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5월호

자의 탁월한 명석함을 갖추고 있었으며, 사물에 대해 아주 냉정하게 숙고했다. 그보 다 양호한 상태였더라면 나는 그렇게 숙고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럴 수 있을 만큼 충 분히 예리하지도 냉정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자신은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웠기에 정신이 깨어 있을 수 있었고, 오히려 건강이 좋 았다면 그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니체에게 고통은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병은 살아 있는 자만 걸리는 것이고, 죽은 자는 병조차 걸릴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병을 자신이 얼마나 견디며 이겨내느냐 하 는 것이다. 니체는 견디었다. 그는 고통스러웠지만 저작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고, 철 학의 불덩어리 속에서 자신의 생을 마쳤다. 니체와 견줄만한 것이 고흐의 생애다. 고흐는 니체보다 뒤 에 태어났지만 37세의 젊은 나이에 죽었다. 그 역시 평생 고독 과 투병의 고통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작품 활동에 삶을 불태 웠다.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이 식을 줄 몰랐던 고흐의 일생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들에 생생히 담겨 있다. 고흐는 처해 있는 사정은 어 렵지만, 자신이 선택한 그림의 길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다. “나는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공 부하지 않고 노력을 멈춘다면, 나는 패배하고 만다. 묵묵히 한 길을 가면 무언가 얻는 다는 게 내 생각이다.” (1880년 7월 편지) 번번이 동생에게서 경제적 지원을 받아야 했던 형으로서의 미안함을 말하곤 했다. 그러면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만은 놓지 않았다. 하지만 고흐의 발작은 환청과 환각을 동반하며 더욱 악화되어 갔다. 정신병원을 드나들면서도 그는 “삶은 이런 식으로 지나가버리고 흘러간 시간은 되 돌아오지 않는다. 일할 수 있는 기회도 한번 가면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 문에 맹렬히 작업하고 있다. 나의 경우 더 심한 발작이 일어난다면 그림 그리는 능력 이 파괴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며 마지막까지 그림에 대한 사랑과 걱정을 간직했다. 그 랬던 고흐였지만, 스스로 가슴에 총을 쏘고 고통스러웠던 세상을 마감한다. 니체나 고흐 모두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 속에서도 저작과 작품에 대한 열정 고흐, 가난 속에서 불태운 열정 문화의 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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