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법무사 8월호

위험이 있으므로 명문대를 졸업한 수재였던 아내라면 냉정한 시각을 보여줄 것이라는 생각도 언뜻 들었다. 주택재개발구역 최후의 임차인 원고는 울산 O구 OO동 일원의 주택재개발정비사 업조합, 소송대리인은 필자의 사무소와 지척에 있는 법무법인이었다. 피고는 주택재개발구역에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이었다. 해당 재개발구역은 2017.8.부터 보 상과 이주가 시작되어 현재는 대부분의 이주가 완료 된 상태이고, 의뢰인을 포함해 몇 명 정도만 폐허가 된 지옥 같은 구도심에서 최후를 맞이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의뢰인은 1년 전 필자를 통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잘 수행하여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 다른 의뢰인의 소개로 함께 필자의 사무 소를 방문했는데, 절반은 당혹스러움에, 절반은 의구 심에 며칠간 물만 삼킬 수밖에 없었다는 듯이 마른 입 술에 연신 물만 축이고 있었다. 다른 의뢰인은 입술이 자꾸 마르는 의뢰인에게 친자 매는 아니지만 “언니”라고 부르고 있었다.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입술이 자꾸 마르는 의뢰인 은 74세의 여성분이었는데 왕년에는 울산 O구 구도심 에서 가구점을 크게 했던 여사장님이었다고 한다. 그 런데 IMF 외환위기 때 도산하여 그 무렵 남편을 잃고 아픈 딸과 함께 살아오다 보니 이렇게 되고 말았다며 한때 잘나갔던 시절을 회상하는 듯 그윽한 눈으로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필자는 그게 못마땅했다. 어쨌든 현재의 비참한 생 활고는 과거 찬란했던 때 무분별하게 남의 돈 무서운 줄 모르고 끌어다 쓴 때문이고, 자기관리가 되지 않은 자업자득의 결과가 아닌가,라는 비난이 먼저 스쳐갔 다. 옆자리에서 법무사님의 능력을 믿으라면서 반드시 보상을 받아낼 수 있다고 위로하는 다른 의뢰인의 부 추김도 신경이 거슬렸다. 그분들의 대화를 지켜보며 그래도 얼굴에는 미소를 유지해야 한다는 직업적 요청에 따른 비동일적 분열의 불편함이 필자를 일으켜 세우기에 이르렀다. 건물인도 청구 필자는 의뢰인들께 잠시 숨을 돌리라고 하고선 자리 로 돌아와 소장을 읽어 보았다. 원고는 2011.11.30. 조합을 설립하고 2016.1.11. 사업 시행인가를 받아 같은 날 고시를 거쳐, 2017.2.27. 관리 처분인가를 받았다. 같은 날 고시가 되었으므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1조제1항에 따라 당해 구역 내 의 모든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한 사용·수익권한이 조 합에 귀속되므로 피고가 점유하고 있는 주택을 원고 에게 인도하여야 한다는 것이 소장의 내용이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1조제1항에서는 다음 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 권자·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제78조제4항에 따른 관 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은 때에는 제86조에 따른 이전고시가 있는 날까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을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다.” 의뢰인은 종전 임대인과의 계약에서 OO사택 207호 를 임대차목적물로 하였는데, 구도심에 슬럼화가 진행 되자 공실이 많아져 임대인의 배려로 장애를 가진 딸 의 병간호를 위해 208호에 거주해 왔다고 하며, 최근 에는 시설입소를 위해 주민등록까지 다른 곳으로 옮긴 처지라 임차인의 대항력을 주장할 사안은 아니었다. 설상가상, 임대인이 주택보상을 앞두고 프리미엄을 받고 건물을 팔고 가버리면서 새로 온 소유자가 208호 에 대하여는 인수하지 아니하는 임차인으로 보고 조 63 법무사 2019년 8월호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