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국가의 국민공동체, 이국(異國)에 대한 배척 낳아 1789년 프랑스대혁명을 연원으로 하는 오늘날의 ‘인권’ 은 근대 국민국가 또는 민족국가의 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서유럽의 봉건사회가 해체되면서 ‘신정법(神定法)’ 을 대신하는 자연법사상이 혁명의 동력이 되었다. 자연법사상에서 모든 개인은 자명하고도 보편적인 인 권을 가지는 존재로 상정되었다. 루소에 따르면 자유로운 개인들의 보편의지가 ‘법’으로 나타난 형태가 ‘주권’이며, 국가는 주권의 수임자에 불과하다. 즉, 인권을 통해 개인 은 국가권력과 대등한 존재이자 주권의 위임자가 되는 것 이다. 국민국가는 공통의 사회·경제·정치 생활을 영위하고, 공통의 언어·문화·전통을 지닌 국민공동체를 기초로 하 여 성립된 국가를 말한다. 그러나 근대 국민국가에 내재 된 이 같은 공통성은 당연하게도 공통되지 않은 것을 배 제하는 속성을 띨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그 배제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났는데, 하나는 국민국가 밖에서 일어났고 다른 하나는 그 내부 에서 일어났다. 인권의 탄생지인 프랑스를 예로 들어보자. 지금은 자유와 관용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프랑스는 불 과 60년 전까지만 해도 잔혹한 식민통치를 자행하는 국 가였다. 1830년대에 프랑스의 식민지가 된 알제리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알제리를 북아프리카의 지리적 요충지로 여겨 관심을 가졌던 프랑스는 1830년 지중해 바르바리 해적 소탕을 명분으로 알제리를 공격해 식민지로 삼았다. 이후 100만 명의 프랑스인이 800만 명의 알제리 이슬람교도들을 무 력통치 했으며, 1954년부터 전개된 알제리전쟁 과정에서 는 NATO에 파견된 정예사단까지 빼내 무력진압을 시도 했다. 1961년 10월 17일에는 파리에서 시위를 하던 알제리계 1만여 명을 프랑스군경이 무차별로 사살하는 과정에서 시위대에 있던 알제리 아이들을 센 강에 내던져 죽이기까 지 했다. 식민지에 대한 인권탄압이나 전쟁기간 중의 학살은 세 계사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일이다. 그러나 인권의 탄생지인 프랑스에서, 그것도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점령지였다가 막 자유를 되찾아 「세계인권선언」을 기초하 는 데 크게 기여한 국가에서 자행한 일이라고는 쉽게 믿기 지 않는다. 프랑스의 알제리인 탄압은 인권이 국민국가 밖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천부인권을 가 진 개개인이 주권을 국가에 양도함으로써 국가는 주권자 의 인권을 보호할 의무를 지지만, 국민국가 바깥에서는 그것을 강제할 수 있는 주권자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국가 내 이종(異種)의 배제, ‘제노사이드’의 역사 그러나 인권의 배제는 국민국가 밖에서만 일어나지 않 는다. 더욱 잦게, 그리고 더욱 잔혹하게 인권을 탄압하고 말살하는 일이 국민국가 내부에서도 꾸준히 있어 왔다. 인권탄압의 가장 가혹한 형태는 ‘생명권의 침해’라고 할 수 있다. 생명권에 대한 대량의 침해를 일컬어 ‘제노사이 드(genocide)’라고 한다. ‘집단학살’을 뜻하는 제노사이드 는 인종을 나타내는 그리스어 ‘genos’와 살인을 나타내는 ‘cide’를 합친 것이지만, 인종뿐 아니라 이념의 차이로 집 단학살이 일어났을 때도 똑같이 명명한다. 제노사이드의 대표적인 예로는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 살인 ‘홀로코스트’를 들 수 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에도 더러 일어났다. 1975년 캄보디아에서는 공산주의 무 장단체인 크메르 루주 정권이 론 놀 정권을 무너뜨린 후 1979년까지 노동자와 농민의 유토피아를 건설한다는 명 19 법무사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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