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4월호

만나고 싶었습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차별은 가고 인권이 오다 성폭력, 그리고 미투(ME TOO) 업계 핫이슈 ‘인증서 공인제’ 폐지에 따른 ‘등기용 인증서’ 도입을 위한 제안 2018년 4월 vol. 610

발행인 노용성 편집인 방용규 편집주간 박형기 편집위원 고덕철, 김대봉, 김미영, 김인숙, 박재승, 서정우, 송태호, 염춘필, 이상진, 이종만, 이태근, 정정훈 편집장 임정와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일 2018년 4월 5일 통권 제610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 더블루랩 표지 일러스트 박혜림 정기간행물 등록 1965년 5월 7일 강남라 00102호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 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출생에서 상속까지” 우리 인생의 열두 달 이야기 첫 출근길 길고 지난했던 학업을 마치고, 치열한 취업의 관문을 통과해 마침내 첫 출근을 하는 날. 벚꽃 만발한 빌딩숲을 헤치며 걷는 신입사원들의 발걸음에는 첫 출발에 대한 설렘과 기대, 걱정이 묻어 있습니다. 법무사는 사회인으로서 여러분의 꿈과 포부, 그리고 실패와 좌절까지도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언제나 여러분 곁에서 힘이 되는 생활법률전문가가 되겠습니다. 4월

Contents 인터뷰 8 만나고 싶었습니다 노회찬 국회의원 시사 속 법률 14 차별은 가고 인권이 오다 성폭력, 그리고 미투(Me Too) 20 주목! 이 법률 주52시간 「근로기준법」 개정법률의 주요내용과 보완과제 생활 속 법률 24 고마워요, 생활법률 여가생활편 2 _ 내 저작권 지키기(1) 30 법조기자가 쓴 생활판례 보따리 성폭행 가해자에 경고조치만 내린 회사에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34 새로 시행되는 법령 「관광진흥법」 개정 (2018.3.1. 시행) 등 38 법률고민 상담실 민사, 가사 분야 실무 지식 66 지방세 Q&A 부동산 잔금을 공탁하는 경우 취득세 납세의무 판단 등 72 법무사 실무광장 법무사 실무상담을 위한 상가권리금 정리

2018년 4월 vol. 610 법무 뉴스 42 법무사가 달린다 사회복지사 겸직하며 자원봉사에 열심인 신재열 법무사 46 업계동향 「부동산등기법」 개정안 관련 대한변호사협회 간담회 개최 등 50 업계 핫이슈 ‘인증서 공인제’ 폐지에 따른 ‘등기용 인증서’ 도입을 위한 제안 58 자유 발언대 _ 대한변호사협회의 「법무사법」 개정안 반대 주장에 대한 반론 _ 법률수요자의 사법선택권과 법무사의 소액소송대리권 문화의 힘 6 사람이 살고 있었네 4월 식목일맞이 ‘나무를 심는 사람들’ 80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욕망을 다스리는 지혜 86 법조, 그땐 그랬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검사는 누구였을까? 90 책에서 깨친 인생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동정 등록 92 협회는 지금 협회·지방회·법무사 96 법무사 등록공고·신규등록 협회 및 지방회 정기총회 일정 99 협회장 및 부협회장 선거 입후보자 등록 공고

나무야 나무야, 무럭무럭 자라거라~ 4월 식목일맞이 ‘나무를 심는 사람들’ 6 사람이 살고 있었네 문화의 힘

황사와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는 와중에도 식목일을 맞아 묘목을 고르고, 생명을 심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3월 28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체육공원에서 개최된 ‘제73회 식목일 기념 나무심기 행사’에서 아이들이 자신보다 높 이 자랄 나무를 상상하며 나무를 심고 있다(사진 ❶). 같은 날 아침에는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사옥에서 열린 화분나눔 행사 에서 화분을 받은 한 소녀의 품 속에 따스한 봄 햇살이 내려앉았다(사진 ❷). 충북 옥천군 이원면의 나무시장은 전국 묘목 유통량 의 70%가 거래되는 전국 최대의 나무시장이다. 지난 3월 6일, 옥천군 나무시장에서 다가올 식목일을 위해 묘목을 출하하는 농민 들의 손길이 분주하다.(사진 ❸) <사진 : 연합뉴스> ❶ ❷ ❸ 7 법무사 2018년 4월호

여성차별과 다른 차별은 동전의 양면 최근 미투운동이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의원 님께서는 “미투운동이 3.1운동만큼이나 우리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투운동은 단순히 이성 간에 발생하는 성폭력이 아니 라 위계서열 하에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저지르는 권력 형 성폭력에 대한 고발입니다. 권력형 성폭행은 피해자가 피해를 당해도 말을 못 하고 그냥 묵인하고 넘어가는 경우 가 많고, 그러다 보니 상습적으로 벌어지는 경우가 많죠.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인 문화 속에서 권력의 그림자처 럼 존재해 왔던 문제인데, 조금 파괴적인 방식이긴 하지 만, 미투운동을 통해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드러 냄으로써 이제는 발생만 하면 바로 폭로되어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사회적 경각심이 생겨났습니다. 3.1운동에 빗댈 만큼은 아니라 해도 미투운동은 ‘문화 혁명’으로서 우리 사회를 바꿔내는 데 있어 그만큼의 충격 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투운동은 우리 사회의 성차별을 극복해 나가는 주 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만, 현재 우리나라의 성별 격차와 불평등의 실태를 보면 심각하긴 합니다. 우리나라가 GDP로 보면 세계 12위 국가이고, 무역량으 로 보면 10위권에 드는 큰 나라지만, 이건 몸집을 말하는 순위이고, 건강상태를 보면 썩 건강하지 못해요. 특히 성 평등지수는 통계에 따라 100위나 80위 정도 하는 수준 이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법조직역 다양화, 국민의 입장에서 찬성합니다 지난해 촛불혁명 이후 우리 사회는 정치적 격변기를 맞고 있다. 대통령의 탄핵에 이은 공직사회 전반의 개혁, 그리고 최근에는 비리문제가 드러난 전전임 대통령이 구속되고,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며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편, 여성들의 ‘미투운동’은 우리 사회의 변혁이 정치를 넘어 일상문화로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월 14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노회찬 의원을 만났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원내대표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그는 최근의 변화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궁금했던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부> 진행•방용규 본지 편집위원장 / 대한법무사협회 부협회장 박형기 본지 편집주간 사진•김흥구 더블루랩 8 인터뷰 만나고 싶었습니다

9 법무사 2018년 4월호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능력이 있어도 승진을 못하거나 같은 능력인데도 임금을 덜 받거나 주요 직책에서 배제된 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또, 출산 후 직장에서 차별 받거 나 아예 직장을 잃는 경우도 많은데, 심지어 모 분유회사에 서는 임신하는 순간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전환되고, 아 이를 낳으면 퇴사하는 게 전통으로까지 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한 일이죠. 아기들 우유 만들어 돈을 버는 회 사인데, 아기를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차별을 하다니 말입니다. 제가 국회에서 그 문제를 공개했더니 바로 개선 이 되었어요. 아니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는 걸 왜 지금까 지 그렇게 했냐는 거예요. 그런데 이 문제는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직장에 서의 성차별은 단순히 여성차별로만 끝나지 않고 반드시 또 다른 차별을 만들어내거든요. 대졸이냐, 고졸이냐의 학력에 따라 임금격차나 취업, 승진의 차별이 굉장히 심하잖아요.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이 80%나 됩니다. 선진국은 50% 밖에 안 되고, 일본만 봐도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취업이 잘 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업 하려고 하면 인생 걱정된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고졸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을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대학까 지 나와서 하고 있는 상황이죠. 불필요한 차별로 인한 사회적 낭비를 없애기 위해서는 성차별을 없애는 일에 모두가 노력해야 합니다. 학력차별 이나 여성차별이나 사실 뿌리가 같아요. 동전의 양면이 죠. 그래서 여성차별을 없애면 다른 차별도 함께 사라질 수 있습니다. 차별금지 등 기본권 신장 위한 개헌에 찬성 고졸이라서 임금차별을 받고 여성이라서 임금차별을 받는다는 논리구조가 사실상 똑같네요. 이 문제를 해결하 려면 ‘차별금지법’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왜 아직 학력차별이나 여성차별이나 모두가 사실 뿌리가 같아요. 동전의 양면이죠. 그래서 여성차별을 없애면 다른 차별도 함께 사라질 수 있습니다. 10 인터뷰 만나고 싶었습니다

안 되고 있을까요? 사실 그게 큰 문제예요. 말씀 잘 하셨는데 포괄적 차별 금지법이 소위 ‘인권법’입니다. 우리가 북한 인권에 대해 문제제기를 많이 하지만, 우리를 되돌아보면 괜찮을까요? 웬만한 유엔가입국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차별금지법이 우리에게는 없잖아요. 지난해 말에 유엔인권이사회에서도 빨리 차별금지법을 만들라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물론 우리도 개별적인 차별 금지법들은 있어요. 하지만, 좀 더 강도 높게 이 모든 개별 법을 포괄하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것이거든요. 16대부터 꾸준히 차별금지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아직 까지 통과되지 않고 있어요. 그 이유 중 하나는 보수종교 교단에서 동성애 차별금지 에 대한 반대가 심한 것인데, 사실 동성애 차별금지는 지 금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군대를 가거나 물건을 사거나 승 진을 하거나 할 때 성적 지향 때문에 차별할 수 없도록 되 어 있거든요. 교단에서 동성애 차별금지를 ‘동성혼’ 허용으로 오해해 서 반대하는 것인데, 동성혼은 다른 문제지요. 동성혼은 아직 우리 사회가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참 뒤에 논 의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번 정부 개헌안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조항이 들어 있더군요. 차별금지를 위해서 개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개헌의 방향에 있어 의원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저는 일단 개헌에 찬성합니다. 올해로 헌법이 만들어진 지 70년이 되었어요. 그동안 9번의 개정을 했고 마지막 개헌이 30년 전이었는데, 그때는 대통령 직선제 쟁취가 큰 목표여서 거기 집중하느라 다른 문제를 충분히 논의하 지 못했습니다. 주로 기본권 문제들이었죠. 그래서 이번 개헌에서는 그동안 미뤄두었던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제와 같은 기본권을 중심으로 개헌이 이루어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정치인들과 권력자들을 위한 개 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개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 본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노태우 정부 때 부동산가격이 너무 올라서 토지매입에 대한 세제개혁안이 발의되었는데, 그게 헌법 에 근거가 없어 위헌판결이 나면서 결국 통과되지 못했거 든요. 이번 개헌안에는 부동산으로 폭리를 취하는 일은 없도록 예방하는 조항도 넣어 규제하는 것도 필요하죠. 개헌은 꼭 필요한 일이고 해야 하는데, 지금 국회에서 합의를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대통령 발의안이 통과되지 못할 게 뻔한 상황이라 우려가 됩니다. 법원·검찰 개혁, 공정한 인사시스템 도입해야 곧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리게 됩 니다. 의원님께서는 이번 남북·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전망 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사실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입니다. 반가운 일이고 좋은 일이지만, 그간의 과정을 돌이켜 봤을 때 과연 잘될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 만큼 남북 간의 신뢰라는 것이 없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핵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고 우리는 이것을 용납할 수는 없으니 반드시 핵은 제거되어 야 하고 거기에 타협은 없어야 하죠. 저는 북한정권을 인정해줘야 북핵도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북한 정권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는 북한 사람 들의 선택에 맡겨야 할 문제고요. 북한 스스로의 힘으로 내부변화를 이루도록 두지 않고 외부적인 힘으로 밀어붙 이면 오히려 더 단단히 단결해서 수도승처럼 폐쇄적인 사 회가 될 수 있거든요. 제가 북한을 6번 갔다 왔는데, 느낀 게 뭐냐면 북한이 야말로 옛날 교과서에 나오던 스탈린식 사회주의 경제를 100% 구현하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어요. 중국도 쿠바도 11 법무사 2018년 4월호

그렇지가 않아요. 지금 지구상에서 사회주의경제는 존재 하지 않죠. 유일하게 북한만 남아 있는 거예요. 이걸 바꾸려면 북한 정권이 유지될 수 있다는 보장을 해주어야죠. 정권의 안정이 보장되어야 경제시스템을 바 꾸고 개혁개방 정책도 시도하게 될 테니까요. 경제체제가 바뀌면 생활이 달라지고, 안 바뀔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비핵화와 함께 전시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보고요, 평화체제가 되어 평양에도 미국대사관이 있고 우리도 북한으로 관광을 다니고 하면 북한도 상당히 달라질 거예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이번 정상회담을 잘 준비해야겠지요. 의원님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계 신데, 국민들의 사법 불신도가 상당히 높은 상황입니다. 사법개혁에 관한 의원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우리나라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는 OECD 회 원국 중 꼴찌거나 꼴찌에서 두 번째 정도라고 조사되고 있 습니다. OECD 평균이 47%인데, 우리나라는 27% 정도 죠. 국민 4명 중에 한 명만 신뢰하는 수준인 건데, 이런 상 황에서 국민소득이 5만 달러, 6만 달러면 뭐합니까. 민주 주의 선진국이 되기 어려운 수준이잖아요. 그래서 사법부의 개혁이 필요한데, 우선 법원은 소수 엘리트 중심의 인사 문제와 제왕적 권한을 가진 대법원장 의 정치성향이 하급법원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등의 문제 를 개선해야 합니다. 법원 내 판사들의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현 직 법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판결을 내릴 때 판결을 위에서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하느냐고 물었더니 60%가 넘는 법관들이 그렇다고 대답했다는 거 아니에 요. 이런 건 우리 헌법정신에도 어긋나고, 사법부 독립에 도 큰 문제가 있는 것이죠. 법관의 인사가 대법원장의 수중에서 빠져나와 합리적으 로 공정한 인사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지금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그런 문제들을 개혁한다고 하니까 일단 은 지켜봐야겠지만, 안되면 헌법과 법률을 바꿔서라도 일 선 법관들이 양심에 의해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국민들이 소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 생각하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 해 전관예우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고요. 두 번째로 검찰은 권력층에 대해서는 수사를 제대로 안 하고, 권력과 재벌에게만 관대하다는 문제를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공수처의 설치가 필요하겠죠. 또 하나는 검찰의 인사시스템 문제인데, 저는 정권에 흔들리지 않는 검찰을 만들기 위해서는 검찰총장을 대통 령이 임명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은 평검사 한 명도 메르켈 총리가 임명하지 못한다 고 하더군요. 검찰총장도 총리가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인사위원회에서 선임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검사장급 이상을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니까 승진을 위해 정권에 과잉충성하고 공정치 못한 일에 연루되고 그러는 거죠. 이제는 우리도 공정하고 중립적인 인사가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법사위 변호사 비율은 1/3선이 적당해 의원님은 법사위에서 몇 안 되는 비법조인 출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법사위는 특히 변호사 출신들이 많은데, 그로 인해 변호사집단에 불리한 법안은 통과하기가 어렵 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법안 의결과정에서 변호사 출신 상임위원의 수를 일정 정도 제한하는 제도가 필요하 다고 보는데, 의원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밖에서 보기에는 법사위가 굉장히 인기 있는 위원회라 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법사위는 3D업종에 속하는 인기 없는 위원회예요. 왜냐하면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을 일도 적고, 지역구에 도움이 되는 일도 거의 없거든요. 12 인터뷰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법사위에 지원하는 의원들이 별로 없어 각 당에 서 차출해서 보내고 그러거든요. 그러다 보니 법조인 출신 이 많아지게 되었죠. 제가 17대 때 처음으로 법사위에 차 출되었는데, 그때도 저하고 딱 한 명이 비변호사 출신이었 어요. 그런데 재밌는 건 국정감사에서 비법조인인 제가 최우 수의원이 되었다는 거예요. 변호사나 법조인이 아니어도 법사위 활동을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는 얘기죠. 오히려 국민의 입장에서 개혁을 얘기할 수 있기 때문에 비법조인 의원이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제가 법사위에서 4년을 활동하면서 느낀 것은 법사위 에 변호사 출신은 1/3 정도가 적당하다는 것입니다. 검찰 개혁, 법원개혁 하는 데 같은 분야 출신 의원들은 아무래 도 친정 눈치를 보게 되거든요. 국회에 국정감사 하러 가면 쉬는 시간에 휴게실에서 연 수원 동기다, 선배다, 후배다 하는데 제가 “법사위 국정감 사는 금의환향 ‘홈커밍데이(homecoming Day)’냐”, 감사 를 하려면 서슬 퍼렇게 해야 하는데 이래 가지고 감사가 되겠냐고 지적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이거는 제청회피의 개념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고, 법사위에 법조인의 수가 제한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최근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취득을 제한하는 「세 무사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변호사 독점시대에 균열이 오고 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현재 법무사의 직역 확대를 위한 「법무사법」 개정안도 계류 중인데, 이런 추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과거 법조인 배출의 문턱이 매우 높을 때 소수가 다수 의 권리를 독점하다시피 가지고 있던 것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 이제는 개선이 필요합니다. 변호사 들의 인식도 변화해야 하고요. 변호사업계가 과도하고 부당하게 확대된 직역을 고수 하려는 자세는 변호사 수의 증원을 반대하는 것에서도 볼 수 있죠. 하지만 국민의 입장은 어떨까요. 당연히 변호사 의 수가 늘어나길 바랍니다. 그래야 가격도 떨어지고 신 속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잖아요. 변호사들 입장에서야 인원이 많아질수록 자신들의 수 익이 떨어지고 경쟁도 치열해지니까 반대를 하는 것이겠 지만, 이런 문제는 국민의 입장에서 정해져야 맞는 것이 죠. 이제는 변호사들도 시장에서 경쟁을 감수해야 합니 다. 모든 것을 독점하는 시대는 지났잖아요. 그런 점에서 저는 마땅히 「세무사법」 개정에 찬성했고, 같은 취지에서 「법무사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제는 변호사들도 시장에서 경쟁을 감수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독점하는 시대는 지났잖아요. 그런 점에서 저는 마땅히 「세무사법」 개정에 찬성했고, 같은 취지에서 「법무사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13 법무사 2018년 4월호

여성들의 발화, 위계사회를 무너뜨리다 임미리 한신대학교 학술원 전임연구원 성폭력, 그리고 미투(Me Too) 14 시사 속 법률 차별은 가고 인권이 오다

남학생들의 집단행동, 치기에서 ‘성폭력’이 되기까지 지난 1월 말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미투(Me Too) 고백 으로 시작된 ‘미투운동’이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 다. 검찰 내부와 학계, 문화예술계와 정치권에 이르기까 지 유명인사들의 성폭력 사실이 충격을 주기도 했지만, 가해 사실의 진위 여부와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처벌 등 을 둘러싸고 뜨거운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미투운동은 우리 사회의 조직문화와 개인의 일상 속에 서 은밀하게 작동하던 권력관계를 해체하는 진정한 ‘민주 주의 혁명’으로 극찬되기도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무고나 모함, 또는 ‘불륜사건’으로 치부되기도 하고, 예술계의 거장 에서 하루아침에 성범죄자로 전락한 시인 고은과 연출가 이 윤택, 오태석의 작품을 교과서에서 퇴출한다는 발표가 나 왔을 때는 ‘2중 처벌’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는 등 같은 사건 을 두고 각각 다르게 생각하는 시각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어떤 문제건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우리 는 과거 두 대학의 학생들이 상호 갈등하고 대립하던 한 사건을 통해 성폭력을 둘러싼 남녀 간의 시각차이와 인식 미투운동으로 대표되는 성폭력에 대한 여성의 발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사진은 지난 3.4.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참석 자들의 모습. <사진 : 민중의 소리> 성폭력도 권력의 문제다. 그런데 모든 권력이 차별에서 비롯되듯이 성폭력도 성차별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성폭력을 권력 일반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성차별을 은폐한 채 특정권력을 비호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15 법무사 2018년 4월호

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잘 알 수 있다. 1980년대 중반, 스스로를 ‘단무지(단순·무식·지랄)’라 부르며 남성성을 강조하던 한 대학교의 남학생들은 매년 5월 축제가 되면 모 여자대학에 몰려가 패거리를 지어 기 차놀이를 하는 등 집단행동을 ‘전통’이라며 이어가고 있 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여대에 만연한 부르주아 문화의 타파”라며 옹호했지만, 여학생들은 이런 행동에 대해 질색하며 비판했다. 해당 여대의 총학생회는 공식 적인 경고까지 내리며 집단행동을 멈춰달라고 호소했지 만 소용이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그 여대의 정문에는 “개 와 ○○대생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나붙는 지경에 이르렀 다. 갈등이 커지자 문제 학교의 총학생회에서도 자제를 요 청했다. 하지만 여전히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마침내 1995년, 두 학교의 학생들이 크게 충돌하는 사건이 일어 났고, 한 여대생의 팔이 부러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사태가 비화되자 여성주의자들은 남학생들로서는 기 껏해야 ‘행패’나 ‘깽판’으로 치부되던 이러한 행동에 대해 명백한 ‘성폭력’이라 규정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여학생 들도 남학생들의 집단행동을 자신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치기’ 정도로 생각했지만, 몇 년 후에는 ‘행패’로 인식해 강경하게 대응했다. 그리고 마침내는 여성을 무시하는 성 차별적 행동이자 성폭력으로 규정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여학생들의 인식이 점차 변화한 데 는 ‘성폭력’을 바라보는 당시 여성운동의 흐름과도 관련이 있다. 1980년대 한국 여성운동은 성 자체에 내재된 권력 관계에 주목하기보다는 남녀차이에 주안을 두고 여권을 신장하는 방향을 모색했다. 성폭력 문제가 여성단체들의 공동대응과 연대투쟁으 로 확장된 경우는 1984년 청량리경찰서 여대생 추행 사 건과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처럼 국가권력이 개입된 경우뿐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는 인식이 달라졌다. 성폭력을 ‘여성의 성(sexuality)에 대한 폭력’이자 성관계 성폭력과 성차별에 대한 여성의 발화는 검찰 내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의 용감한 고백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사진은 지난 2.4. 동부지검 조사단에서 조 사를 받고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서지현 검사. <사진 : 연합뉴스> 16 시사 속 법률 차별은 가고 인권이 오다

를 넘어 불평등한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회적이고 구 조화된 폭력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위 사건의 여학생들도 이러한 여성운동의 변화 속에서 똑같은 행동을 ‘치기’에서 ‘행패’로, ‘행패’에서 ‘성폭력’으 로 점차 인식의 변화를 겪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남학생들 의 경우는 그 변화가 더디게 일어났다. 해당 대학에서 자 제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1990년대 들어서였고, 그마저 도 총학생회와 일부 남학생들에 한정됐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2000년대가 되자 그 같은 행동은 거의 사라졌다. 남학생 모두가 자신들의 ‘놀이’를 ‘성폭력’ 으로 인식하고 자제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 그 같은 행동이 커다란 저항과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을 경험칙으로 알게 된 것이다. 발화되지 않은 성폭력, 왜 은폐되었나? 성폭력은 성희롱이나 성추행, 성폭행 등을 모두 포괄하 는 개념으로, 성을 매개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이뤄지 는 모든 가해행위를 뜻한다. 위와 같은 대학생들의 사례 는 이러한 성폭력 중 공개적이고 집단적이었지만, 폭력수 위는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보다 심각한 것은 사적 영역에서 개별적으로 이 루어지는 성폭력 사건들이다. 이 사건들은 폭력의 수위도 높고 그만큼 피해도 크지만, 사적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지 는 경향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수면 아래에 숨겨진 채 발 화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치심과 모멸감, 보복에 대한 두려움은 피해자를 침묵 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들이다. 가정폭력의 경우만 해도 생 명의 위태로운 지경이 되지 않는 한 법의 보호를 요청하 는 일은 많지 않다고 한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데이 트폭력도 피해자의 상황은 다르지 않다. 많은 경우 피해 자들은 상대가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했다거나 술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며 상대의 폭력에 면죄부를 주거나 거꾸로 자신이 폭력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자책감을 갖기도 한다. 성추행이나 성폭행처럼 성적 요소가 개입된 경우는 피 해자가 갖는 수치심이 가정폭력에 비해 더 큰 만큼 발화 도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남성중심의 성문화에서 남 성의 성경험은 호기로운 행동인 반면, 여성의 그것은 성적 방종과 문란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어렵게 성폭행 사실 을 털어놓더라도 “니가 짧은 치마를 입었으니”, “니가 모텔 에 따라갔으니” 그런 일을 당했다는 식으로 오히려 피해 자가 비난을 받거나 “꼬리를 친 거 아닌가” 하는 소위 ‘꽃 뱀’ 논리의 2차 가해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물리적 위력에 의한 강간조차도 성관계에 합의했는지 가 쟁점이 아니라,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했는지를 스 스로 입증해야만 한다. 1988년에는 ‘변월수’라는 주부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강간범의 혀를 잘랐다는 이유로 구속, 기소되어 과잉방어로 징역 1년을 구형받은 일도 있었다. 같은 경우로 무죄가 선고된 것은 2012년에나 가능했다. 피해자들의 발화를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는 여 성문제나 가정문제는 사적인 영역으로 간주돼 오랫동안 법의 보호로부터 배제돼 왔기 때문이다. 2013년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배우자 강간은 죄가 되지 않았다. 1990년대부터 ‘성적 자기결정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성 단체의 주장이 나오고 1994년,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됐 지만 부부강간의 피해자는 최초의 주장 이후 20년이 넘 어서야 실질적인 보호를 받게 된 것이다. 가정폭력 또한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된 것이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1983년 ‘여성의 전화’가 개설되면서 ‘매 맞 는 아내’의 사례가 수없이 보고됐지만, 「가정폭력방지법」 은 1997년에야 제정됐다. 그조차도 남성들의 반대로 여성 에 대한 폭력이 아니라 ‘폭력으로 인한 가정의 해체’를 방 지한다는 목적으로 희석시킨 후에야 제정이 가능했다. 성 희롱에 대한 처벌 또한 1999년 「남녀차별금지법」이 제정 되면서 가능해졌다. 17 법무사 2018년 4월호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다양한 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성폭력은 여전히 사적 영역으로 치부되면서 공권력의 개 입이 소극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다. 최근의 미투운 동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다. 사적 영역의 일로 치부되었던 다양한 성폭력들이 피해 자의 공개적인 고발을 통해 공적 공간에 던져짐으로써 공 권력의 개입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미투운동의 진정한 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 피해자가 수치심과 모멸감이라 는 또 다른 피해를 감수했을 때 비로소 실효를 발휘하게 됐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미투의 오염, 가짜 미투와 진짜 미투? 지금의 미투운동은 변화한 여성들의 자각과 법적 제도 화가 그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앞서 두 학교의 사례에서 언급했듯이 성폭력과 관련해 여성들은 급격하고 전반적 인 인식 변화를 겪은 반면, 남성들의 변화는 완만하고 부 분적이다. 물론 여성과 남성 모두를 여기에 일률적으로 대 입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인 차이보다 성별의 차이가 두 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이 같은 차이가 성폭력에 대한 여성의 발화를 가 능하게 함과 동시에 발화된 내용에 대한 시각차도 불러왔 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여성과 남성이 각각 피해자 와 가해자를 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경우는 피해자에 공감하며 피해자성을 공유하는 반면, 남성의 경우는 남성 일반이 갖는 가해자성에 동의하 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다수 남성들의 자세는 미투운동을 대하는 두 가 지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성차별적 문화에 대한 구체적인 자각과 성찰 없이 ‘나쁜 놈’ 하나만 처벌하 면 된다는 생각이다. 다른 하나는 물리적인 폭력성이 확 실하지 않은 경우, 피해자가 고발한 성폭력 사실에 동의하 성폭력 없는 세상은 성차별 없는 성평등이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성평등을 향한 거대한 물결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사진은 2016.7.4. 제21회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에서 양성평등디자인 공모전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한 남성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18 시사 속 법률 차별은 가고 인권이 오다

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즉, 문화계 성폭력에 는 동의하지만 정치인의 그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거나 정치인의 경우도 대상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식이다. 물론 사안에 따라 성폭력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때로는 실제 무고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중 요한 것은 진위가 가려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레짐 작으로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미투운동이 오염됐다는 식 으로 미투운동 자체의 의미를 퇴색시키려는 시도들의 문 제다. ‘미투운동의 오염’이라는 말에는 진짜 미투에는 동의하 지만 가짜 미투에는 반대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그 러나 미투운동의 본질은 몇몇 가해자의 처벌이 아니라 성 차별적 문화 자체에 대한 고발과 개선에 있다. 남성권력이 가지는 가해자성에 대한 성찰과 반성 없이 미투의 진위 여부를 가리려는 행위는 미투운동의 본질을 오해했거나 성폭력 문제를 소수의 일탈행위로 치부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성폭력 문제가 소수의 일탈행위라면 여성 대부분이 피 해자성을 가질 이유는 없을 것이다. 또, 여성들이 자신의 일생에서 겪은 크고 작은 성폭력을 특정 남성의 문제라고 생각했다면 지금과 같은 폭로와 고발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여성의 순결을 강조하는 가부장적 문화에서 수치 심 때문에 은폐하거나 자책감에 빠지는 일이 여전히 계속 되고 있을 것이다. 성폭력 없는 세상 = 성차별 없는 세상 이 밖에도 미투운동을 호도하려는 여러 시도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보수 정치세력의 음모라는 주장이다. 성폭 력 행위로 고발당한 남성의 다수가 개혁·진보 진영에 속 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에는 전·현직 여성 국회의원들도 포함돼 있는데 여성이 함께한 다고 해서 주장의 신뢰를 더하는 이유는 될 수 없다. 앞서 여대에서 패거리 행동을 한 대학교의 학생 중에는 여학생도 있었다. 남성성을 우위로 생각하는 문화에서 여 성이 남성성을 내재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특히 권력을 가진 여성들에서는 더욱 쉽게 일어날 수 있다. 같은 여성 이지만 여성 일반이 갖는 피해자성을 자각할 기회가 상대 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미투운동이 보수 정치세력의 음모라는 주장은 시대를 역행하는 사고이기도 하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오랜 동안 민주 대 반민주의 이분법적 전선이 한국사회를 지배했다. 그 속에서 여성인권 문제는 부차적인 것으로 치 부되어 왔다. 하지만 현재의 미투운동은 성차별 문제가 민 주와 반민주, 그리고 개혁과 보수를 망라하는 것이라는 자 각 속에 일어난 것이다. 즉, 미투운동은 진영논리가 아니라 오히려 진영논리가 깨졌기 때문에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미투운동을 권력 일반의 문제로 치환하는 논리도 문제 가 있다. 보좌관이 여성 국회의원을, 기사가 사모님을 성 폭행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권력 일반에 문제제기를 해 야지 성 권력만을 문제시하냐는 논리다. 물론 성폭력도 권력의 문제다. 그런데 모든 권력이 차별에서 비롯되듯이 성폭력도 성차별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성폭력을 권력 일 반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성차별을 은폐한 채 특정 권 력을 비호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성폭력에 대한 여성의 발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 세가 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폭로와 고발이 성차별과 그 에 따른 성폭력을 주저하게 만드는 경험칙을 형성하리라 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지금과 같은 시 각차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성차별이 없어질 때 비로 소 남녀는 같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 다. 이제 시작이다. 여러분은 이 거대한 물결에 떠밀려 갈 것인가, 아니면 적극 성찰하고 동참할 것인가. 19 법무사 2018년 4월호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도 ‘쉴 권리’ 보장해야 주52시간 「근로기준법」 개정법률의 주요내용과 보완과제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 1. 들어가며 _ ‘OECD 최장기노동’ 불명예 씻나? 1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휴일근로를 포함해 52시간임을 명시한 「근로기준법」 개정 법률이 지난 3월 20일 공포되 어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최저임금 시 행과 더불어 급격한 노동환경의 변화가 전망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사실 이번에 도입된 제도는 아니다. 이 미 1997년 IMF구제금융 이후 급박한 경제위기 속 ‘일자 리 나누기’ 일환으로 ‘주40시간 노동제’가 도입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는 ‘주40시간 노동제’가 현실화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첫째, 주당 근로시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행정 해석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시간이 ‘1주 5일’을 기 준으로 40시간이며, 주당 12시간까지 초과노동을 할 수 있는데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다고 해석해 왔다. 즉, 법정근로시간이 주당 초과근로시간 과 주말근로까지 합해 최대 68시간까지라고 본 것이다. 둘째, 법정근로시간 제한규정에서 제외되는 특례업종 이 너무 많았다. 무려 26개 업종이 특례업종에 해당되었 는데, 특례업종 취업자의 비중은 총취업자의 약 50%에 이른다(노동자의 경우 약 450만 명). 그리고 셋째, 총 취업자의 약 40%에 이르는 5인 미만 사업장에는 노동시간 규제가 아예 적용되지 않았고, 넷 째, 「근로기준법」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 규정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와 근로자 의 동의를 얻어’ 주당 52시간의 노동시간을 초과할 수 있 었으며, 연간 70일가량(일요일을 포함한 국경일 등)의 ‘관 공서 공휴일’도 비공무원에게는 의무 적용되지 않았기 때 문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2017년 현재 우리나라는 연간 노 동시간이 2,100시간이 넘는, OECD 국가 중 최장 노동시 간을 기록하는 나라가 되었다. 따라서 이번에 주(7일) 법 정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근로기준법」에 명시한 것은 오랫동안 한국사회를 과로사회로 이끌어 온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평가할 만한 일이다. 시사 속 법률 주목! 이 법률 20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점이 남아 있고, 보완해야 할 점 들이 많다. 본 글에서는 이번 개정법률에서 보완이 필요 한 내용들을 살펴보고, 실효성 있는 개선을 위해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제안하고자 한다. 2. ‘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그럼에도 남은 문제는? 1)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가?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법률에서는 제2조(정의) 규정 에 제7항을 신설,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 고 명시하였다. 이에 대해 혹자는 “1년은 365일이다”라는 것도 법에 넣어야 하느냐고 푸념하기도 하지만, 이렇게라 도 분명한 명시를 통해 이제 1주일 안에 52시간을 넘는 노 동을 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다. 2018 년 최저임금이 크게 올랐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사업 주들이 있는 반면, 노동자들의 임금도 노동시간 단축으로 하락하는 곳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곳(대부분은 중소 영세업체일 것이다)에서는 규제 순응도가 떨어질 가 능성이 높으므로 이에 대한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 2) ‘보건업’은 왜 여전히 특례업종이 되었는가?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법률에 따라 이전 26개이던 노 동시간 특례업종이 5개1)로 줄었다. 이로써 약 450만 명 이던 특례업종 노동자들의 수가 약 112만 명가량으로 감 소2)하게 된다. 도대체 그간 특례업종은 왜 이리도 많았을 까? 노동시간 특례업종은 1961년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 해 도입되었는데, 당시에는 통계조차 내지 않았을 정도로 적은 수3)였던 서비스업 대부분이 특례업종4)으로 포함되 었다. 그런데 이후 산업 변동으로 농림어업의 규모가 크게 감 소하는 대신 서비스산업이 증가하면서 전체 취업인구의 약 80%가 서비스산업에 종사하게 됨에 따라 특례업종의 조정이 있어야 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지속되다가 57 년 만에 이번 개정을 통해 조정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번 개정으로 특례 대상 노동자 수가 1/4로 획기적으 로 줄어들게 된다는 점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문 제는, 노선버스를 제외한 모든 운송업 및 보건업 등 여전 히 남아 있는 5개 특례업종에 대한 근거가 너무 미약하다 는 것이다. 해외를 다녀야 하는 해상운송이나 항공운송 의 경우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하 지만 굳이 특례업종으로 지정하지 않아도 교대 근무 등의 근무표 조정 등을 통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5) 특히 국내에서 운행하는 화물운송의 경우는 근무표 조 정도 필요 없이 노동시간 규제를 실시할 수 있다. 물론 화 물운송료가 지금보다 오르지 않으면 노동시간을 줄였을 때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특례업종 중 가장 큰 문제는 병원이다. 운송업 중 노선 버스를 특례업종에서 제외한 이유가 운전자의 피로가 승 객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그렇 다면 병원 노동자는 장시간 일해도 환자안전에 영향을 주 지 않는다는 것일까? 2017년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 1) ① 노선여객자동차운송 사업을 제외한 육상운송업, ②수상운송업, ③항공운수업, ④기타 운송관련 서비스업, ⑤보건업(병원) 2) 운송업(육상, 해상, 항공, 기타) 56만 명, 보건업 56만 명 3) 도소매업이나 금융, 운수·창고·통신업에서의 독자적 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1980년에 와서다. 4) 운 송업 대부분, 영상·방송·전기, 보건, 하수폐수 및 분뇨처리, 사회복지서비스, 도소매 등 각종 판매업, 금융 및 우편, 교육서비스 및 연구·조사, 광고·숙박업·음식 점 및 주점업, 청소 및 방제, 미용 등 유사서비스업 등 5) 즉, 교대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승무원이 승무하면 된다. 이미 항공기 조종사의 경우 3-pilot제 등이 시행 중이다. 이는 국제기준에 따라 장거리 운행을 할 때는 두 명의 pilot이 근무하고 한 사람은 쉰다. 돌아가면서 근무하는 구조이다. 21 법무사 2018년 4월호

면 보건의료노동자 1인당 1일 평균 연장근무시간은 82.2 분이다. 이는 주당 평균 46.85시간을 근무하고, 연간 평 균 2,436시간을 근무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2016년 실태 조사에서는 주52시간 이상 근무하는 보건의료노동자의 비율이 10.8%에 이르렀다. 게다가 병원 노동자들은 노동시간뿐 아니라 노동강도 역시 매우 높다.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하기 위해 밥을 못 먹거나 물을 마시지 않는다. 밥 먹을 시간, 화장실 갈 시간 조차 확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한정 연장근무까지 허용한다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지금과 같은 노동 현실에서 가장 먼저 노동시간 단축 및 인력충원의 수혜를 받아야 할 보건업 종사자들이 특 례업종에 포함된 것은 재고가 필요하다. 그러나 특례업종 노동자들에게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연속하여 1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 제공 의무가 사업주에 게 부여됨으로써 그나마 지나친 과로를 피할 수 있게 한 것은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3) 노 동시간 사각지대, ‘5인 미만 사업장’은 어떻게 하나? 마지막으로는 노동시간 단축의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 문제다. 2016년 현재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수 는 558만 명으로 전체임금 근로자(1990만 명)의 33%에 이른다. 즉, 전체 임금 노동자의 3명 중 1명은 노동시간 규 제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 소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뿐 아니라 고용불안과 낮은 임금에 시달리고 있으며 산업재해에도 취약하다. 사실상 가장 먼저 보호받 아야 할 대상이지만 가장 차별받고 있는 셈이다. 입법자는 그 이유가 소사업장 종사자들의 규모가 크고 도처에 산재해 있어 관리 부담이 크고 사업장의 영세성 때문에 규제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 문에 더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 려 행정력을 이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이들에게는 최저임금을 생활임 금 수준으로 올려야 하는 문제가 더 시급하고, 특히 유럽 의 2.5배에 이르는 자영업자 규모로 인해 ‘영업시간’ 규제 까지 필요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법만 바꾼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예 로드맵조차 논 의되고 있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다. 자영업자의 수도 많은 데다 도산과 창업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며 낮은 수익성과 높은 불안정성을 가지고 있는 우 리나라 자영업의 구조는 큰 혁신이 필요하다. 이는 정부 가 나서서 재편해야 한다. 생활임금조차 벌어들일 수 없 는 한계기업들에 대한 인허가 규제도 필요하고, 상권 보호 를 위한 제반의 행정적 조치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40시간 규제를 통해 시사 속 법률 주목! 이 법률 22

생활임금 확보가 안 되는 소기업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정 부가 지원책을 사용하든, 구조조정을 통해 일자리를 재편 하든,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큰 그림이 나와야 한다는 것 이다. 그래야 일하는 사람 모두가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될 것이다. 3. 맺으며 _ 현재의 구조에서라도 연착륙이 필요하다 문제의 핵심은 신속하게 실제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어 야 한다는 것이다. 인력충원을 위한 지불능력이 있는 대기 업은 큰 문제가 아니다. 진짜 중요한 대상은 대기업 노동 자보다 더 많이 일하고도 연장노동수당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며 일하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이다. 특히 방송산업이나 출판업, 게임 등의 프로그램 개발업 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무조건 일정 기간 안에 작업을 끝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마감에 맞추기 위해 집에서 일을 하거나 숨어서라도 작업을 하는 등 초과노동을 하는 경우, 그리고 수익 향상을 위해 법을 지키지 않는 기업의 경우 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책이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아래와 같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첫째, 장시간 노동기업에 대한 감독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근로감독관 규모로는 일제조사가 불가능하므로 언 론에 노출되어 문제가 된 사업장부터 우선 감독하고, 주 기적으로 각 사업장이 전월 또는 분기별 노동시간을 보고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보고 자료에는 노사(근로자대표) 모두가 날인하고, 이 를 근거로 문제가 되는 사업장에 대해 감독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좋다. 둘째는 남아 있는 특례업종을 빠른 시일 내에 없애야 한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운송업과 보건업이 아직까지 특례업종으로 남아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미 특례가 폐지되는 업종의 경우도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규모별로 2022년 1월 1일까지 순차 적용되기 때문에 지금 부터 적용해도 결코 부담스러운 사항은 아니다. 셋째, 일부 업종에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극 활 용해야 한다. 이 조항에 따르면 3개월 이내의 단위기간 중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은 52시간을, 특정한 날의 근로시 간은 1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일할 수 있다. 이는 방송, 출판, 개발업무 등 업무가 집중되는 특정 시 기가 있는 사업장에서 사업주의 이해를 만족시켜주는 제 도다. 지금까지 이러한 제도가 잘 시행되지는 않았는데, 굳이 이 제도를 활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다양한 노동 시간 규제 제외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에 대한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이 적극 고려되어야 하고, 당연히 장시간 노동을 한 이후 더 노동 한 시간에 대해서는 휴게시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넷째, 노동시간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건강보호 조항을 「산업안전보건법」에 신설해야 한다. 장 시간 노동은 필연적으로 뇌심혈관계질환이나 정신질환 을 가져오게 된다. 현재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어 있고 앞 으로도 제도 때문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노동자 집단에 대해서는 다른 차원의 안전망이 작동해야 한다. 즉,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의무조항에 주당 52 시간을 넘겨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건강장 애 예방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건강상 고충을 더욱 잘 듣고 고충처리를 해야 하며, 건강 상 장애가 나타나면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노동시간 문제에 대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앞서 설명했듯이 정부는 이번 보호조 항에서 텅 비어 있는 소기업 사업장을 보호하기 위해 자 영업 구조의 개편 등 전체적인 측면에서의 정책을 강구해 야 한다. 23 법무사 2018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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