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법무사 1월호

“아침 안 먹었어?”라는 질문을 받았다. 만약 아침을 먹었다면, ‘아니, 먹었어.’라고, 안 먹었다면? ‘응, 안 먹 었어.’라는 답을 한다. 한국어에선 이게 당연하다. 그 러나 영어에선 전혀 당연하지가 않다. 영어로는 “안 먹었어?”라는 질문에 먹었다면 “Yes, I did. (응, 먹었어)”라고, 안 먹었다면 “No, I didn’t. (아니, 안 먹었어)”라고 한다. 우리말로 읽으면 뭔가 이 상하다. 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영어는 상대가 뭐라고 질문을 하던 내가 한 행동, 즉 사실만 생각해 답을 하면 된다. ‘밥 먹었냐?’고 물 었든 ‘밥 안 먹었냐?’고 물었든, 먹었으면 “Yes”, 안 먹 었으면 “No”라고 답하면 된다. 하지만 한국어에선 상 대가 질문한 내용에 따라 나의 답이 달라진다. 이에 대해 한 심리학자는 “영어는 정확한 ‘기술’에 목적을 두고 있고, 한국어는 ‘상호적 반응’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표현했다. 너무 정확한 해석이라 느꼈다. 그리고 (모국어여서 가 아니라) 한국어가 정말 ‘소통’의 가치를 제대로 지 니고 있는 언어라 생각했다. 우리 말에서 제대로 대화 소통은 ‘사실 전달’이 아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반응하라 precondition 3. 를 하려면 상대가 묻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필 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러한 ‘상호적 반 응’에 훨씬 더 중요한 가치를 두고 있는 듯하다. 대한 민국에서 벌어지는 소통의 문제들도 대부분 ‘상호적 반응’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기기 때문이다. 도입부에 소개한 연예인들의 문제만 해도 그렇다. 사람들은 ‘어떤 사실 관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그리 궁금해하지 않는다. 일단 문제는 터졌고 이걸 어 떻게 대응하느냐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이런 상황에서 ‘억울하다’, ‘결백하다’ 아무리 외쳐도 대중 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는다. ‘상호적 반응’이 아닌 ‘기 술’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호적 반응이란 해당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 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대중들은 ‘자식 된 도리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할래?’라고 묻고 있는 건 데, ‘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만 하고 있는 셈이다. 연예인 본인이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지만 이로 인해 불편함을 느꼈을 사람에 대한 미안함과 문제 해 결을 위한 책임감을 드러내 주길 바라는 게 대중들이 원하는 소통이다. tvN의 인기예능 「신서유기」의 한 장면을 보자. 말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헤드폰을 쓰고 큰 소리 로 음악을 들으며 스피드 퀴즈를 한다. 예상하다시피 ‘전혀’ 뜻이 통하지 않는, 공허한 외침만 오간다. 그 모 습을 보는 사람들은 서로 답답해하는 출연자들을 보 며 배꼽을 잡고 웃는다. 물론, 극단적인 설정이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의 소통도 이런 모습일지 모른 다. 내가 아는 선에서, 내 입장에서만, 상대 감정은 고 려치 않고 사실 전달만 충실한 대화. ‘말’을 하긴 쉽지 만 ‘소통’을 하는 건 어렵다. 그래서 소통에도 연습이 필요하고 노력이 중요하다. 소통이 되려면 결국 마음이 열려야 한다. 상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 그래야 상대를 이해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좀 더 발전적인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83 법무사 201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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