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을 겪게 된다고 한다. 성년후견인의 활동을 가족의 사생활에 대한 간 섭이나 자신들의 권한을 빼앗는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피후견인의 재산목록을 작성하려면 그동안 가족들이 피후견인의 재산에서 지출한 내역을 알아야 하는데, 후견인 선임 전에 지출한 내역 에 대해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해도 응하지를 않는 거죠. 가족들의 비 협조로 결국 법원에 보고가 늦어지거나 그 내역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 우도 있습니다.”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노인이 10명 중 7명이라는 최근의 보도에서 도 알 수 있듯이 이미 가족 간의 단절은 가족해체의 수준으로 심화되 어 있다. 그러나 피후견인의 재산에 대해서만큼은 ‘부모(가족)의 재산 은 곧 내 재산’이라는 강고한 가족주의적 인식을 만나게 된다니 아이러 니한 일이다. 김 법무사는 맡았던 4건의 사건 모두 시작단계에서 피후견인의 가 족과 친지 등 주변인들의 심한 저항을 겪었다. 가장 최근에 맡은 사건 에서도 황당한 경험을 했다. 미혼인 피후견인의 누나가 후견인으로 선 임되었으나 재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후견 인을 변경하면서 그 후견인으로 ‘성년후견본 부’를 지정했는데, 김 법무사가 후견본부의 사무담당자로 사건을 맡게 됐다. 그런데 재산관리를 위해 통장을 인수해 보니 통장 잔액이 한 푼도 없었다. 후견인 변 경이 결정된 날, 누나가 피후견인 계좌에서 잔액을 모두 인출해 잔고를 ‘0’으로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결국 누나를 설득하여 인출한 금액을 다 시 통장에 입금토록 했으나, 만일 이 과정이 순탄치 않아 심한 저항에 부딪치게 되면 그 때부터 후견인의 업무는 매우 힘들어지는 것 이다. 얼마 전 98세 고령으로 판단력이 저하된 외조부를 대신해 상속분쟁에 뛰어들었다 청 부 살해당한 유명 탤런트 남편의 사건처럼 장래 상속인이 될 피후견인 가족들 사이의 분쟁은 자칫 강력사건으로 이어질 수도 있 을 만큼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후견인의 태도와 판단이 중요하다. “인지상정이라고 아무래도 후견업무에 우 호적이고 협조적인 피후견인 가족 분들에게 는 마음을 열게 되죠. 하지만, 이럴 때 스스 로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해요. 서 로를 비난하며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 서 후견인이 객관성을 잃어버리고 냉정한 판 단을 하지 못하게 되면 후견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가 힘들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기준을 잡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후견인님 덕분에 가족 간의 분란이 순조롭게 매듭지어졌다고 고마워하는 분들 도 계셔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결국 성년후견제도가 성공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 후견인의 양성과 이들에 대한 철저한 감독, 그리고 성년후견제도를 정비해 최대한 허점이 없는 제도로 만들어야 합니다. 법무 뉴스 ‘법무사가 달린다’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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