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4월호

그런데 자신의 욕망이 달성되었다고 해서 인간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욕망이 충족되면 인간은 다시 공허해지고 무료함에 빠지게 된다. 행복을 느낄 시간조차 없이 다시 결핍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인간의 삶은 시계의 진자(振子)처럼 고통과 무료함 사이를 왔다 갔다 하게 된다. 결국 이 고뇌가 다른 고뇌로 바뀌는 데 그칠 뿐이다. 부족함, 곤궁함, 근심 같은 고통을 몰아내는 데 성공한다 해도, 고통은 또 다른 모 습들로 교대하여 나타난다. 성적 욕구, 열정적인 사랑, 질투, 부러움, 증오, 불안, 명예 욕, 금전욕, 질병 같은 고통이 다시 생겨난다. 그러다가 다른 고통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게 되면, 그때는 싫증과 무료함이 슬픈 회색 옷을 입고 나타난다. 그러니 인간은 날 마다 새로이 생기는 무거운 욕망에 시달리며 자신의 현존(現存)을 유지하기 위해 한 평생 걱정하며 살아간다. 이렇게 사는 삶은 행복할 수 없다. 언제나 결핍을 느끼고, 채워지지 않는 욕망 앞에 서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기적인 사람은 항상 만족하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며, 뭔 가를 놓치거나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늘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탐욕은 우 리를 불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장자』(莊子) 내편(內編) 제물론편(齊物論篇)에서는 “인간은 모두가 자기 위주의 욕 망이나 작은 지혜 때문에 일생을 불안 속에서 보낸다. 사람들은 모두가 이런 작은 범 위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나친 욕망은 우리의 삶을 힘들게 만든다. 욕 망을 채우는 데 매달리는 삶이 결코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욕망이 우리를 더 슬프게 만드는 것은 애당초 나 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철학자 라캉이 타자의 욕망에 갇 혀 있는 우리들의 삶을 말하면서 “나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 이라고 했듯이, 내가 갖고 있는 욕망은 사실은 다른 사람들의 욕망을 내가 이식받은 것에 불과하다. 영화 「사도」에 나왔던 사도세자의 비극은 아버지의 욕망을 대신 껴안고 살아야 했던 아들의 불행한 죽음이었다. 무수리의 아들이라는 신분과 경 종 독살설에 따른 논란을 의식한 영조는 아들 사도세자에게 큰 기대를 갖고 그를 완 욕망 속에서 잃어버린 내 얼굴 문화의 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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