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6월호

로클로스가 전사하자 복수를 하기 위해 전쟁에 뛰어들어 친구를 죽인 헥토르를 죽여 원수를 갚는다. 아킬레우스가 헥토르의 시체를 끌고 다니며 욕보인다는 소식을 들은 아버지 대왕 프리아모스는 아들의 죽음을 비통해하다가 시체를 돌려받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적진 으로 찾아간다. 프리아모스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아들을 사랑할 당신의 아버지를 생 각해서 아들의 시신을 돌려달라고 아킬레우스에게 애원했다. 그 간절한 호소는 아킬레우스로 하여금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통곡하고 싶은 욕망 을 불러일으켰다. 아킬레우스는 아들의 시신을 찾기 위해 자신을 찾아와 애원하는 아 버지를 보면서 불쌍한 마음이 든 것이다. 마침내 아킬레우스는 프리아모스에게 아들 의 시신을 인도해주고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게다가 장례가 끝날 때까지는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애원하는 한 아버지 앞에서 아킬레우스는 복수에 불탄 야수의 세계에서 벗어나 인 간의 세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일리아스』를 다른 영웅시와 구별 짓는 새로운 덕이 나 타났으니, 그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존경과 도덕심이었다. 우리는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진실하고 위대한 인간의 모습이 담긴 인본주의를 발견할 수 있다. 적으로 만난 두 사람이 동정과 연민의 관계로 반전 한 이 모습은 사랑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보여준다. 적에 대한 분노를 녹여 마음 을 움직인 것은 사랑이었다. 사랑의 힘은 그 어떤 분노나 용기보다도 위대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미움과 증오, 시기와 질투 같은 감정을 수없이 갖게 된다. 물론 그러한 감정들은 타인의 지나친 행동으로 인해 내 마음이 상처를 받아 생겨날 때가 많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은 잦아지면 나 자신을 갉아먹게 되는 나쁜 정서들이다. 미 움과 증오의 마음을 갖고 사는 삶이 평온하고 행복하기는 어렵다. 화를 내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때는 그렇게 해야겠지만, 나쁜 감정에만 갇혀 자 신을 얽어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부부 사이의 관계만 해도 그렇다. 서로가 믿음 을 이어가면 소중한 사랑을 키워갈 수 있는 것이 부부이지만, 반대로 서로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주고받게 되면 미움의 관계로 전락해 버리기도 한다. 절망하고 포기하기 이전에, 상대를 이해하고 넓게 품을 수 있는 나의 노력은 불가 능한 것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사랑이 메마른 시대라 해도, 가족은 순 수한 사랑을 지키는 우리들의 마지막 보루이다. 가족들만큼은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서로를 안아줄 때 우리들의 살아가는 힘이 고갈되지 않고 계속 나올 수 있다. 일의 관계로 맺어진 직장이나 조직 같은 곳에서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위계질서 문화의 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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