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문화가 있는 삶 + 입문자를 위한 뮤지컬 추천기 는 함정수사를 계획한다. 하지만 잭이 약속시간이 나오지 않자 초조해진 다니엘은 폴리를 살해한다. 한편, 다니엘의 지하연구실에 돌연 잭이 나타 나 진짜 잭 더 리퍼는 2년 전에 죽었고, 자신은 다 니엘의 또 다른 인격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들려 준다. 먼로와 앤더슨이 뒤늦게 연구실로 들어와 이 사실을 알고 놀라지만, 먼로는 태연하게 특종을 잡 았다며 다 같이 동업하자고 말한다. 다니엘은 화를 내며 손에 든 칼로 먼로를 죽이려 한다. 그때 글로리아가 다니엘을 저지하며 총으로 자살한다. 잭은 연구실 너머로 유유히 사라지고, 앤더슨은 총을 쏘아 다니엘을 죽인다. 다니엘이 죽은 것을 본 먼로는 살인자의 비극적 인 최후라며 보도용 사진을 찍으려 하지만, 앤더슨 은 연구실의 장기보관 장치를 고장 낸다. 먼로는 연 구실 폭발을 우려해 앤더슨에게 다시 유리한 계약 조건을 제시하지만, 앤더슨은 “계약은 끝났다”고 하며 연구실을 빠져나온다. 앤더슨이 사라지고 연기가 가득 찬 무대 위로 “잭 더 리퍼 사건은 아직도 미결”이라는 내레이션 이 흘러나오면서 뮤지컬은 막을 내린다. 촘촘한 구성, 출중한 무대효과로 원작 뛰어넘는 성과 「잭 더 리퍼」의 원작은 체코의 뮤지컬이다. 국내 공 연은 라이선스를 받아 상연되었으나, 각색이 허용된 넌레플리카(non-replica) 뮤지컬이었다. 원작은 성 불구자인 잭이 여자와 관계를 맺기 위해 악마와 계약을 하고 살인을 저지른다는 다소 황당한 줄거리인데, 국내에서 상연되는 「잭 더 리퍼」는 국내 뮤지컬 팀이 오리지널 버전의 스토리를 새롭게 짜고, 10여 곡 이상의 넘버를 보강해 치밀하고 촘촘한 구성 으로 재창조한 작품이다. 2009년 국내에서 초연된 후 많은 앙코르 공연을 했고, 2012년에는 원조국 체코를 제치고 일본에 진 출하는 쾌거를 이루어내면서 대한민국의 대표 뮤지 컬로 자리 잡았다. 「잭 더 리퍼」를 보는 중요한 재미 중 하나는 스릴러 극으로서의 요소를 잘 살린 출중한 무대효과다. 수사 관 앤더슨의 사건 보고로 시작되는 취조실과 19세기 당시 런던 클럽의 모습, 의사 다니엘의 지하연구실, 그 리고 상업화된 언론을 상징하는 『런던타임스』 신문 사 등 각각의 공간들이 무대 위에서 변화무쌍하게 자 리를 바꿔가며 극적인 요소를 더해준다. 특히 회전무대에 담은 화이트채플 거리의 골목 무 대는 평면인 무대와 달리 시간의 흐름을 조절하면서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도록 스릴러물 특유의 효과를 잘 살려냈다. 무대를 비추는 조명 또한 독창적이다. 극의 특성에 맞게 주를 이루는 청색 조명은 푸르름이나 신선함을 상징하는 청색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소름 끼치고 등 골 오싹한 서늘함을 잘 표현해낸다. 앤더슨이 자신의 고뇌를 담아 메인 넘버 「회색도시」 를 부르는 전반부 멜로디 라인과 자전거를 탄 행인의 사고 장면, 호루라기 휘슬과 지나가는 행인 앙상블과 함께 주고받는 대화, 공격적 손가락질, 마지막 앤더슨 의 절규로 마무리되는 순간에도 회색과 청색조명은 여기저기 방향을 바꿔가며 적절한 효과를 연출한다. 한편, 피가 솟구쳐 흐르는 잔혹한 장면과 이글이글 타오르는 화재 장면에는 순간적으로 붉은 조명이 나 타나며 긴장감 넘치는 음악과 함께 무대의 효과를 극 대화한다. 또, 잭과 매춘부 앙상블이 함께 부르는 넘버 「이 밤 이 나는 좋아」에서는 매춘부의 흰색 속옷에 빨간색 테이프를 말아 붙였는데, 잭이 테이프를 건드리는 순 간 끝이 풀리면서 피가 쏟아지는 장면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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