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법무사 7월호

감정은 ‘해석(스토리)’에서 나온다 소통이 잘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기존 에 가지고 있던 지식, 경험만을 근거로 상대를 일방적 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부서 간에도 자주 발생한다. 현장에서 뛰어야 하는 영업직원들은 좀 더 편하게 영업할 수 있도록 비용 지원 등의 제도 가 바뀌길 원한다. 하지만 지원본부 직원들은 생각이 다르다. 회사의 ‘규정’을 영업사원 편하자고 마음대로 바꿀 순 없다. 이때 영업직원들은 어떤 스토리를 쓸까? ‘사무실에 앉아서 펜대나 굴리니까 현장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 다’고 생각하면서 지원본부 사람들에게 나쁜 감정을 갖게 된다. 반대로 지원본부는 ‘영업하기 조금만 힘들면 제도 를 바꿔달라고 하지. 그렇게 쉽게 일하려고 하니 매번 실적이 그 모양이지’라면서 영업직원들을 불평불만꾼 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상대의 행동에 대해 나쁜 쪽 으로 스토리를 쓰게 되면 팀 간 소통은커녕 갈등만 더 심해진다. 자, 영업본부와 지원본부 간의 갈등은 누구의 잘못 인가? 어느 한쪽을 틀렸다고 말할 수도,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 줄 수도 없다. 양쪽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만 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소통이 되려면 ‘객관적’ 스토리를 쓰는 게 중요하다. 이를 필자는 ‘리스토리(Re-Story)’라고 말한다. 기 존에 갖고 있는 스토리를 ‘새롭게’ 써 본다는 의미다. 그럼, 리스토리를 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심리학자들 은 말한다. 어린아이들은 ‘내가 보는 세상’과 ‘남이 보 는 세상’이 같다고 믿는다고. 그래서 숨바꼭질을 할 때 본인이 술래를 보지 못하면 술래도 자신을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머리만 숨기고 다 숨었다고 생 각하는 어리석은 꿩처럼. 그러던 아이들이 만 4세가 지나면서부터 달라진다 고 한다. ‘관점 전환(Perspective taking)’, 즉 나에게 보이는 세상 말고도 또 다른 세상의 모습이 있음을 이 해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관점 전환이 리스토리 를 위한 핵심 요소다. 상대의 관점이 있음을 알고, 그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관점 전환을 쉽게 설명하면 이런 것이다. 오늘 저 녁 7시에 약속이 있었다. 그런데 차가 꽉 막혀서 좀 늦 을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6시 50분쯤에 상대에게 문 자를 보낸다. ‘죄송한데 차가 막혀서 조금 늦을 것 같 습니다.’ 만약 당신이 이런 문자를 받았다면 어떻게 답장을 보내겠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천천히 오세요. 괜찮 습니다.’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관점 전환이 아주 잘 되는 사람들은 이렇 게 답을 한다. “회의가 길어져 나도 조금 늦을 것 같 네요”라고. 어디서? 이미 식당에 앉은 채로 말이다. 늦 어서 조급해하고 있을 상대의 관점에서 그를 안심시 키기 위한 태도, 바로 이것이 관점 전환이 됐을 때의 행동이다. 그런데 슬프게도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 리고 성공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관점 전환 능력이 오히려 퇴행한다. 그래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상대의 관점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부부상담’ 프로그램 등에서 진행하 는 ‘역할 바꾸기’ 실험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남편이 부인의 역할을 하고, 전문가가 남편의 역할을 맡는다. 그래서 남편은 부인의 입장이 되어 자신이 상대에게 했던 잔소리를 전문가로부터 똑같이 듣는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인 역시 남편의 입장 이 되어 자신이 남편에게 퍼부었던 얘기를 그대로 듣 는다. 이를 통해 자신이 상대에게 준 상처를 본인이 스스로 느껴본다. 실험이 끝나면 대부분의 부부들이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내가 그렇게 심하게 말하는 줄 몰랐다”, “미안하다”고. 내 입장에서만 보면 답답 82 현장활용 실무지식 + 내 편을 만드는 소통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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