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12월호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지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그러한 분투의 결과가 자신이 노력한 대로 나오지는 않는 현실이다. 경쟁의 승자들이야 세상을 독식하며 살아가지만, 경쟁에서 낙오한 사람 들은 패자라는 낙인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경쟁에서 패했다는 사실은 사회적 낙인이 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상처로 남는다. 그런데 그 경쟁의 출발선이 애당초 공정하지 못했다는 생각 이 들 때 세상에 대해 나는 불복하게 된다. 나는 열심히 노력했지 만 출발선에서의 격차를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나의 낙오는 내 탓이 아니라 세상의 부조리함 때문이라는 불복의 심리가 마음에 뿌리내릴 때, 세상과 나는 화해할 수 없게 된다. 그러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나는 우 울할 수밖에 없다. 나이 들어 생겨나는 우울함은 많은 경우 지나온 삶에 대한 결핍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나 자신을 위해 혹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건만, 이제 비로소 눈을 나에게로 돌려보니 속이 텅 비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꿈도 많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젊은 시절의 내 모습은 간데없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가족이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얻은 것도 많았지만, 그것이 잃어버 린 나를 되찾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와서 내가 무엇을 다시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러한 결핍의 어려움은 불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보다는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의 가슴 에 더 깊은 상처 자국을 남긴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그런데 정작 가장 깊은 우울함은 그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앉으면 그냥 서 럽고 눈물이 나는 경험을 해보지 않았던가. 그냥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르고 살아온 것이 허망하게 느껴지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우리의 심연 속에는 차마 나 자신도 의식하지 못했고 드러내지 못했던 서러움과 억울함의 정서가 쌓여 있다. 김동규 박사는 우리를 휘감는 우울함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예부터 전해 내려온 멜랑콜리의 대표적인 증상은 이유 없는 슬픔이다. 이유를 알 수 없기에, 슬픔은 배가되고 애도작업은 실패하기 일쑤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은 묘한 불 안을 동반한다. 아니, 애초부터 불안 개념 안에는 이유 없음이 내장되어 있다. 학자들의 이유 없는 불안이 주는 멜랑콜리 문화의 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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