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6월호

분노는 세상을 바꾸는 출발점이 되기는 하지만, 분노 그 자 체가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분노의 마음만으로는 세상의 나은 변화를 완결시킬 수가 없다. 그 바탕에 인본주 의, 즉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세상은 비로소 지속가능하 게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세상에, 그리고 나의 마음에 필요 한 것이 사랑의 정신이다. 사랑에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는 심성은 고대 그리스 시인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 티고네』에서 읽을 수 있다.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 왕의 딸이다. 아버지이자 왕인 오 이디푸스가 스스로 눈을 찔러 실명한 채로 떠돌아다니게 되고, 두 오빠 폴리네이케스 와 에테오클레스가 왕권을 놓고 다투다 모두 죽는다. 그리하여 안티고네의 삼촌인 크레온이 왕이 된다. 크레온은 에테오클레스만 성대 히 장례를 치러주고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는 들에 그냥 버려두라는 포고를 내린다. 칙 령을 어기는 자는 사형에 처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안티고네는 크레온의 명령을 어기고 들에 버려진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을 매장하다가 발각되어 붙잡힌다. 화가 난 크레온은 안티고네를 동굴 속에 가둬 죽이기 로 한다. 붙잡힌 안티고네는 오빠 폴리네이케스를 조국의 적으로 증오하기를 거부하 며 말한다. “나는 증오를 나누어 갖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에요. 나는 사랑을 나누어 갖기 위해서 태어났어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사랑을 나누려 했던 안티고네는 사랑의 약속을 통해 자유를 구가하는 영혼이었다. 그녀는 조건 없는 사랑의 영혼을 가짐으로써 스스로 자유를 얻 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사랑은 우리의 영혼을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힘을 갖고 있다. 내 마음에 증오가 가득했을 때와 사랑이 가득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바로 내 얘 기임을 알 수 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을 무대로 인본주의 의 위대함을 표현한 서사시다. 이 작품은 분노보다 위대한 사 랑의 힘을 말해주고 있다. 주인공인 영웅 아킬레우스는 트로 이 전쟁에서 가장 용감했던 그리스 장수였다. 그는 친구 파트 사랑으로 얻은 영혼의 자유 분노보다 위대한 사랑의 힘 81 법무사 2018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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