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법무사 12월호

구분법에 따르면 공포는 그것을 불러일으킨 대상이 분명한 반면, 불안은 그 대상을 알 수 없다. 불안이 분명 일어났건만, 그것을 야기한 대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슬픔 이 도무지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답답한 불안이 슬픔에 더해져 멜랑콜리 를 이루는 것이다.” - 김동규, 『멜랑콜리아』 우리는 이 알 수 없는 슬픔조차 이겨내고 이제라도 행복을 찾아갈 수 있을까. 사람마다 행복의 색깔은 다르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 를 시작하면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다”고 했지만, 막 상 행복의 의미는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어떤 사람들에게 행복 은 대단한 것을 가져야만 이루어지는 성취의 대상이다. 많은 재 산, 높은 지위나 권력, 화려한 명예같이 자신의 욕망이 채워지는 성취를 해야 행복을 느 끼는 사람들이 있다. 선거에서 당선되려는 정치인들의 치열한 경쟁, 어지간히 돈을 벌어서는 만족할 줄 모 르는 탐욕, 갑질 행세를 해서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보여줘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그러한 모습이다. 쇼펜하우어가 “세계는 바로 지옥”이라고 했던 이유는 만족할 줄 모르 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의 허망함을 지적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처럼 외형적인 성취를 거둔 삶이라고 해서 내면의 행복이 찾아지는 것은 아 닐 거다. 아무리 부와 권력과 명예를 거머쥐었어도 끝없는 불안과 탐욕의 굴레에 갇혀 피폐한 삶을 사는 경우도 많다. 직원들을 폭행하고 학대하는 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고 감옥에 간 업체 사장이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뉴스에 등장하는 삶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행복이 란 그리 거창하고 대단한 게 아닐 수 있다. 그저 소박하게 자기만의 소소한 기쁨들을 느 끼며 마음 편히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것이 곧 행복이라 말해도 과장된 말은 아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말한 ‘소확행’은 고작 백화점에 서 속옷을 대여섯 장씩 사 모으는 것이었다.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말은 깨끗한 팬티가 잔뜩 쌓여 있다는 것은 작기는 하 지만 확고한 행복의 하나(소확행)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이건 어쩌면 나만의 특수한 사 내가 만들어가는 소소한 행복 81 법무사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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