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6월호

에서 위에 있는 상급자일수록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마음으로 품어줄 수 있는 포용력이 필요하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처지나 상황을 이해하며 대하 는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절실한 미덕이다. 사랑이 갖는 힘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통해서 감 동적으로 전해진다. 청년 법학도 라스콜니코프는 전당포 노 파와 그녀의 여동생을 살해한다. 라스콜니코프에게는 자기 가 죽인 것이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이(蝨)를 죽였을 뿐이 야. 아무 쓸모도 없고 더럽고 해롭기만 한 이를.” 자신을 나폴레옹과 같은 비범한 능력의 소유자로 생각했던 라스콜니코프는 자신 에게는 모든 것, 심지어 살인조차도 허용된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수하는 순간까지도 죄를 뉘우치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무엇이든 허용된다고 믿었던 라스콜니코프의 오 만은 감옥으로 면회 온 사랑하는 여인 소냐 앞에서 무너지고 만다. 소냐의 손을 꼭 잡 은 라스콜니코프는 처음으로 울면서 그녀의 무릎을 끌어안았다. 도스토옙스키는 “사 랑이 그들을 부활시켰고, 한 사람의 마음이 다른 사람을 위해 무한한 생명의 원천이 되어주었다”고 이 장면을 표현한다. 사랑이 두 사람을 부활시킨 것이다. 라스콜니코프는 소냐를 통해 이론 대신에 삶을 얻었다. 그의 미몽은 환멸로 바뀌어 고 통스러웠지만, 좌절 속에서 다시 삶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그의 의식 속에는 이제 완전 히 다른 새로운 것이 생겨났다. 우리도 이론 대신 삶을 얻고, 이제까지와 다른 새로운 것 이 내 의식 속에 생겨날 수 있을까. 이제 나는 새롭게 변화되는 나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면 이렇게 서로의 손을 잡고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일 것이다. 우리는 생물로서는 단 한 번밖에 살 수 없지만, 잠들어 있던 자신을 일 깨움으로써 이렇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나는 라스콜니코프가 될 수 있 을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소냐가 되어줄 수 있을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톨스토이가 묻고 답했던 말이다. 사 람은 더불어 사는 존재다. 모든 인간은 자기만을 생각하며 걱정한다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삶은 믿음을 전제한다. 그 믿음은 무 엇보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다. 결국 세월이 지나도 남는 것은 사랑이라는 의미이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83 법무사 2018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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