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법무사 8월호

합으로부터 주택보상을 받은 이후 의뢰인에게 딸과 함 께 208호를 비워달라고 요구하면서 폭언과 협박을 계 속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합에서도 아무런 권원 없이 재개발구역 내 주택을 점유하면서 보상을 요구하는 의 뢰인 모녀를 악성 임차인으로 분류하여 수도와 전기를 차단하고 고립시켜 자진이주를 종용하고 있었다. 필자는 의뢰인에게 보상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 고 사실대로 알려주었다. 그러나 입술이 자꾸 마르는 의뢰인과 예전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 기억을 가 진 다른 의뢰인은 ‘이미 알고 있다’는 눈빛으로 다른 기 대를 주문하고 있었다. 필자는 딸이 얼마나 아프냐고 물어보았다. 의뢰인은 ‘미분화조현병’이라는 진단명으로 불안, 환청, 자신의 생각이 방송을 타서 나가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간헐적으로 하고 있다는 의사의 소견이 적힌 딸의 진단서를 보여주었다. 딸은 1980년생으로 올해 마흔이 되는 나이인데도 의뢰인의 간병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정신장애 3급 요보호자였고 의뢰인과 딸 모두 기초생활 수급자였 다. 사정을 듣고 보니 필자도 의뢰인이 보상을 요구하 는 근거가 법률이 아닌 헌법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 었다. 그리고 보상액수를 물어보았는데 의외로 그리 크지 않았다. 이사비용 정도 또는 월세 방이라도 얻을 만한 보증금 상당액이었다. 이쯤 되고 보니 필자도 법무법인 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게 되었다. 새로 바뀐 건물소유자가 들이닥쳐 의뢰인 모녀에게 당장 집을 비우지 않으면 용역을 시켜 강제퇴거 시킬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을 때 의뢰인은 ‘이사비 용 정도만이라도 달라’고 했는데 새로 온 소유자는 ‘이 구역에서 보상받아 간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법대 로 하겠다며 마치 조합으로부터 주택보상을 받으면서 의뢰인 모녀를 책임지고 내보내기로 서약이나 한 듯 앞잡이 노릇을 한동안 하더니, 법무법인이라면서 전화 가 걸려 왔다는 것이다. 내용으로는, 소송을 하면 변호사 비용을 다 물어야 된다면서 그냥 비우는 게 어떻겠냐는 회유성 협박이 었고, 의뢰인은 ‘딸이 많이 아프다, 이사비용 정도만 달 라’고 했는데, 회의해 보겠다고 하더니 소장을 보내왔 다는 것이다. 사회학적 법학 필자는 이 사건을 법의 시각으로 바라봐선 승산이 없 다고 판단했다. 사정이 딱해도 의뢰인 모녀에게 소액이 기는 하나 이사비용을 주고 이주를 마치게 한다면 같은 구역의 악성 점유자들이나 다른 구역의 잔존 점유자들 에게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을 우려하여 소송을 택한 원고나 그 소송수행을 맡은 법무법인의 사정도 이해는 할 만했지만, 한편으로는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차라리 소송대리인 선임할 돈으로 몰래 이사 비용만 주면 될 것 아닌가’라는 단순한 생각은 원고의 미움에 기인한 것일 것이라는 생각이 압도하기 전까지 는 의문이었다. 원고는 의뢰인 모녀를 큰 잔치에 체면 손상을 담보 삼아 구걸하는 각설이 내지는 막무가내 식으로 떼쓰 는 아이 정도로 보고, 법을 통해 버릇을 고쳐놓겠다는 심산인 것 같았다. 필자에게도 처음엔 그렇게 보여지 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정도도 포용하지 못하는 사 회라면 우리는 아직 미개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찾았던 것이다. 연작소 설 외에 영화와 연극으로도 잘 알려진 이 소설은 자본주 의의 경쟁모순과 사회적 계급을 난쟁이의 신체적 불구 를 통해 사회의 불구성을 불편하게 지적한다. 김불이 가족이 생업의 터전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 하게 되면서 보상책으로 받아든 아파트 입주권은 재앙 이었다. 아파트 입주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현실을 받아 64 현장 활용 실무 지식 + 나의 사건수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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