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법무사 5월호
옛말에 회자정리(會者定離)요, 거자필반(去者必返) 이라고 했던가. 사람은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기 마 련이고 헤어진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고 하였다. 일 찍이 한용운 시인도 이러한 자연의 섭리를 시 「님의 침묵」에서 다음과 같이 아름답고 도 슬프게 노래한 바 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가는 봄날을 아쉬워하며 하염없이 지는 꽃잎을 바 라보고만 있을 즈음, 뜬금없이 내 앞에 최 시인이 나 타났다. 그가 사라진 것도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이 렇게 예고도 없이 스파이더맨처럼 출현한 것도 과연 그다웠다. 페르시아시인 ‘잘랄루딘루미’는 “인간이라는존재 는 여인숙과 같아서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 다.”고 하였다. ‘기쁨, 절망, 슬픔, 순간적인 깨달음 등 이예기치않은방문객’처럼찾아온다는것이다. 가는 봄날, 최 시인은 어떤 예기치 않은 깨달음을 불쑥 가 져온것일까. 나는그의초췌하고비탈진얼굴에서일 말의 기미를 읽어내려고 노력하였다. 개인택시를 끌고 온 그는 나한테 잠깐 시간을 내 서바람이나쐬러가자고하였다. 무슨연유가있겠거 니 생각하고 만사를 작파하고 그를 따라나섰다. 대전 에서 두 시간여를 달리자 하동 가는 벚꽃 길로 들어 섰다. 이미 벚꽃은 지고 그 자리엔 파릇파릇 연둣빛 애기손들이 하늘거리며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 었다. 우리는 그동안의 세월의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띄엄띄엄 징검다리 건너듯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최 시인은 당시 잘나가던 국영기업체 과장이었다. 몸은 깡말랐지만 눈빛만은 형형하게 살아 있었다. 술은 잘 마시지는 못했지만 말은 청산유수였다. 한번 잡은 발언권은 쉽사리 남에게 넘겨주지 않았다. 85 법무사 201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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