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4월호

욕망 앞에는 이념, 세대, 계층의 구분이 없다. 욕망의 유혹 앞에서 흔들리기 쉬운 것은 모든 인간의 공통된 속성이다. 카 뮈의 소설 「전락」에는 강에 뛰어내려 자살하는 여자를 구하 지 않고 지나친 뒤,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지 않았다는 심판을 받게 될까 두려워하는 변호사 클라망스의 고백이 나온다. 그는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심판이 있기 전에 스스로 참회 하며 자신을 심판한다. 클라망스는 약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정의감도 있고, 친절 하며 세련된 변호사였다. 그는 그런 자신의 모습 속에서 떳떳한 편에 있었기에 가능한 ‘양심의 평온함’을 얻고 살아왔다. 하지만 클라망스는 그런 자신의 모습이 ‘범속한 야 망보다 더 높은 곳’에 도달하려는 욕망의 결과였음을 고백하며 참회한다. 그는 “나의 마음속에서나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 환하게 불을 켜놓았다. 그러면 즐거운 찬양이 나를 향해 떠오르곤 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적어도 나는 내 인생과 나 자신의 우월성에 기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라고 털어놓 는다. 약자들을 위해 일하는 유명 변호사의 선행조차도 우월감이라는 욕망의 표현임 을 읽는다. 평소 사람들 앞에서 정의를 외치던 사람조차도 자기의 이기적 욕망에 매달려 잘못 을 저질렀던 일을 알게 될 때 우리는 크게 실망하게 된다. 언제나 스스로 경계하고 성 찰하지 않으면 욕망의 포로가 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욕망에 관한 얘기를 하다 보니 요즘 전개되고 있는 미투 운동이 떠오른다. 연일 터져 나온 미투 고발은 탐욕으로 흘러버린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미투 고발의 대부분은 권력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성폭력이었다. 권력을 가진 상급자들이 힘이 약해 저항하지 못하는 아랫사람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자행했다. 거기에는 성적(性的) 욕망뿐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권력에 도취되어 버린 욕망의 얼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는 탄식은, 역으로 우리 누구나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면 죄 를 지을 수 있는 존재임을 말해주고 있다. 미투 가해자들을 비난하는 우리에게도 그 같은 욕망이 전혀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성적인 욕망, 권력에 대한 욕망은 사실 누구에게나 따라다닐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힘없는 사람들에게 고통과 슬픔을 안겨주는 그런 나 쁜 짓을 하지는 않는다. 성적 욕망을 다스리고, 혹 갖고 있는 작은 권력이 있다 하더라 욕망을 다스리는 자신의 도덕법칙 문화의 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84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