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논쟁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은 시민의 권리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동물권이 웬 말이냐는 반론을 제기한다. 그러나 그 반대의 사람들은 동물권과 인권은 따로 떨어질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동물권 이 보호될 때 인권도 보호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물권’은 무엇이며, ‘인권’과는 어떤 관련성 이 있을까. ‘동물권(Animal Right)’에 대한 최초의 제기는 호주 출 신 철학자 피어 싱어가 1975년 발표한 저서 『동물 해방』 (Animal Liberation)』에서 시작되었다. 싱어는 이 책에 서 동물에 대한 차별을 당연시하는 태도를 ‘종차별주의 (speciesism)’라고 보고, 윤리적인 대우는 인간 외의 다른 생물체에게도 동등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싱어의 주장은 1970년대 이전의 “고양이를 너 무도 귀여워하는 상냥한 부인들에게나 어울리는 태도”쯤 으로 치부되던 동물보호운동에 큰 전환을 가져왔다. 이전 까지 동물은 ‘보호’의 대상일 뿐이었으나 이후부터는 인 간과 동등한 이익을 갖는 ‘주체’로서 바라보는 인식의 전 환을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싱어의 ‘동물해방’은 ‘동물권’과는 차이가 있다. 싱어는 인권과 동등한 개념에서 동물권을 주장한 것이 아 니라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동물들 의 이익 또는 이해(interests)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 했다. 여기서 동물의 이익 또는 이해란 ‘고통 받지 않는 것’ 을 말하며, 따라서 ‘쾌고감수능력(快苦感受能力, limit of sentience)’, 즉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할 수 있는 존 재들은 이해받는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생활 깊숙이 들어온 동물들 그러나 최근 거론되는 동물권은 싱어의 주장에서 한 걸 음 더 나아간다. 사람이 아닌 동물 역시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이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 사 용되어서는 안 되며, 인간과 같은 생명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동물을 인간이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 을 넘어 ‘동물 자체의 권리’를 갖는 존재로 인정하고 있다 는 점에서 동물보호나 자연보호와는 다른 개념이다. 그렇다면 동물권을 인권과 비견되는 권리라고 할 때, 동물권은 본질적인 가치일까, 아니면 도구적인 가치일까. 다시 말해 동물권이 동물 자체가 천부적으로 가진 권리인 것일까, 아니면 인간이 부여한 시혜적인 권리인 것일까. 인간사회가 동물권의 권리 개념을 만들어냈을 뿐, 동물 스스로가 권리를 주장하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가치가 아니라는 견해가 있지만,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태아도 생명권을 가지며, 반려견 인구가 1천만에 이르는 시대에 동물 역시 사회 구성원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간생활을 떠나 동물권을 거론한 다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점이다. 동물이 비록 생명으로서 본질적 가치를 가진다 하더라도 인간사회로 편입됐을 때 만 동물권이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동물권의 대두는 한편으로는 인권 개념이 어느 정도 정 착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1789년 프랑스대혁명 이후 200여 년의 시간이 흐르며 인권의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정착되면서 이제는 동물의 권리에까지 눈을 돌릴 여유가 생긴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생활 전반에 동물이 깊숙이 들 어왔기 때문이다. 이것은 동물에 대한 지배력이 전 방위 적임과 동시에 거꾸로 동물의 안위가 인간 사회의 안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현대사회에서 동물은 그 일부가 아닌 전부가 인간과 관 련을 맺으며, 인간사회에 편입되어 있다. △음식이나 의복, 약품, 화장품 등에 이용되는 직접적인 이용관계에서부터 16 시사 속 법률 차별은 가고 인권이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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