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6월호

콜릿을 던지는 일도 있었다. 전화상담원에게 폭언을 퍼붓 거나 성적으로 희롱하는 사건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갑질 중에서도 가장 으뜸은 당연 특권층의 갑질 이다. ‘땅콩 회항’ 이전에는 항공기 기내에서 라면이 짜다 는 이유로 승무원을 폭행한 ‘라면상무’가 있었다. 잘 알려 졌듯이 M&M 대표이사 최철원은 SK 본사 앞에서 1인 시 위를 하던 50대 화물기사를 폭행한 후 ‘맷값’이라며 돈을 던졌고,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은 아들이 술집 종업원과 시비를 겪자 자신의 경호원을 시켜 청계산에서 ‘보복 폭 행’을 하게 했다. 갑질에 대한 대응, 수많은 ‘을’들의 연대와 공조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갑질은 단지 특권층뿐 아니라 사 회 곳곳, 그리고 모든 계층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데서 과 거의 사적 인권침해와는 다르다. 갑이 을의 인권을 침해 할 뿐만 아니라, 을이 그 밑의 을을 착취·억압하는 중층구 조를 띠고 있는 것이다. 갑질의 이 같은 기형적 현상에 대해 국민대 사회학과 최항섭 교수는 그 원인을 상대적 박탈감과 보상심리, 경 쟁사회에서 생존의 욕구,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부재, 사회 적 신뢰의 상실, 그리고 서비스산업 경쟁으로 인한 감정 노동의 심화를 들고 있다. 즉, 돈이나 힘이 있으면 뭐든 해 도 된다는 생각과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욕구 가 상호 작용해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갑질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듯 그 해결책도 개인이 아닌 집단적인 대응에서 나올 수 있다. 지난해 11월 ‘방송작가 유니온’이 공식 출범해 그동안 관행으로 치부됐던 방송작 가들의 불합리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이슈파이팅, 사업 장별 투쟁, 법제도 개선, 노동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즈음 ‘직장갑질 119’도 개설되었다.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에게 직장 갑질을 제보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 고, 활동가와 노무사, 변호사의 전문상담을 통해 실제 갑 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갑질에 대응하는 집단은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언제든 을의 위치에 놓일 수 있는 수많은 을들의 공조로 더욱 확 대될 수 있다. 남양유업 사건에서는 대대적인 불매운동으 로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진이 국민들 앞에 머리를 조아 리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또, 아파트 경비원의 분신자살사건 이후에는 「공동주 택관리법」이 개정되어 입주자와 입주자 대표회의, 관리사 무소 등은 경비원을 포함한 공동주택 관리자에게 업무 외 에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할 수 없게 되었다. 이 밖에 도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갑질을 하면 과징금을 2 배로 부과하도록 하고, 밀어내기나 협찬 강요 등의 본사 의 갑질을 근절하는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도 제정됐다. 선량한 갑들의 자정 노력도 시작됐다. 압구정동 아파트 분신자살사건이 있고 얼마 뒤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에 서 개별난방 전환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갑·을’로 돼 있는 당사자 표기를 ‘동행(同幸)’으로 바꿨다. 이후 성북 구청에서도 그 뜻을 이어 관공서 계약서의 하단을 ‘갑’과 ‘을’ 대신에 ‘동’과 ‘행’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민간업체에도 퍼져나가 글로벌 도시 락업체인 스노우폭스 한국지사는 2015년 말 “우리 직원 들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항상 존중을 받아야 할 훌륭한 젊은이들이며 누군가에게는 금쪽같은 자식”이 라며, 무례한 고객들에게는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다는 안내문을 내건 바 있다. 갑질만큼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중요한 일도 없다. “내 가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라”며 우리 사회를 갑질이 순환 하는 지옥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신이 당한 일을 나도 당할 수 있다”는 역지사지의 심정 으로 갑질 차단을 위한 제도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우 리 모두에게 행복한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19 법무사 2018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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