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법무사 2월호

정을 내렸다. 여기서 단순히 「병역법」이라고 말한 것 은 언어생활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실제로 좀 더 따지고 들어가면, 병역의 종류를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의 다섯 가지 로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는 병역종류조항이라고 말 해야 옳다. 그렇지만 일반 시민들은 그냥 편하게 「병 역법」이 위헌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사실상 그것이 언 어습관 면에서는 더 자연스럽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병역종류조항에 대하여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되, 입법자는 늦어도 2019년 말까 지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병역법」을 개 정해야 하고, 그때까지 개선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 면 병역종류조항은 2020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 한다고 선고하였다. 헌재 결정이 있던 그날, 장자 선생에게서 연락이 왔 다. 술 한잔 사겠다고. 물론 아직도 우리나라 국민 절 반 정도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하여 적대적이지만 나는 진즉부터 장자 선생의 편에 서서 이번 헌재의 결 정을 지지해 왔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먼저 축하전화 를 해서 잔치를 벌여야겠다고 맘먹고 있던 참이었다. 장자 선생으로부터 한 판 잘 얻어먹은 빚을 갚고자 호시탐탐 때를 기다리고 있던 차, 작년 늦가을 즈음 대법원에서 현역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 혐의 로 기소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선고하였다. 나는 이 소식을 들은 즉시 장자 선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자 선생, 축하하오. 우리 오늘 저녁 포차에서 만 납시다.”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한 거리엔 벌써 스산하게 낙 엽이 흩날리고 있었다. 나름대로 빨리 간다고 서둘렀 지만 포차에 도착했을 때는 장자 선생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식탁에 앉자마자 음악이 바뀌 어 영화 「와호장룡」의 주제곡 「월광애인」이 흘러 나 왔다. 장자 선생은 「와호장룡」의 주인공 무사 ‘리무바 이’의 광팬이었다. 보아하니 장자 선생이 오셨다고 주인 황 씨가 특별 히 선곡한 것 같았다. 얼후(二胡) 연주는 우리나라 악 기 해금 소리와 비슷하다. 애잔하게 흐르는 얼후 연주 를 듣자 소룡이 계곡 아래로 몸을 던지는 마지막 장 면이 스쳐 지나갔다. 장자 선생이 「와호장룡」에 심취한 것은 그의 성향으 로 보아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심심하 면 리무바이의 대사를 읊조리곤 했다. “진정한 날카로움은 무위에서 나오지.” “세상에 영원한 건 없어. 절제 없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네.” 하지만 그날의 화제는 당연히 대체복무제였다. “임 선생, 고맙소. 그런데 앞으로 우리 막내는 어떻 게 될 것 같소?” 그는 목이 타는지 연신 막걸리를 넘겼다. “글쎄요. 아직도 대체복무제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 정서가 만만치 않으니 기다려 볼밖에요.” 나는 그날 장자 선생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지 못 하고 얼큰히 취한 채 헤어졌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28일에 「대체복무에 관한 법 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얼마 전에는 양심적 병역거부 자의 대체복무기간을 36개월로 확정하고, 이들의 근 무지를 교정시설에서 합숙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87 법무사 201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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