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10월호

들을대상으로하는인종차별적호칭이날이갈수록심해 지고있다는것이다. 2015년인구센서스에따르면전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모두 147만 명에 달한다. 인구의 약 3%가외국인인것이다. 이제 단일민족국가는 허상이라고 봐야 한다. 피부색이 다르고 말과 문화가 다른 수많은 이주노동자, 유학생, 국 제결혼을 한 이주여성들이 한국인들과 뒤섞여 일상적인 삶을영위하고있다. 하지만여전히다수의한국인들은단 일민족국가의 신화에 갇혀 외국인들을 차별하고 배제하 고 있다. 외국인들에 대한 멸칭은 그 차별과 배제가 어느 정도로혹독한것인지를말해준다. 흑인을 비하하는 말은 ‘깜둥이’, ‘깜상’, ‘깜시’, ‘니그로’처 럼 나날이 그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동남아 불체자’라는 말은 동남아 출신 이주노동자는 모두 불법체류자로 치부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베트남전쟁 때 키가 작고 피부가검은편인동남아인을부정적으로통칭했던 ‘베트 콩’은여전히베트남인을비하하는말로사용되고있으며, 베트남 여자를 한국 남성의 성적 노리개 정도로 낮추어 보는 ‘꽁까이’ 같은단어도무분별하게사용되고있다. 외국인뿐만이 아니다. 같은 민족이라도 중국동포는 ‘조 선족’이나 ‘연변처녀’ 등으로, 북한 출신 주민은 ‘탈북자’로 부르며차별하고있다. 탈북자를 ‘새터민’으로고쳐부르지 만 구별 자체가 당사자들에게는 차별로 인식될 수 있다. 심지어빙상선수안현수를러시아에귀화했다하여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부르는 일에서는 한국인들의 단일민족 신화가 단지 혈통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이방인에대한멸칭이가장극명하게나타나는곳은바 로 ‘혼혈’에 대해서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을 경우 이방인 이라고할수도없지만이들에대한멸시적인호칭은흑인 이나일반적인동남아시아계보다심하다. 혼혈이라는말자체도 ‘순혈’과대비되는차별적용어이 지만 그 밖에도 ‘튀기’, ‘잡종’, ‘짬뽕’과 같이 지독한 혐오를 내포한단어들이사용되고있다. 또섞인혈통이무엇인지 를구체적으로가리키는단어도점차일반화되고있다.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자녀를 ‘라이따이한’, 미국 남성과 한국 여성은 ‘아메라시안’, 한국과 동남아인은 ‘코 시안’,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은 ‘코피안·코피노’라고 부 르는 것처럼 말이다. 또 한국계 국제결혼 2세를 지칭하는 말로는 ‘하프코리안’이널리쓰이고있다. 이주민이 늘어나고 국제결혼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겠지만 미국에서 독일계 미국인(German- American), 아시아계 미국인(Asian-American)이라고 하 는 것과는 맥락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단순히 조상의 혈 통을 밝히는 것이라면 한국에서는 순혈이 아닌 혼혈들을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고 그러한 구분은 당사자들 에게차별로작용하고있다. 왜굳이구분해불러야할까? 왜굳이구분해야할까. 아니, 왜굳이구분해불러야할 까. 단일민족신화가만들어낸순혈주의에대한갈망, 그리 고 그러한 신화와 갈망이 깨지는 데 대한 공포가 작용했 을 것이다. 한마디로 기존의 신념체계가 사회변화의 속도 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할 수 있 다. 여기에 더해 극단적 양극화가 초래한 불안한 생활이 나 아닌 다른 모두에 대한 배제와 혐오를 불러왔고, 그것 이약자들에대한차별로나타난결과일것이다. 한글이 널리 쓰이게 된 것은 그 안에 담긴 평등사상 때 문이다.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에 평등한 문자생 활, 더 나아가 평등한 사유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글 이갖는과학성의진정한의미는바로여기에있다. 572회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세계화를 도모하기보다는 한글의 창제원리에 담긴 ‘평등사상’을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실천 하는것이더욱값진일이되는것도이때문이다. 21 법무사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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