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라 “하루 5시간 자고, 1시간 밥 먹고, 18시간 공부하 는 짓을 4년 넘도록 해도 합격할까 말까 한다”는 낙방거 사들의 ‘구라’에 지레 겁먹고 포기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을 때 ‘아, 그때 고 시공부를 포기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란 후회가 절로 나 왔다. 특히 상사든 거래처든 주로 ‘을’의 입장에서 스트 레스를 만땅 받고서 한잔 술로 시름을 달랠 때 그랬다. 그때까지도 ‘판검사’란 단어는 여전히 로망이었고, 그들 의 업계 호칭도 여전히 ‘영감’이었다. 그런데 ‘검사’에 대한 그 로망이 『검사내전』에서 완전 히 탈탈 털렸다. 『박사성이 죽었다』의 후속 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으나 이 책은 소설이 아닌 현실이라는 점, (소수의 정치 검사를 뺀 나머지 대다수) 검사들의 직업 적 애환을 통해 그들의 세계를 보다 인간적으로 이해하 게 된다는 점에서 필자의 소설보다 한 수 위인 책이다. 이 책의 저자 김웅은 ‘1979년에 태어나 서울대 정치 학과를 졸업한 뒤 1997년 39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00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현직 인천지검 공안부 장 검사다. 굳이 연도를 꼬박꼬박 밝히는 것은 아마도 독자들 중에 필시 ‘39회 사법시험’에 응시했던 사람도 있으리라, 그는 더욱 『검사내전』에 호기심이 일어나리 라, 생각해서다. 『대리사회』,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저자 김민섭 이 추천사를 썼다. 그는 김웅 검사와 고등학교부터 친구 다. ‘문학청년’이었던 김민섭의 글발이 만만찮지만 저자 김웅의 문장력도 그에 뒤지지 않는다. 김민섭이 ‘아, 공 부 잘하는 놈들은 원래 문학도 미술도 음악도 다 잘하 는 거구나’라고 실토할 만큼 문장들이 찰지다. 검사가 된 김웅과 박사가 된 김민섭이 어느 날 허름한 고깃집에서 만났다. “검사들은 손님을 쫓는 사람들”이라 둘은 주로 손님이 많지 않은 청사 부근의 허름한 집을 선 호한다. 그런데 김웅의 눈매가 예전과 다르게 무섭다. “야, 너 눈이 왜 그래?”라 묻자 김웅은 ‘픽’인지 ‘씨익’ 인지 모르게 웃으며 “미안, 나쁜 놈들을 너무 많이 봤어. 걔들하고 같이 있으면서 눌리지 않으려다 보니까 눈이 걔들을 닮아가는 것 같아”라고 뱉었다. 김민섭은 몹시 슬퍼졌다. 그러니까 이 책은 ‘화려한 검사’ 이야기가 아 니라 ‘슬픈 검사,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검사’ 이야 기인 것이다. “벤츠를 벤츠답게 해주는 것은 수천 개의 보이지 않는 나사못들 덕분이다. 검사는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여 객선의 작은 나사못이다. 나사못의 임무는 배가 어디로 가는지 걱정하기보다 자신이 맡은 철판을 꼭 붙들고 있 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검사 김웅의 이야기들에는 자기 계발서 못지않은 인생의 성찰과 깨달음 또한 가득하다. 그의 『검사내전』 첫 이야기 「사기공화국 풍경-사기꾼 은 목숨 걸고 뛴다」 편은 시속 120km로 질주하는 치타 가 80km의 톰슨가젤 사냥에 실패하는 이유, 다리를 다 친 토끼를 사냥개가 놓친 이유로 시작한다. 가젤과 토 끼에게는 ‘목숨이 달린 달리기’라서 그렇다. 사기꾼에게 걸려들면 당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김웅 검사의 처방은 간단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는 것만 명심하면 된다. 384페이지 분량의 책인데 성질 급한 사람은 하루면 다 읽을 만큼 한번 잡으면 놓기 어 렵도록 재미지다. 치타가 톰슨가젤 사냥에 실패하는 이유 87 법무사 201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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