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외모에서 풍기는 인상은 그 사람의 내면을 짐작하게 하는 풍향계이다. 나이 마흔이 넘으면 자신 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링컨의 말은 어느 정도 는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성은 명 씨지만 모두들 “장자 선생”이라고 부르는 그의 얼굴은 털북숭이다. 선하게 웃는 그의 풍모는 도 가의 선인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무위 자연을 입에 달고 사는 장자 선생을 보 면서 다시 한번 무릎을 친다. 내가 그를 처음 본 것은 어느 시민단 체 내 동아리 독서클럽에서였다. 언젠가 그가 발제한 『장자』를 읽고 토론하는 모 임에서 그는 장자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였다. 나에게는 그것이 토론이 아니라 일종의 훈시로 들 렸다. 얼마나 치열했던지 헤어지기 아쉬워 난타전은 우리동네 포차에서까지 이어졌다. 막걸리를 앞에 놓고 그와 나는 마치 해하에서 마지 막 결전을 앞두고 있는 항우와 유방처럼 마주 앉았다. 원래 노자나 장자의 말씀은 깊은 바닷속을 헤매거나 높은 구름 속을 거니는 것과 같아서 그 오묘함을 잘 알 순 없지만 장자 선생의 허풍 섞인 설법 또한 듣다 보면 그럴듯하기도 하고 허무맹랑해 보이기도 한다. “임 선생, 내가 장자에서 제일 좋아하는 구절이 뭔 지 아시오?” 그는 두꺼운 검은테 안경 너머로 아직도 예전의 학 생들을 가르치던 열정을 내뿜으며 안광이 지배를 철 하듯 나에게 레이저를 쏟아부었다. 그는 중학교에서 한문을 가르치다 얼마 전에 정년퇴직하고 지금은 포 차 옆 건물 5층에 ‘장자서실’이란 옥호로 자그마한 서 예학원을 열고 소일거리 삼아 세월을 보내고 있다. “양생주 편에 보면 포정(庖丁)이 문혜군을 위해 소 를 잡아 바치면서 하는 말이 있어요.” 물론 나도 그 유명한 ‘포정해우(庖丁解牛)’란 이야기 는 잘 알고 있었지만 장자 선생의 그 유창한 언변에 눌 려 막걸리 잔을 홀짝거리며 가끔씩 추임새만 달았다. 그는 두꺼운 검은테 안경 너머로 아직도 예전의 학생들을 가르치던 열정을 내뿜으며 안광이 지배를 철하듯 나에게 레이저를 쏟아 부었다. 그는 중학교에서 한문을 가르치다 얼마 전에 정년퇴직하고 지금은 ‘장자서실’이란 자그마한 서예학원을 열고 소일거리 삼아 세월을 보내고 있다. 85 법무사 201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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