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다양한 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성폭력은 여전히 사적 영역으로 치부되면서 공권력의 개 입이 소극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다. 최근의 미투운 동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다. 사적 영역의 일로 치부되었던 다양한 성폭력들이 피해 자의 공개적인 고발을 통해 공적 공간에 던져짐으로써 공 권력의 개입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미투운동의 진정한 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 피해자가 수치심과 모멸감이라 는 또 다른 피해를 감수했을 때 비로소 실효를 발휘하게 됐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미투의 오염, 가짜 미투와 진짜 미투? 지금의 미투운동은 변화한 여성들의 자각과 법적 제도 화가 그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앞서 두 학교의 사례에서 언급했듯이 성폭력과 관련해 여성들은 급격하고 전반적 인 인식 변화를 겪은 반면, 남성들의 변화는 완만하고 부 분적이다. 물론 여성과 남성 모두를 여기에 일률적으로 대 입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인 차이보다 성별의 차이가 두 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이 같은 차이가 성폭력에 대한 여성의 발화를 가 능하게 함과 동시에 발화된 내용에 대한 시각차도 불러왔 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여성과 남성이 각각 피해자 와 가해자를 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경우는 피해자에 공감하며 피해자성을 공유하는 반면, 남성의 경우는 남성 일반이 갖는 가해자성에 동의하 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다수 남성들의 자세는 미투운동을 대하는 두 가 지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성차별적 문화에 대한 구체적인 자각과 성찰 없이 ‘나쁜 놈’ 하나만 처벌하 면 된다는 생각이다. 다른 하나는 물리적인 폭력성이 확 실하지 않은 경우, 피해자가 고발한 성폭력 사실에 동의하 성폭력 없는 세상은 성차별 없는 성평등이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성평등을 향한 거대한 물결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사진은 2016.7.4. 제21회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에서 양성평등디자인 공모전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한 남성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18 시사 속 법률 차별은 가고 인권이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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