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체계인지도 모르겠다.” “또, 런닝셔츠도 상당히 좋아한다. 막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퐁퐁 풍기는 하얀 셔 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그 기분이란 역시 소확행의 하나이다.” 이렇게 하루키는 깨끗한 속옷들을 잘 쌓아두고 입는 것에서 일상의 행복을 느끼곤 했 다. 세계적인 작가가 느끼는 행복의 크기가 너무도 소소하게 생각되지 않는가. 하지만 그 러한 작은 행복을 맛볼 수 있는 것이 거저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 하루키는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생활 속에서 개인적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철저한 자기 규제 같은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꾹 참고 격렬하게 운동을 한 뒤에 마시는 차갑게 얼 린 맥주 한 잔 같은 것이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하고 혼자 눈을 감고 자기도 모르는 새 중얼거리는 것 같은 즐거움, 그건 누가 뭐래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참된 맛이다.” 하루키의 말처럼, ‘소확행(小確幸)’은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거친 사람이 맛보는 즐거 움이다. 힘들고 어려움이 있었기에 그 행복이 ‘확실한’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삶에 대 한 성실함의 태도를 가진 사람이라야 비로소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는 셈이다. 필자 또한 언제부터인가 개인의 소소한 행복을 즐기기 시작했다. 지난날 너무 오랫동 안 ‘시대’와 ‘일’ 속에서 ‘나’를 잊고 살아서였는지, 이제는 자신만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 끼는 것이 좋다. 빵 구운 냄새가 가득한 베이커리 카페에 들어가 커피와 빵을 갖다놓고 노트북을 열 때, 한가한 주말 클래식 카페를 찾아가 음악을 듣는 여유를 부릴 때, 모두가 잠들어있는 새벽 시간에 좋아하는 책을 펴고 한두 페이지 읽을 때, 남들은 다들 출근하 는 평일 아침에 바다를 보러 떠나는 자유로움을 누릴 때, 처음에는 작아서 답답했던 동 네 목욕탕이 점차 친숙하게 느껴질 때, 소용돌이쳤던 세상 속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소확행’을 느끼게 된다. 지나온 삶의 궤적이 거대한 것에 매달렸을수록, 그 길에서 우 여곡절의 회한이 많았을수록 소확행의 기쁨은 농도가 짙어진다.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나의 존재감을 세상에 알리는 것도 아 닌데, 그런 데서 행복을 느끼는 데 공감하지 못할 사람들이 많을 행복은 내 존재 자체에서 온다 문화의 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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