곳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오늘 안으로 산을 내려가긴 그른 것 같아 산에서 밤을 새우기로 하고 불을 피우려 라이터와 성냥을 꺼냈는데, 아뿔사! 나무가 모두 젖어 있다. 어쩔 수 없이 내복을 꺼내 입고 몸을 웅크려 밤을 보내기를 얼마간. 날이 밝아와 핸드폰을 켜니 새벽 5시다. 준비해간 500mL들이 물 8개 중 7개를 이미 소진한 터라 하나 남은 물을 아껴서 마신 후 건빵과 오징 어포를 씹어 먹으며 하산을 시작했다. 곧 계곡을 만나 실컷 물을 마신 후 내려오니 멀리 포장마차가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갔지만, 포장 마차가 아닌 큰 바위였다. 실망해 다시 하산을 하는데 한참 만에 사람이 보였다. 살았다 싶어 가까이 가서 길을 물어보려는데 그것도 바위였다. 체력이 떨어지니 자 꾸 헛것이 보인 것이다. 애써 마음을 진정하고 다시 한참을 내려오니 다 시 사람이 보였다. 이번에는 진짜 사람이었다. 이제는 살았구나. 그렇게 설악동으로 내려와 식사를 하고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생사의 고비를 넘었다 생각했는데, 몸이 좋아지니 목적지까지 가지 못한 아쉬움이 또 크더라고요. 그래서 그다음 주 토요일에 다시 찾아 갔죠. 저향령부터 미시령까지 못 간 구간 8.1km를 다시 걸었는데, 낮에 가니 길을 쉽게 찾겠더군요.” 알고 보니 길을 잃었던 곳은 6.25때 격전이 일어났던 곳이었단다. “제가 거기서 죽었다면 아마 시신도 찾기 어려웠을 거예요. 『나홀로 백두대간』 독자들은 33구간이 진미라고 하지만, 제게는 생각만 해도 아찔한 곳입니다.” 2013년, 그는 이런 경험들을 담아 계획했던 안내서 『나홀로 백두대 간』을 발표했다. 이 책은 2017년 문화체육관 광부가 주관하고, 한국도서출판산업진흥원 이 선정한 우수도서로 뽑혔다. “퇴근해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집필 작업 이 고단했지만,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싶은 젊은 친구들을 생각하며 완성했어요.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쉽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는 성취감이 큽니다.” 스스로 개척한 국토순례 4코스 큰 성취를 이루고 난 후의 허탈감이랄까. 그는 백두대간 종주 후 이제는 뭘 하지? 하 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러다 찾은 것이 국토 순례다. 제주 둘레길처럼 자신만의 국토순례 코스를 개척해 보겠다는 목표를 가지게 된 것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역시나 쓸모 있는 안내서가 없었다. “국토순례 코스를 띄엄띄엄 소개한 책은 있었지만 일관되게 총망라한 책은 없더라고 요. 그래서 큰 지도를 사서 나름대로 국토순 례 코스를 구상하면서 이후 집필까지 해야 겠다 생각했죠.” 정해진 길을 가는 백두대간과 달리 없던 길을 새로 만들어가는 국토순례는 새로운 도전의식을 심어주었다. 그가 직접 리본으로 표식을 해가며 개척한 국토순례 코스는 모 두 4가지 노선이다. 땅끝마을에서 시작해 광화문 네거리를 지 나 임진각에 도착하는 서해누리길,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서 시작해 문경새재, 수안보, 춘천을 거쳐 철원의 백마고지 전적지에 도착 법무 뉴스 ‘법무사가 달린다’ 44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