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5월호

만나고 싶었습니다 성백현 서울가정법원장 주목! 이 법률 「히트 앤 런 방지법」 도입을 위한 과제 자유 발언대 공인인증서 폐지와 전자등기의 올바른 방향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고통을 이겨내는 힘 2018년 5월 vol. 611

발행인 노용성 편집인 방용규 편집주간 박형기 편집위원 고덕철, 김대봉, 김미영, 김인숙, 박재승, 서정우, 송태호, 신혜주, 염춘필, 이상진, 이종만, 이태근, 정정훈 편집장 임정와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일 2018년 5월 5일 통권 제611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 더블루랩 표지 일러스트 박혜림 정기간행물 등록 1965년 5월 7일 강남라 00102호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 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출생에서 상속까지” 우리 인생의 열두 달 이야기 결혼, 새로운 출발 5월의 커플이 긴 인생길의 중요한 관문 하나를 통과하려 합니다. 두 사람은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그들만의 새로운 가정을 만들고자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협력하는 혼인생활, 법무사는 안정적인 가정 법률의 길잡이로서 언제나 그 곁을 지키겠습니다.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합니다! 5월

Contents 인터뷰 8 만나고 싶었습니다 성백현 서울가정법원장 시사 속 법률 14 차별은 가고 인권이 오다 사회적 차별과 참정권의 역사 20 주목! 이 법률 양육비 대지급제도 「히트 앤 런 방지법」 도입을 위한 과제 생활 속 법률 24 고마워요, 생활법률 여가생활편 3 _ 내 저작권 지키기(2) 30 법조기자가 쓴 생활판례 보따리 전기보온기 감전사고 손해배상청구 (서울중앙지원 2016가합21365) 등 34 새로 시행되는 법령 「가맹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 (2018.4.3. 시행) 등 36 법률고민 상담실 민사, 민사신청, 민사집행 분야 98 내가 만난 법무사 주민등록증 성씨 한자(漢字) 오기, 바로잡다

2018년 5월 vol. 611 실무 지식 56 지방세 Q&A 계약명의신탁과 취득세 납세의무 등 62 사건수임기 변제자대위와 차순위자대위의 부당이득금 귀속자 68 법무사 실무광장 형사조정제도의 이해 및 조정의 진행 법무 뉴스 40 법무사가 달린다 외국인투자법인 전문, 임선혜 법무사 44 업계동향 2018년도 등기법포럼 개최 등 46 업계 핫이슈 법무사 통합정보시스템의 개요와 서비스 구성 52 자유 발언대 공인인증서 폐지와 전자등기의 올바른 방향 문화의 힘 6 사람이 살고 있었네 5월, 가족 나들이를 즐기는 사람들 76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고통을 이겨내는 힘 82 법조, 그땐 그랬지 부책 → 카드·바인더 → 전산, 등기부 변신의 역사 86 책에서 깨친 인생 김웅의 『검사내전』 동정 등록 88 협회는 지금 협회·지방회·법무사 92 법무사 신규등록·등록공고 99 대한법무사협회 감사 선거 공고

달려라, 오늘은 우리들 세상 5월, 가족 나들이를 즐기는 사람들 6 사람이 살고 있었네 문화의 힘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이 많아졌다. 지난 4월 7일, 부산시민공원에서 열린 ‘2018년 국제어린이마라톤 어린 이나눔축제’에도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이 많이 참석했다. 이날 마라톤대회에서 출발 신호가 울리자 어린이들이 앞다퉈 달리고 있다(사진 ❶). 전날인 4월 6일에는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가정원에서 봄꽃축제가 열렸다. 부모, 자녀를 동반한 가족 나들이객들 이 빨강·노랑·하양·보라, 형형색색의 튤립이 매력을 발산하는 꽃밭에서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고(사진 ❷), 어미 개와 강아지가 서 로 눈을 맞추는 꽃 조형물 ‘행복하개’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사진 ❸)하기도 하는 등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❶ ❷ ❸ 7 법무사 2018년 5월호

가정법원, ‘후견자’ 역할로 패러다임 대전환 서울가정법원이 최근 야외 면접교섭실을 개소했다고 들었습니다. 일반국민들에게는 ‘면접교섭실’이라는 게 생 소하게 느껴질 것 같은데,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우리 「민법」은 비양육친의 면접교섭권을 인정하고 있 고, 「가사소송법」에서는 이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면접 교섭 이행명령제도’도 마련하고 있습니다만, 부부가 이혼 을 하는 과정이나 이혼 후에 서로 갈등이 심해져서 실제 로는 면접교섭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혼부모 간에 합의가 잘 되지 않아 수년 동안 자녀를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면접교섭 중에 서로 싸우거 나 쌍방폭행사건이 일어나기도 하죠. 심지어 면접교섭 중 에 아이를 일방적으로 탈취하는 사건까지 있으니까요. 이러다 보니 자녀의 복리를 위해 법원이 나서게 되었습 니다. 2014년에 면접교섭실 ‘이음누리’를 개소했는데, 이 곳은 일종의 중립지대라고 할 수 있어요. 심리전문가인 면 접교섭위원의 지도에 따라 효과적인 면접교섭이 가능하 고, 위에서 말한 위험들을 방지할 수 있거든요. 특히 면접교섭위원들은 일방만 투과되는 매직 미러 (Magic Mirror)를 통해 면접교섭 과정을 지켜보면서 혹시 라도 자녀에게 위협적이거나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바로 개입을 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음누리가 올해로 개소 4년차인데, 신청자들이 많아 공간이 부족할 정도예요. 얼마 전에는 일본 NHK에서 취 재까지 하고 갔죠. 이런 응원에 힘입어 지난 4월에는 이음 누리 옆에 야외 면접교섭실인 ‘햇빛누리’도 개소했습니다. 이곳은 아이들이 좀 더 편안하고 즐거운 환경에서 비양육 부·모와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놀이터 형태로 만들었어요. 법원은 판결을 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이혼가정 자녀 의 면접교섭 문제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일반국 성백현 서울가정법원장 ‘건강한 가정’ 만들기, 가정법원이 후견합니다 가정법원은 가정과 관련된 가사사건과 소년사건, 가족관계등록에 관한 사건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다. 가사 관련 사건들은 가정의 회복에 궁극적인 분쟁의 해결이 있는 만큼 가정법원은 법원 고유의 심판적 기능보다는 후견·복지적 기능이 강조된다. 그런 점에서 서울가정법원은 최근 면접교섭센터의 야외놀이터를 개장하는 등 적극적인 실천을 하고 있다. 가정의 달 5월을 앞둔 지난 4월 20일 10:00, 성백현 서울가정법원장을 만났다. 우리 시대, 위기가정의 회복을 위해 가정법원은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을까. <편집부> 진행•방용규 본지 편집위원장 / 대한법무사협회 부협회장 권중화 대한법무사협회 전문위원 사진•김흥구 더블루랩 8 인터뷰 만나고 싶었습니다

9 법무사 2018년 5월호

민들로서는 신기하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가정법원의 역할이 많이 변했습니다. 예전에 는 가정법원도 다른 법원들처럼 심판을 통한 사법적 해결 을 하려 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사건의 과정에서부터 사 후관리까지 법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가정을 건강하게 회복시킴으로써 사건 자체를 예방하는 후견·복지적 해결 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화했습니다. 부모가 이혼을 하면 아이들은 자신 때문에 부모가 이혼 을 했다고 생각하거나 부모가 나를 버렸다고 생각할 수 있거 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양육하지 않는 부모가 꾸준히 아이를 만나면서 이혼은 부부 사이의 문제일 뿐, 너의 잘못이 아니고, 너를 버린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고 아이의 상처를 최소화시켜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혼소송 원·피고의 심판자 역할을 하던 과거에 는 대립당사자가 된 두 사람이 서로 재판에서 이기기 위 해 상대의 작은 흠들을 부풀려 비난하고 대립하면서 서로 원수가 되기 때문에 당사자는 물론 자녀들도 큰 상처를 받게 되고, 판결이 내려져도 당사자 간에 갈등이나 자녀들 의 상처도 해소되지 않아 이후 양육비 이행이나 면접교섭 을 위한 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죠. 하지만 지금은 소송절차가 아닌 조정절차를 통해 갈등 이 확대되기 전에 법원이 조기 개입해 사건을 해결합니다. 이를 ‘조기개입 모델’이라고 하는데, 이 모델에서는 소송 이 접수되면 당사자들에게 미성년자녀의 정보나 가정폭 력 등 구체적인 정보를 알 수 있도록 ‘기초조사표’를 작성 토록 합니다. 이를 기초로 가사조사관이 당사자들을 만나 가정파탄에 이르게 한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면밀히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해 조정위원회에 전달하죠. 또, 미성년자녀를 둔 당사자에게는 ‘이혼이 자녀에게 미 치는 영향’, ‘이혼 후 자녀양육에 있어 부모의 역할분담’ 등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교육하는 ‘자녀양육안내’를 이수토 록 권고하기도 하고, 부부상담이나 가족상담의 기회를 제 공해 당사자의 아픔을 치유하고, 이들이 원만히 분쟁을 해결하겠다는 마음의 끈을 놓지 않도록 조력합니다. 이런 조기개입 조치들을 통해 최대한 갈등을 최소화시 킨 후에 마침내 조정이 진행되는데, 법원은 조정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양육 비나 면접, 교섭 등 자녀양육과 관련한 사전처분 조치도 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는 이런 과정 속에서 자신의 삶과 자녀에 대한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고, 결 과적으로 원만하게 조정이 성립되는 것이죠. 가사분쟁? 가정이 바로 서야 해결된다 결국 가정을 바로 세워야만 근본적인 분쟁 해결이 가 능하다는 뜻이군요. 소년사건도 그렇고 대체로 가사사건 들은 가정 해체가 원인인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가정의 해체가 청소년의 문제로 나타나고, 청소년의 문제가 이후 가정의 해체로 이어지는 거죠. 어려 서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자녀가 청소년기에 문제를 일으 키거나 성인이 되어서도 안정된 가정을 꾸리지 못해 가정 이 해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자녀도 똑같은 삶을 대물림하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거죠. 가정법원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비행청소년의 반복적 인 비행 문제나 이혼 판결을 받고도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서 이 악순환의 고리를 궁극적으로 끊지 않는 한, ‘판결이란 또 하나의 분쟁을 만드는 씨앗일 뿐’이라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런 고민의 결과가 이혼사건에서의 ‘조기개입 모델’ 도 입이었고, 소년보호재판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죠. 이전 의 소년재판은 판결해 소년원이나 보호시설로 보내면 그 걸로 끝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소년원에 보내기 전에 1 호에서 10호까지 단계별로 다양한 보호처분 결정을 합니 다. 거기에는 보호자인 부모가 돌보게 하거나 사회명령, 보호관찰, 시설위탁 등 다양한 처분이 있죠. 10 인터뷰 만나고 싶었습니다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들은 다양한 문화체험을 통해 자 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받습니다. 청소년 캠프를 가거나 발레교실, 템플스테이, 바리스타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죠. 청소년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낮 은 자존감에 있습니다. 그래서 자존감 회복을 통해 행동 의 개선을 유도하는 거예요. 또, 소년보호재판에서는 ‘집행감독’도 이루어집니다. 보 호처분이 확정되면, 법원이 직권으로 보호처분의 내용이 잘 집행되고 있는지 감독을 해서 잘 되고 있으면 보다 낮 은 보호처분으로 결정을 변경해 주기도 하죠. 형사재판을 생각한다면 일사부재리인데 어떻게 이미 결정된 것을 판사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을까 하지만, 집 행감독 제도야말로 소년보호재판의 궁극적인 목적이 처 벌이 아니라 소년의 보호와 행동의 개선에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제도가 아닐까 합니다. 요즘은 가정폭력사건도 ‘가정보호사건’으로, 아동학 대사건도 ‘아동보호사건’으로 취급하잖아요. 이런 것도 가정과 아동의 보호를 통해 궁극적인 사건 해결을 도모한 다는 의미겠지요? 그렇죠, 예전에는 경찰서에서 합의하면 가정폭력사건 도 그대로 끝나고 그랬지만, 요즘은 제대로 합의가 되지 않은 사건들은 경찰서에서 가정보호사건으로 넘깁니다. 그렇게 넘어온 사건들은 법원이 보호관찰이나 치료, 상 담위탁과 같은 보호처분을 내려 전문상담위원을 개입시키 죠. 전문적인 상담전문가로부터 부부·가족상담을 받도록 해서 가족폭력의 원인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파악하 고, 그 원인을 치유함으로써 근본적으로 가정이 회복될 수 있게 돕는 겁니다. 아동학대범죄도 비슷한 과정이고요. 1~2년 전부터 서울가정법원에서는 아동보호사건과 가정 보호사건에서도 소년보호사건과 마찬가지로 ‘집행감독제 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건들은 보호처분을 내리 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집행을 꾸준히 감독하 콩나물 시루에 물을 줄 때는 물이 다 흘러내린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쑥 자라 시루를 가득 채우고 있잖아요. 아이들에게는 그런 물주기가 필요합니다. 믿어주고, 지켜봐주는 관심이 지속되어야 소년이 성장할 수 있죠. 11 법무사 2018년 5월호

고 사후관리를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하죠. 인천초등생 살인사건 등으로 인해 소년범죄의 처벌수 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도 높았는데, 법원장님 말씀을 들으 니 우리 가정법원은 이미 그런 수준을 훌쩍 넘어서 있네요.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 대부분이 어려서 부모와 이별하 는 아픔을 겪었거나, 주취폭력 버릇이 있는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했거나, 지독하게 가난하거나, 분노조절장애나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년들입니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10대의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 무 버거운 것이기 때문에 가정을 피해 달아나고, 그러다 보니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어울려 절도를 하거나 범죄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잘못을 저질러 법정에서 마주한 소년들을 바라볼 때면 이어령 선생의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듯이」라는 시가 생 각납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 는 것과 같다는 거예요. 물을 줄 때는 다 흘러내린 줄 알았 는데, 어느 날 콩나물이 쑥 자라 시루를 가득 채우잖아요. 소년들에게는 그런 물주기가 필요합니다. 사회가 나서 서 믿어주고, 도와주고, 가르쳐주고, 지켜봐주는 관심이 지속되어야 소년이 성장할 수 있죠. 그래야 소년범죄로부 터 안전한 사회도 만들 수 있는 것이고요. 피후견인 구제 위해 ‘국선후견인제’ 시행 성년후견 관련 사건도 가정법원의 업무 중 하나인데, 성년후견사건의 추이는 어떤지요? 서울가정법원에는 ‘후 견센터’도 있는데, 그 현황도 궁금합니다. 최근 추이를 보면 재판상 이혼이나 협의이혼의 건수는 줄어드는 대신 후견개시사건과 후견감독사건의 접수건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성년후견개시사건 은 2016년에 1,336건을 처리했는데 작년에는 1,739건으 로 1년 사이에 403건이나 증가했어요. 그러다 보니 업무가 과중돼 지난해 2월, 후견사건을 전 담하는 재판부를 기존 2개에서 3개로 늘리고, 7월에는 성 년후견사건 전담조직인 ‘후견센터’도 개소하게 되었죠. 후견센터의 개소로 특히 후견감독사건을 일관되고 안 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척 고무적이라고 생 각합니다. 후견감독사건은 한번 개시되면 피후견인이 사 망할 때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피후견인이 신상보호와 재 산관리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 꾸준한 감독이 필요하고, 문 제가 발생했을 때는 적시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후견센터처럼 상시적이고 독립적인 기관이 있으면 후견 개시사건 접수부터 후견감독사건의 종료 및 말소등기까지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후견감독사무의 수행 능력이 높아질 수 있죠. 그래서 요즘 후견센터의 역량강화 와 업무표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치매를 앓는 피후견인 보호 등 보수에 비해 업무가 과 중해 중도 사퇴하는 후견인도 많다고 합니다. 후견인에 대 한 국가의 지원 등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어떤가요? 그 필요성이나 취지에는 공감이 가지만, 성년후견의 특 성상 피후견인이 사망할 때까지 후견서비스가 지속되어 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 법원의 경우, 돌볼 친지가 없고 재산이 없는 피후 견인을 위해 국선변호인제도와 유사한 ‘국선후견인’ 도입 을 계속 주장해 왔는데, 법률 개정에서부터 예산상의 문 제 등으로 결국 시행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형편이 어려운 피후견인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 기 때문에 올해부터 전문가 후견인 등의 후보자 중에서 직 권으로 후견인을 선임하고, 절차구조의 방식으로 그 보수 를 지급하는 일명 ‘국선후견인’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내용과는 차이가 있습니다만, 지난해 9월 「치 매관리법」에 성년후견제 이용지원 규정이 신설되어 국가 나 지자체로부터 후견인의 후견사무 수행에 필요한 비용 12 인터뷰 만나고 싶었습니다

의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는 근거가 생기기는 했습니다. 법무사는 가정법원과 가장 가까운 법률가 가정법원이 하고 있는 일을 들어보니 너무나 많은 일 들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간의 사건 중에서 국민 모 두가 알아두면 좋을 사례가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결혼기간 동안 상당한 재산을 모은 한 부부가 있었는 데, 남편의 독선과 폭행, 불륜 등을 이유로 얼마 전 아내가 이혼 및 재산분할을 청구했습니다. 재산의 명의는 모두 남편으로 되어 있었는데, 남편이 재 판 도중 재산 대부분을 출연해 비영리법인을 설립했어요. 그런데 아내는 사해행위취소소송의 제척기간이 도과해 그 출연재산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가 없었죠. 근래에는 이혼합의사건의 주된 심리가 재산분할대상 이나 그 가액을 확정하는 데 있다 할 정도로 자신 명의의 재산을 은닉하거나 소비, 증여 등으로 처분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아주 치열하게 다투는 부분이죠. 그런데 요즘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위 사례처럼 비영리법인에 출연한다거나 심지어는 비트코인 가상화폐 를 몰래 구입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그 수법이 고도화·지 능화되고 가고 있습니다. 이런 사건을 접하면서 법원이나 법률종사자들이 현실의 변화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법망을 회피하는 사람이 이익을 얻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우려 됩니다. 철저하고 세밀한 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가정법원의 후견적 기능과 법무사의 생활법률 서비스 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법무사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좋은 말씀입니다. 우리 가정법원은 과거와 달리 후견복 지적 역할과 그 업무를 수행하는 법원이라는 점에서 변호 사보다는 생활법률을 다루는 법무사와 더 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 후견센터에서도 법무사님들이 상담위원을 맡아서 후견인들의 보고서 작성을 도와주고, 법률적인 조 언도 해주시고 있는데, 상담위원 8명 전원을 법무사들로 만 모셨습니다. 앞으로 우리 가정법원의 후견복지적 역할이 많아질수 록 법무사님들의 참여도 많아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것 이 국민들에게도 유익하고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정법원은 아무래도 변호사보다는 생활법률을 다루는 법무사와 더 가까울 수밖에 없는 법원입니다. 앞으로 후견복지적 역할이 많아질수록 법무사님들의 참여도 많아질 것이라 기대하고, 국민들에게도 유익하고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13 법무사 2018년 5월호

온몸으로 싸워 얻어낸 ‘정치적 자유’ 임미리 한신대학교 학술원 전임연구원 사회적 차별과 참정권의 역사 14 시사 속 법률 차별은 가고 인권이 오다

정치적 자유권인 참정권, 여성이 가장 늦게 획득 인권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국민이 선거를 통해 정치에 참여하거나 국가기관의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참정권’은 정치적 자유권으로서 가장 광 범위한 투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참정권에는 크게 선거권과 피선거권(공무담임권), 국민 투표권이 포함된다. 이 중 피선거권은 실제로 행사되는 경 우가 소수에 불과하고, 국민투표권은 국민투표의 사안이 있을 때만 행사되기 때문에 ‘선거권’이야말로 참정권의 본 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선거권은 ‘투표권’이라고도 하는데, 이때의 투표권은 국 민투표권과는 구분되는 말로서 선거권과 국민투표권, 지 방선거권 모두를 아우르는 말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선 거권을 투표권과 같은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선거권 또는 투표권은 선거(투표)의 4대 원칙인 보통선 거, 평등선거, 직접선거, 비밀선거 중 보통선거와 관련이 크다. 보통선거야말로 정치적 평등의 보루라고 할 수 있 다. 보통선거는 사회적 신분이나 교육, 재산·인종·신앙·성 별 등에 따른 제한 없이 일정한 연령에 달한 모든 국민에 사진은 지난 2015.7.3. 미국 흑인 참정권운동의 상징인 ‘셀마행진’ 50주년 기념 행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함께 행진하는 모습. ‘셀마행진’은 1965.3.7. 당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이끄는 흑인시위대 행렬이 앨라배마주 셀 마의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에 도착하자 경찰들이 무자비하게 진압하여 많은 부상자가 발생한 사건으로, ‘피의 일요일’ 사건으로도 불린다. 돌멩이야말로 가장 쉽고 직접적으로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몸을 다치면서 싸울 때보다 유리창을 깨면서 싸울 때 더 많은 진보를 이뤄냈다. 15 법무사 2018년 5월호

게 선거권이 주어지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으로 13개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 서 일정 연령 이상의 국민에게 선거권이 주어져 있다. 그 러나 주지하다시피 이러한 보통선거가 처음부터 일반적 인 것은 아니었다. 1789년 프랑스혁명으로 왕정이 무너지 고 공화정이 수립되었지만, 참정권을 갖게 된 것은 부르 주아 남성에 한정됐다. 이후 참정권, 그중에서도 선거권을 쟁취하기 위한 지난한 투쟁이 시작되었다. 결과적으로 참정권을 획득한 순서는 부르주아 남성, 남 성 노동자, 흑인 남성, 여성순이었다. 선거권이 늦게 주어 질수록 사회적 차별이 컸을 뿐만 아니라 보편적 인권을 쟁취하기 위해 더 많은 투쟁과 희생이 따랐다. 차티스트, 남성노동자들의 선거권 실현운동 선거권을 포함한 참정권운동의 효시는 1836년 노동자 들이 중심이 된 영국의 차티스트 운동으로 볼 수 있다. 프 랑스혁명 과정에서 니콜라 드 콩도르세와 올랭프 드 구주 등이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하는 등 이전에도 유사한 운동 이 있긴 했지만, 한 국가 내에서 전국적인 연대로 전개된 것은 차티스트 운동이 처음이었다. ‘차티스트 운동’은 1838년 공시한 「인민헌장(people’s charter)」의 실현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1837년 윌리엄 러벳이 기초하고 이듬해 배포된 인민헌장은 △남성의 보 통선거권, △비밀 무기명투표, △의원의 재산에 의한 자격 제한의 철폐, △의원에 대한 세비 지급, △평등선거구제, △의회의 매년소집 등 6개 항목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영국은 21세 이상의 남성이 600만 명을 넘었지만 선거권은 불과 84만 명에게만 주어졌다. 1832년 최초의 선거법 개정 때 납세액을 기준으로 선거권을 부여했기 때 문이다. 이에 런던노동자협회를 중심으로 21세 이상 모든 남성의 선거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운동을 전 개했던 것이 바로 차티스트 운동이었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대규모의 청 원, 시위운동, 무장봉기, 파업 등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좌절 되었다. 1839년에는 125만 명의 서명을 받은 헌장 청원서가 제출됐으나 의회는 이를 거부하고 지도자들을 체포했다. 차티스트 운동은 1848년까지 약 10년에 걸쳐 전개됐 으나 선거법 개정에서는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마감됐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영국의 보통선거제도 확 립뿐 아니라 선거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1867년 선거법 개정으로 대부분 도시의 임금노동자들 에게 선거권이 부여되었으며, 1884년에는 농민과 광산노 동자까지 확대되었다. 또 1872년에는 비밀투표제가 보장 돼 기존의 뇌물과 권력에 의한 투표 관행이 점차 사라지는 등 선거제도와 문화가 선진화되었다. 흑인 참정권, 정치적 헌신과 민권운동의 결과 한편, 흑인노예의 참정권 운동은 미국의 노예해방투쟁 및 흑인민권운동과 궤를 같이한다. 1787년 미국의 초기 헌법에서 흑인은 자유인의 5분의 3으로 계산됐으나 1865 년에는 노예제 폐지, 1870년에는 흑인의 참정권이 미국 헌법에 규정됐다. 채 50년이 안 되는 기간에 일어난 이 같 은 변화는 미국 북부의 산업화와 그에 따른 남북전쟁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노예제 폐지운동은 1780년, 펜실베이니아주 의 회가 처음으로 「노예해방법」을 통과시킨 뒤 공장의 임금노 동자로 일할 자유민이 필요했던 북부의 다른 주들도 동참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농업을 중시하는 남부에서는 여전히 노예제를 고 수하고자 했다. 곧 남부의 각 주들은 연방에서 탈퇴해 분리 독립을 선언, 1861년 이를 저지하려는 북부와 전쟁을 치렀 으나 1965년 봄, 북군의 승리로 종전되었다. 16 시사 속 법률 차별은 가고 인권이 오다

여성참정권 운동은 1880년대 영국 여성들의 투쟁이 가장 선전적이다. 당시 여성참정권운동을 이끌던 에멀린 팽크허스트(사진 가운데)는 유리창 깨기와 방화, 투옥, 단식까지 불사하며 참정권 투쟁을 벌여 ‘전투파’의 리더로 불렸다. 사진은 1880년대 당시 시위 모습. 북부에서 노예해방 주장이 나온 것은 자본주의의 성장 으로 임금노동자의 필요 때문이었지만, 그것만이 미국 노 예해방의 충분조건은 아니었다. 남북전쟁이 북군의 승리 로 마감하기까지에는 흑인노예의 참여와 희생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1862년 7월, 링컨이 북군에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참 여를 허용하면서 20만 명 이상의 흑인들이 북군에 입대 했다. 이들은 봉급과 진급 등에서 많은 차별을 받았음에 도 불구하고 전쟁에 큰 공헌을 했다. 북군에 종군한 흑인 군인 중 약 4만 명이 전사했고, 23명이 미국 군인 최고의 명예훈장인 ‘명예의 메달’을 받았다. 남북전쟁이 종료되고 5년 뒤인 1870년, 수정헌법 15조 에 흑인의 참정권이 규정됐지만 이것이 지금과 같은 보통 선거권은 아니었다. 남부에서는 인종차별법인 「짐크로법」 을 제정하고, 교육받지 않은 흑인에게는 선거권을 주지 않 는다는 조항을 넣어 사실상 선거권을 부정했다. 흑인이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문맹검사를 통과해야 했는데, 라틴 어를 읽고 해석하라는 등의 터무니없는 문제들로 이루어 진 검사였다. 미국사회에서 흑인차별이 본격적으로 완화된 것은 1, 2 차 세계대전 과정에서 흑인들의 참전을 위해 군대 내 차 별을 금지하면서부터다. 이후 1964년, 남부 흑인들의 실 질적 투표권 보장운동인 ‘미시시피 자유여름운동’과 1965 년 3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로 유명한 셀마행진 등 이 전개되었고, 마침내 그해 「연방선거권법(Voting Rights Act)」이 시행되면서 흑인들도 실질적인 선거권을 보장받 을 수 있게 되었다. 방화·투옥·단식 투쟁으로 쟁취한 여성 참정권 미국에서 여성의 선거권은 1920년에서야 연방헌법에 17 법무사 2018년 5월호

규정됐다. 흑인 참정권 규정보다 50년이나 늦은 것이었 다. 노예해방운동 당시 노예폐지운동과 여성운동을 연계 하자는 주장이 있었으나 여성운동이 노예폐지운동에 손 상을 줄 것이라는 논리에 따라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본격적인 여성 참정권 운동은 영국을 중심으로 매우 극적인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1913년 6월 4일, 영국 런던 남부 엡섬다운스에서 열린 경마대회에서 한 여성이 “여성 에게 참정권을!”이라고 외치며 돌진하는 국왕 조지 5세의 말 앞으로 뛰어드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녀는 여성운동가 에밀리 와일딩 데이비슨이었다. 중태에 빠진 그녀는 결국 나흘 뒤 세상을 떠났다. 영국 여성들의 참정권 운동은 1880년대부터 조직화됐 지만 이 무렵 점차 과격해져 유리창 깨기와 방화, 투옥, 단 식까지 불사하며 투쟁했다. 당시 이 같은 ‘전투파’의 행동 을 주도한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돌을 사용하는 것이 결코 감정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돌멩이야말로 가장 쉽고 직접적으로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 에 “몸을 다치면서 싸울 때보다 유리창을 깨면서 싸울 때 더 많은 진보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이런 투쟁의 결실로 여성의 참정권은 19세기 후반 유럽 의 일부 나라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되기 시작했다. 현존하 는 독립국 중에는 1893년, 뉴질랜드가 최초로 여성에게 선거권을 부여했고, 유럽에서는 1905년, 핀란드가 여성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인정했다. 메이지유신 이후 서구 민주주의제도를 도입하기 시작 한 일본은 처음에는 15엔 이상의 직접국세를 납부하는 남 성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했다가 1925년, 만 25세 이상 모 든 남성에게 선거권을 부여했고, 여성은 1945년에서야 선 거권을 부여했다. 그 밖의 나라에서는 1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여성의 선 거권이 제도화됐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 수립과 함 께 여성을 비롯한 모든 국민에게 참정권이 주어졌다. 가장 최근에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나라는 2015년 사우디 아라비아다. 1972년 폐지되었던 우리나라 재외국민 참정권은 1997년 재일동포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으로 2009년 인정되었다. 그러나 2010.6.17.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는 “재 외국민 선거권은 형식적인 것으로 투표권 행사로 이어지지 않는다”면서 “공평한 투표법 행사를 보장받기 위해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헌법소원을 다시 제기하였 다. 사진은 당시 헌법소원서 제출 모습. 18 시사 속 법률 차별은 가고 인권이 오다

선거권이 부르주아 남성에서 시작해 노동자 남성, 흑인, 여성에게까지 확대되기까지에는 당사자들의 희생뿐 아니 라 임금노동자의 필요라는 시대적 요구, 그리고 전쟁과 같 은 국가 위기상황에서의 기여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또한, 참정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단지 정치적 권리 의 확보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차티스트 운동은 영국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투쟁과 공장법 개정투쟁으로 직결 되며, 미국 흑인들의 참정권 운동은 흑인분리정책에 대한 저항과 일치한다. 따라서 참정권 운동의 역사는 보통선거 제도가 전면화되기 전까지는 인권운동과 마찬가지였다. 재외국민 참정권 위해 97년 헌법소원 제기도 프랑스혁명 이후 200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보통선거 제도가 보편화됐지만 지금도 적용되지 않는 예외가 있다. 대표적으로는 외국인이나 재외국민을 들 수 있는데, 둘은 기준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 같은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다. 예를 들어 재일 한국인의 경우, 우리를 기준으로 했을 땐 재외국민이지만 일본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외국인이 된다. 하지만 외국인 또는 재외국민에 대한 선거권 부여는 국 가별로도 기준이 다르다. 우선 외국인의 선거권은 핀란드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근대 국민국가론에서 국가의 3대 요소는 주권, 영토, 국민 이기 때문에 주권이 없는 외국인의 선거권 배제는 당연하 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이유에서 현재 재일교포들은 일본 내 선거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다. 같은 민족 입장에서는 부당하 게 보일지 모르지만 한국도 다르지 않다. 한국의 화교는 1882년 임오군란 때부터 정착하기 시작했는데 선거권은 물론이고, 1992년 한중 수교 이전에는 토지소유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방선거권은 어떨까? 재외국민과 외국인에 게도 지방선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입장이 공 통되지는 않지만, 지방선거는 체제와 무관하고 지역 내 주 민생활에 국한되기 때문에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2005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일 정한 기준을 충족한 외국인에게 지방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재일교포는 아직 지방선거권이 없다. ‘국적’이 외국인의 선거권을 부정하는 논리로 사용되었 다면 ‘영토’는 한때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부정하는 데 동 원되었다. 영토 밖에 거주함으로써 국가의 정치적 결정 의 여파로부터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66년부터 재외국민 선거가 치러졌다가 1972년 제4공 화국이 출범하면서 폐지되었다. 재외국민의 선거권이 부정될 경우, 해외파병 군인이나 유학생, 상사 주재원, 심지어 외교관들도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2년 이 후 선거권이 부정된 것은 재일교포의 선거권 때문이었다. 부재자투표를 위해 시간과 비용이 크게 소요, 복잡한 선거규정으로 선거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유였지만 사실 그것은 부차적인 것이었고, 실제로는 일본 내 진보 성향의 교포들이 국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 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결국 재외국민 선거권은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재일한국인들이 「공직선거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2009년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인정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선거권에 있어서만큼은 세계적으로 그 보장의 폭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촛 불집회로 현직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었던 것도 정부수립 과 함께 확립된 보통선거제도와 그에 따른 정치적 권리의 식 때문일 것이다. 지방선거까지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우리에게 주어 진 권리를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따라 지방자치의 미래가 달려 있다. 19 법무사 2018년 5월호

미혼부의 양육비 이행, ‘세금 원천징수’로 실효성 높여야 양육비 대지급제도 「히트 앤 런 방지법」 도입을 위한 과제 오영나 법무사(서울중앙회) ·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 1. 들어가며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하나 가 큰 사회적 이슈를 만들었다. 청원의 내용은 “아이를 키 우는 미혼모에게 미혼부가 양육비를 주지 않을 경우, 국가 에서 먼저 대지급을 하고 양육비를 소득에서 원천징수하 게 해 달라”는 ‘양육비 대지급제도’ 도입에 관한 것이었다. 이 청원은 게시 한 달 만에 총 21만 7054명의 국민이 동의하여, 동의자가 20만 명에 달하면 청와대가 의무적 으로 답변을 해야 하는 방침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청와대의 답변을 얻어냈다. 양육비 대지급제도는 아이를 함께 낳았음에도 미혼부 가 양육비 등 양육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 는 제도라는 의미에서 ‘히트 앤 런 방지법’으로도 불린다. 현재 덴마크나 독일 등 선진유럽국가에서 시행되고 있 는데, 덴마크의 경우 미혼부에게 매달 약 60만 원 정도의 양육비를 지급토록 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공공기 관에서 양육비를 미리 지급하고, 이후 미혼부의 소득에서 세금으로 원천징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대지급제도는 아니지만, 지난 2005년 미혼모의 양육비 청구를 법적으로 보장한 바 있 다. 그러나 2010년 조사에 따르면 미혼부로부터 양육비 지원을 받는 미혼모는 불과 4.7% 정도에 불과해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사적 해결 차원을 넘어 국가가 적극 개입해 아동 의 양육을 보장하고, 미혼부의 양육비 지급을 강제하는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온 것이다. 이번 ‘히트 앤 런 방지법’ 도입 청원이 국민들의 큰 호응 을 받음에 따라 정부나 국회도 이 법안의 도입에 대해 적 극적인 관심과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게 되었다. 본 글에서는 양육비 이행의 현실을 살펴보고, ‘히트 앤 런 방지법’이 도입되기 위해 필요한 과제들을 점검해 본다. 2. 양육비 이행의 현실 시사 속 법률 주목! 이 법률 20

양육비 부담의무는 친자관계의 본질로부터 발생하는 의무다. 부모가 친권 행사자인지, 양육권자인지를 불문 하고 발생하며,1) 부부가 혼인관계가 있었는지에 관계없 이 미성년의 자와 친자관계가 인정되면 양육자는 부양의 무를 부담하고 있지 않은 상대 부모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양육비 이행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필 자가 대표로 있는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2016년 연 구에 따르면 미혼부와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경우는 78%, 미혼부로부터 양육비를 지원받는 경우는 9.4%에 불과하였다. 이렇게 양육비 이행률이 저조한 것에는 여러 원인이 있 지만 양육비가 아동의 생계와 직결되어 있는 특수성을 가 진 문제라는 인식이 부족한 탓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히트 앤 런 방지법’ 도입에 대한 높 은 호응은 양육의 책임을 미혼부도 부담해야 한다는 국민 적 인식의 확산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3. 양육비 대지급제도 도입을 위한 과제 그러나 양육비 대지급제도를 실제적으로 도입하기 위 해서는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과제들이 있다. 그간 국회에서도 대지급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여 러 차례 발의되었으나 번번이 폐기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 렇다면, 대지급제 도입을 위해 필요한 일들은 무엇일까? 가. 양육비 이행, 사적 부담에서 공적 부담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양육비 이행의 방식은 크게 공적 부담과 사적 부담의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즉, 국가가 복지제도로서 지 급하는 방식과 양육비 부담의무를 가지고 있는 부모 중 한 사람에게 청구하여 개인에게 부담시키는 방식이다. ‘히트 앤 런 방지법’과 같은 양육비 대지급제도는 부모 중 한 사람에게 청구하는 것이므로 크게 보아 후자에 해 당하는데, 여기에 양육비 지급의 일차적 책임과 징수를 국가가 부담한다는 측면에서 공공적 성격이 강화된 것이 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양육비는 복지제도의 일환으로 생활이 어려운 국 민에게 지급되고 있기도 하다. 「국민생활보장법」에 의한 국민기초수급자가 생계급여를 받는 경우, 별도로 양육비 를 지급하고 있지는 않으나 미혼모도 「한부모가족지원법」 1) 대 법원 92스21결정. “부모는 그 소생의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그 양육에 소요되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하는 것이며, 이는 부모 중 누가 친권을 행사하는 자인지 또 누가 양육권자이고 현실로 양육하는 자인지를 물을 것 없이 친자관계의 본질로부터 발생하는 의무”라고 판시하고 있다. 21 법무사 2018년 5월호

에 의해 아동이 만 14세 미만인 경우는 매월 13만 원, 청소 년 한부모의 경우는 매월 18만 원을 지급받고 있다. 그러나 지급되는 액수가 아동을 양육하기에는 너무 적 고, 만 14세 미만의 아동에게만 지급되고 있어 그 연령대 가 너무 협소하다. 양육비를 복지제도로 확보하는 국가들도 있는데, 특히 유럽 국가들에서 이러한 성향이 강하다. 그런데 복지제도 로 확보하는 것은 사회 전반의 복지시스템이 어떻게 발전 되어 왔는가와 연관되어 있다. 양육비만을 떼어놓고 복지 제도의 확대를 요청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 대 지급 예산 마련 및 양육비이행관리원의 권한 확대 가 가능한가? 양육비 대지급제도는 복지제도가 전면적으로 뿌리내 리기 전 단계에서 일차적인 양육비 지급과 징수의 책임을 국가에서 부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부터 양육비 대지급법안이 꾸 준히 제안되어 왔으나 재정상의 이유로 채택되지는 못하 였다. 다만,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일정 한 요건에 해당할 경우, 양육비를 한시적으로 긴급 지원하 고 구상권을 행사하는 제도가 있으나 그 지급기간이 9개 월, 연장하여 최대 12개월까지만 가능하고, 금액도 월 20 만 원으로 미혼모의 안정적인 생계를 보장하기에는 턱없 이 부족하다. 양육비 대지급제도의 도입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대지급에 소요될 막대한 예산이다. 그동안 대지급법안이 번번이 좌절된 이유는 구상권을 행사하여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지급된 양육비를 구상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와 연계해 설계되어 야만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이런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자녀양육비이행국(OCSE)’을 설치 하고, 여권의 제한이나 세금환급금에서의 징수, 보험과 계좌정보 등의 조회를 통한 양육비 이행을 지원토록 하고 있다. 공적기관과 사적기관을 연계하여 채무자에 대한 정보 를 확보하거나 여권을 제한하는 등의 공권력에 의한 강제 조치를 결합함으로써 높은 이행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 미국의 ‘자녀양육비이행국’을 모델로 하여 여성가족부 산하에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설 치하고, 상담에서부터 협의, 소송 및 추심, 양육비 이행지 원, 모니터링까지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총 2천679건, 275억 원의 양육비를 비양육부모로부터 받아주었다. 그러나 양육비이행관리원은 미국은 OCSE와는 권한에 서 많은 차이가 있어 이행률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다. 채 무자정보 접근권, 공권력의 직접 징수권 확보가 가 능한가? 현 정부는 양육비 대지급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지급된 양육 비를 회수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에 대한 검토가 필수적 이다. 강력한 조치는 구체적으로 양육비 채무자의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과 직접적인 징수 권한이다.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정보 접근권은 개인정보 보호의 가치와 충돌하는 측면이 있어 지금까지 도입이 미루어지 게 한 한 가지 원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세금의 경우는 국가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재원 이라는 점에서 그 징수를 위해 국세청은 높은 수준의 개 인정보 접근권을 보장받는다. 만일 양육비가 대지급되고 그에 따른 징수가 제대로 이 루어지지 않는다면, 국가재정의 손실을 가져올 것이므로 세금 징수에 준하는 수준의 정보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을 것이다. 시사 속 법률 주목! 이 법률 22

또한, 양육비 지급에 대한 직접적인 징수 권한도 검토 되어야 한다. 현재의 양육비 이행절차는 민사집행 절차와 「가사소송법」에 의한 사법절차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나, 양육비 대지급제도가 도입되면 양육비 징수 문제 는 ‘국가재정의 확보’ 문제로 그 성격이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사적관계에 따른 양육비 이행절차 보다는 공권력이 징수에 보다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형태 를 가지게 됨으로써 그 구체적인 모습은 현재 국세청의 세금징수 방식과 유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4. 맺으며 4월 24일, 청와대는 ‘히트 앤 런 방지법’에 대한 국민청 원에 답변을 하였다. 엄규숙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은 “여성가족부가 대지 급제를 포함한 ‘양육비 이행지원제도 실효성 확보 방안’ 에 대한 연구 용역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육비 대지급제 도입 전이라도 비혼 한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고 자 양육비 지원 대상과 규모를 늘리겠다”고도 했다. 정부는 양육비 지원대상 아동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8 세로 높이고, 현재 월 13만∼18만 원 수준의 지원금액도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한 여고생의 제안에서 시작된 양육비 대지급제 도의 도입이 국민의 호응을 얻으면서 정부 차원에서 구체 적인 추진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와 미혼모 당사자 단체들도 4 월 25일, “양육비 지원정책과 사회적 인식을 바꿀 수 있 도록 힘써 노력하는 이후 조치를 기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청와대의 발표를 적극 환영하는 입장이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김도경 대표도 “대지급제도는 아 이의 생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제도라 생각한다”면서 “미혼모가 아이들을 빈곤과 차별 없이 키울 수 있는 사회 가 되도록 만들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라고 보고 청와대 의 발표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 ‘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협회 인트리’ 최형숙 대표는 “미혼모의 차별과 편견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 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미혼모가족도 다르지 않은 가족으 로 그리고 아이가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정부의 입장 발표는 많은 미혼모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미혼모가족협회 김은희 대표도 “미혼모들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미혼모들이 양육을 결정하는 비율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면서 “국 민과 정부가 함께 미혼모들의 양육을 지지하는 이번 발표 는 양육을 결정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미혼모가정의 건강한 성장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미혼모 당사자단체들의 이러한 기대와 환영, 그 리고 국민의 높은 호응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부디 정부 의 적극적인 의지에 힘입어 조속한 시일 안에 양육비대지 급제도가 도입, 정착되어 아동의 생존이 위태롭지 않을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23 법무사 201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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