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으로부터 이혼소송을 당했고, 여기 자료가 있으니 답변서를 잘 써서 제발 아이만이라도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그러면서 안타까운 듯 하필 왜 바람 을 피우냐고 원망하는 듯 한숨을 쉬었다. 일단 의뢰인과 자세한 대화를 할 수 없어서 좀 답답 했다. 하는 수 없이 가져온 소장과 증거자료 등을 하나 하나 검토하기 시작했다. 의뢰인의 사정은 체류가 가능하려면 혼인관계이거 나 친모로서 한국 국적의 아이를 키워야 가능한 상태 에 있었다. 따라서 이혼을 당하고 아이마저 빼앗긴다 면 이 여성은 한국을 떠나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 야 하는데 그것이 이 여자에겐 사형선고인 것이다. 상대측 변호사와의 합의는 깨지고 증거자료를 보니 남성과 껴안고 있는 사진, 남성의 성 기가 찍혀져 있는 사진, 욕조에 나체의 남자가 있는 사 진, 집안일을 잘 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화장실 안 더러 운 욕조를 찍은 사진 등 대체로 이상하고 유쾌하지 않 은 사진들이었다. 그러면서 여성의 손톱사진도 있고, 빨간 핏자국을 손목에 그린 것 같은 해괴한 사진도 있 었다. 피고가 한국인이었다면 과감하게 아이를 포기하도 록 조곤조곤 설득을 했으련만, 일단은 체류가 문제되 는 외국인이고 여러 가지 정황이 그리 좋지 않아서 검 토 후 상대방 변호사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이혼에 따 른 어떠한 재산분할도 원하지 않으니 인도적 견지에서 아이만이라도 키우게 해 달라고 의견을 전했다. 사실은 남자 쪽도 정상으로 보이진 않았고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불안과 사회 적응력 부족으로 정신과에 다니고 있는 자료를 제출했을 뿐만 아니라 얘기를 들어봐도 감정조절을 못 하고 어린 세 살짜리 아들에게 손찌검을 하거나, 심하 게 화를 내곤 하는 것으로 짐작되었기 때문이다. 서로를 위해서 상대측 변호사에게 솔직하게 의견을 전달하고, 사건을 부드럽게 마무리하는 것이 현명하다 고 생각했다. 변호사는 아이를 위해서 일응 이해가 간 다고 생각했는지 최대한 의뢰인을 설득해 보겠다고 적 극적인 답변을 주었다. 그러나 다음 날 연락이 오기를, 의뢰인이 아이의 양 육을 고집스럽게 주장하는 바람에 더는 설득할 수 없 을 뿐만 아니라 짜증까지 낸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우리 측을 우롱이라도 하는 듯 원고 측은 많은 증거자료들을 가지고 있어서 소송이 빨리 끝날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증거자료들을 다시 검토하고 의뢰인에 게 사진을 한 장 한 장 보여주면서 자초지종을 자세하 게 들었다. 의뢰인은 서서히 한국말이 늘어가는 단계 에 있었고, 필자도 익숙하게 변해갔다. 무슨 말을 하는 지 이해가 힘들 때엔 행정사에게 사정을 묻곤 해서 일 을 진행했다. 남편의 분노, 의뢰인의 외로움 원고는 나이 40대, 한국 남성. 피고는 나이 20대, 우즈베키스탄 여성. 의뢰인은 처음에는 남편과 잠자리도 했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남자는 보통 때엔 손에 물을 묻히 지도 않고, 부부관계도 하려 하지 않다가 생리주기에 만 잠자리를 하고 여성의 팬티를 스스로 빨래하곤 했 었다고 한다. 상대방 원고는 피고에게 30만 원 외엔 생활비도 거 의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 어린아이가 있어서 자주 할 수도 없는 외출이지만, 그마저도 나가는 것을 싫어했으 니 다른 우즈베키스탄 남자와 관계를 알았을 경우 얼 마나 분노했을지 알고도 남음이 있다. 맨몸으로 한국 67 법무사 201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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