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좌담회 / 법원 외부연계형 조정중재센터 활성화 방안 주목 이 법률 장애등급제 폐지 「장애인복지법」 개정법률과 향후 과제 내 편을 만드는 소통의 기술 나에게 적대감을 가진 사람과 소통하는 법 Vol. 626 2019• 08
발행인 최영승 편집인 김성수 편집주간 오일 편집위원 강신기·김미애·김영석·박재승·안신영·이상진· 신혜주·정정훈·조춘기·주영진·최희수 편집장 임정와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일 2019년 8월 5일 통권 제626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 더블루랩 일러스트 제비J 정기간행물 등록 1965년 5월 7일 강남, 라 00102호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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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08 좌담회 _ 법원 외부연계형 조정중재센터 활성화 방안 법무사 시시각각 06 포토 뉴스 _ 여름, 빛나는 협재 해변 문화가 있는 삶 84 입문자를 위한 뮤지컬 추천기 _ 19C 영국 혼란상 담은 낭만 잔혹극, 「잭 더 리퍼」 88 약사엄마의 복약지도 _가성비 좋은 비타민제 선택 가이드 Contents 법으로 본 세상 16 쿼바디스, 대한민국 부동산 _ 향후 10년, 부동산시장을 뒤흔들 변화는 무엇일까? 22 사건 그 이후 _ 2004년 밀양 고교생 집단성폭행사건 28 주목! 이 법률 _ 장애등급제 폐지 「장애인복지법」 개정법률과 향후 과제 32 법률고민 상담소 _ 가사, 상속, 개인회생, 민사집행 36 새로 시행되는 법령 _ 「화물자동차운수법」 일부개정 (2019.7.1. 시행) 99 내가 만난 법무사 _ 창 고에 감춰진 유체동산, 땀 뻘뻘 흘리며 찾아준 법무사님
법무사 시시각각 38 업계 핫이슈 _ 법무사의 손해배상책임과 공제제도에 대한 단상 _ 법조계 리걸테크 현황과 법무사 46 와글와글 발언대 _ 개정 「협회장선거규칙」 시행에 부쳐 _ 어느 공유물 분할소송사건 상담 이야기 50 업계 투데이 _ 법 원의 전면스캔방식 전자등기 허용여부, 우려도 _ 한국중재학회 2019 국제학술대회 개최 54 법무사가 달린다 _ 민화(民畵) 화가, 유석영 법무사 현장활용 실무지식 56 이달의 판례 _ 대법원 2019.4.11. 2018다291347판결 62 나의 사건수임기 _ 법 의 인도적 본질에 호소해 원만히 해결한 ‘건물인도청구사건’ 68 법무사실무광장 _ 법원 실무자가 짚어주는 ‘공탁업무 핵심포인트’ _ 「재외국민·외국인 부동산등기 신청절차 예규」 Q&A(1) - 재외국민 편 80 내 편을 만드는 소통의 기술 _ 나에게 적대감을 가진 사람과 소통하는 법 동정 등록 90 협회는 지금 _ 협회·지방회·법무사 94 법무사 신규등록 · 등록공고 98 편집위원회 레터 2019년 8월 vol. 626
여름, 빛나는 협재 해변 여름 휴가철을 맞아 법조계도 모처럼 망중한을 맞이하고 있다. 법무사업계 도 법무사제도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법안인 「법무사법」과 「부동산등기법」 개정안의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여름이 가면 풍요로운 결실의 가을이 찾아올 것이다. 사진은 제주시 한림읍 협재 해수욕 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들. <편집부> 6 법무사 시시각각 + 포토 뉴스
<사진 : 연합뉴스> 7 법무사 2019년 8월호
법원 외부연계형 조정중재센터 활성화 방안 - 서울중앙회 조정센터를 중심으로 법무사 조정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일시·장소 2019.7.23.(화) 10:00, 서울법원조정센터 소회의실 (201호) 사회 김성수 대한법무사협회 부협회장·본지 편집위원장 패널 윤성근 서울고등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총괄부장판사 김정실 서울중앙지방법무사회 제1부회장 · 조정중재센터장 김정규 서울중앙지방법무사회 조정중재센터 조정위원 김채수 서울중앙지방법무사회 조정중재센터 조정위원 옵저버 최복규 · 이은정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부 판사 사진 김흥구 포토그래퍼(더 블루랩) 8 만나고 싶었습니다 + 좌담회
조정, 당사자 화해 통해 ‘분쟁의 뿌리’ 해결할 수 있어 사회(김성수) 대법원은 2009 년 「민사조정법」 개정에 따 라 법원 내부에 조정센터를 설치하고, 2010년 외부연계 형 조정센터를 운영하는 등 조정제도 활성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법 원이 법을 정비하면서까지 조정제도의 활성화를 적극 적으로 추진해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윤성근 20년 전쯤만 해도 판사들에게 조정은 ‘이류 의 정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심리가 종 결되면 당사자들의 주장 입증 등을 종합해 판결하면 되는데, 왜 정답을 놔두고 굳이 더 고집 세고 욕심부 리는 사람이 이익을 보는 조정을 하느냐는 것이었죠. 하지만, 현실에서는 판사들이 열심히 재판하고 판 결을 해도 국민들은 판결에 만족하지 않고, 법원의 신뢰도 높아지지 않고, 계속 재심을 하러 오고, 또 다 른 소송으로 가지를 쳐서 확산되는 등 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반성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당사자들 사이 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살아있는 분쟁에서 법 으로 재단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한 측면에 대한 답 을 내려주는 것이 과연 정답인가, 진짜 분쟁을 해결하 려면 그 분쟁의 뿌리, 즉 살아있는 분쟁 전체에 대한 답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분쟁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당 사자들이 조정을 통해 화해하는 조정제도가 판결보 다 더 적합하다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조정 활성화 정책이 시작되었습니다. 초창기에는 워 낙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다 보니 부작용도 있었지 만, 지금은 상당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과정에 법 원 내부 조정위원들이나 서울중앙회 조정센터와 같 은 외부조정기관들 모두 열심히 잘 해주시고 있어 저 희로서는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회 법무사업계에는 전국 6개 지방회에 법원연계형 조정센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만, 현재 유일하게 서울 중앙회 조정센터만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법 우리 협회는 법원의 조정제도 활성화 정책에 따라 2012년 협회 내 법원연계형 조정중재센터의 개소를 시작으로 서울중앙회, 서울남부회, 경기중앙회, 부산회, 경남회, 광주전남회가 잇따라 법원연계형 조 정센터를 개소하는 등 법원의 정책에 적극 동참해 왔다. 그러나 최근 대부분의 조정센터가 그 활동을 정지하거나 대폭 축소하고 있다. 법원에서 조정사건을 배 당받지 못하거나 배당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중앙회 조정중재센터는 서울중앙지방 법원으로부터 2019.7.20. 현재 590건을 배당받아 어느 때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또 궁극적으로 법원연계형 조정센터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일은 무엇일까. 서울중앙회 조정센터의 주요 관련자들을 한자리에 모시고, 궁금증을 풀어본다. <편집부> 9 법무사 2019년 8월호
원에서 사건을 배당받는 연계형 조정센터의 특성으 로 볼 때 법원의 조정제도 정책에 따라 활성화 정도 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다른 지방법원들과 정책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 까요? 윤성근 이전에는 대부분의 조정사건이 소송으로 시 작되어 수소법원 담당재판부가 변론을 상당 정도 진 행한 후에 직접 조정을 시도하는 형태였지만, 이는 재 판부의 사건에 대한 예단이나 편견을 초래하거나 당 사자가 조정을 강요받는 듯한 압박감을 느낄 수 있는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조기조정제도가 모색 되었습니다. 조기조정제도는 본격적인 변론 진행 전에 사건을 조 정에 회부하여, 재판부의 관여 없이 조정전문가인 조 정위원의 주도로 당사자끼리 분쟁과 갈등을 해결하기 때문에 보다 조정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0.3. 시범실시를 거쳐 2013. 3. 전국 법원 최초로 조기조정제도를 전면 시행했고, 2014년 7월에는 「조기조정사건처리 업무처리지침」 내 규 제정으로 구체적인 제도를 마련해 항소부, 합의부, 소액재판부별로 월별 회부사건수를 권고하는 등 적 극적인 독려활동을 했습니다. 그 결과 재판부에서 조정에 회부할 사건들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고, 이것이 다른 법원에 비해 조정제도 를 보다 활성화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또 하나는 사건을 많이 확보했으니 그만큼 조정위 원들도 필요한데, 우리 법원은 2010년부터 법무사회 와 같은 외부 전문가 기관에서 조정사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외부(법원)연계형 조정센터를 협약을 통해 설 치, 운영해 왔습니다. 외부연계형 조정센터는 해당 조정기관의 물적·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더 많은 조 정사건을 효과적으로 처리해 낼 수 있었습니다. 법원연계형 조정센터, 신속한 처리와 원활한 피드백이 경쟁력 사회 조기조정제도에 대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확고 한 의지가 현재 서울중앙회 조정센터의 활성화에 큰 배경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서울중 앙회 조정센터의 현황은 어떠한지요? 김정실 서울중앙회 조정센터가 법원으로부터 배당받 은 사건 수는 2018년 538건, 2019.7.20. 현재는 590건 입니다. 배당건수의 증가로 기존 35명의 조정위원을 확대해 2019.6.1. 현재 75명의 법무사가 조정위원으 로 위촉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회 회관에는 4개의 표준조정실이 있고, 특 히 다수 당사자를 위한 대형조정실이 갖춰져 있습니 다. 현재 조정성공률은 38.5%인데, 대한변협 조정센터 의 경우는 13~15% 정도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굉장히 성공률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윤성근 조정사건에는 조정신청에 의한 사건과 수소법 원에서 조정에 회부한 사건이 있는데, 그중에서 조정 신청에 의한 사건은 법원 내부 상임조정위원에게 배 정하고, 조정에 회부된 사건들은 각 외부조정기관의 전문분야에 따라 분쟁해결방법이나 접근방식도 각자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춰 배당해 드리고 있습니다. 서울중앙회 조정센터의 경우는 ▵당사자가 법적 조 언을 쉽게 접하지 못해 법률적 이해와 설명이 필요한 사건이나 ▵소송대리인이 없거나 선임 가능성이 낮 는 등 법률서비스에서 소외된 계층의 사건들을 기본 적으로 배당해 드리고 있습니다. 법무사 조정위원들 이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 어주시고,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하는 등 열심히 하 고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0 만나고 싶었습니다 + 좌담회
사회 서울중앙회 조정센터의 활성화에는 센터만의 특별한 장점이나 경쟁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법원과 센터, 각 조정위원의 입장에서 평 가하는 센터의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윤성근 실무적으로 체감하는 서울중앙회 조정센터는 신속한 조정기일 지정과 조정사무보고의 신속한 회 신 등 원활한 업무처리가 큰 장점입니다. 그만큼 조정 위원들의 의지와 열의가 높고, 조정센터에서도 물적· 인적 시설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법원에서 외부조정센터의 활성화에 적극성을 가지 기 위해서는 법원에서 보낸 사건에 대해 외부조정기 관이 어떻게 진행해 처리했는지 피드백을 받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사건을 보냈는데 일정기일 안에 회신이 오지 않는다면 법원으로서는 믿고 사건을 배 당하기가 어려워지거든요. 서울중앙회 조정센터의 경우는 지금까지 센터가 컨 드롤타워 역할을 잘 해 오셨기 때문에 우리 법원에서 도 신뢰하며 지속적으로 사건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김정실 우리 센터에서는 조정위원들이 사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서포트를 해드리고 있습니다. 사무 국에 조정사건만 전담하는 실무직을 배치해 전반적 인 관리 사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배당되면 조정위원들에게 이메일로 배부해 드리고, 조정기일이 정해지면 당사자들에게 기일지정 통지를 송부하는데, 송달불능이 되면 전화로 다시 고 지해 적극적으로 참석을 독려하고 있죠. 조정은 대면 조정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대면이 되 지 않으면 아무래도 성공률이 높을 수가 없거든요. 센 터에서는 2019년 목표를 전체사건에 대한 대면조정 을 원칙으로 정하고, 적극적으로 노력해 현재는 2018 년 대비 대면 조정률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또,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사건처리 시 대면 수당과 비대면수당이 지급되는데, 여기에 서울중앙 회 예산으로 조정성공수당을 추가로 지급하는 인센 티브제도도 운영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조정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조정 기한 45일을 최대한 앞당겨 30일 이내로 모든 사건 을 처리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정위원들이 사명 감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사건을 해결해 주고 있어 그 시너지 효과가 센터 활성화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김정규 저는 어쩐지 조정하는 날에는 기분이 좋습니 다. 특히 조정에 성공한 날에는 콧노래가 절로 나지 요. 장년의 법무사로서 조정위원에 임명되어 분쟁을 조정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조정인들의 전문성과 신뢰성 확보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 법무사업계 차원에서 조정을 하나의 새로운 법무사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지 적극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윤성근 서울고등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총괄부장판사 11 법무사 2019년 8월호
수 있어 조정위원으로서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사자 이야기 충분히 들어줄 수 있는 조정, 만족도 높아 사회 법무사가 소송 이후 집행까지 설명이 가능해 특 히 경쟁력이 있다는 말씀에 크게 공감됩니다. 그런 만 큼 법무사의 조정에 대한 당사자들의 만족도도 높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김정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조정에서는 법정에서 사 건 진행 시 표현할 수 없는 당사자들의 주장을 충분 히 들어줄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 습니다. 제가 처리한 사건 중에는 조정 중에 자신이 하 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기 때문에 돈을 안 받아도 괜 찮다며 악수하고 화해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김채수 말씀하셨듯이 조정은 시간이 충분하니까 피 고가 무자력 항변을 하는 경우, 분할 상환으로 맞춤 형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원고에게 조정은 판결과 똑같다, 그러니 분할해서 천천해 받아 겪고 있는 당사자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일에 보람 을 느끼고 있습니다. 조정위원들이 이런 보람을 느끼며 즐겁게 일한다 는 것이 센터의 중요한 경쟁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타 법원에 비해 서울중앙지방법 원이 더 많은 지원을 해주는 것 같아요. 조정위원들 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이나 좌담회도 많이 열어 주고, 예전 자료를 찾아보니 2010년부터 편람을 많이 발간했던데, 지난해에도 편람을 받았습니다. 이런 지원을 통해 조정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기법 을 많이 습득했는데,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채수 법원과 센터의 다양한 지원제도가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법무사 조정위원들의 자 질과 성의 있는 태도가 무엇보다 큰 경쟁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를 보면, 법원 공무원 퇴직 후 집행관을 한 경력이 있어 조정사건을 접했을 때 집행 까지 연계해 당사자들에게 설명을 해줄 수 있어 설득 과 양보를 이끌어 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조정이 불성립되어 판결로 가서 설사 승소한다 해도 집행을 할 수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지 않은가, 지금 양 보를 좀 해서 조정이 성립되면 그게 더 이익이다, 법무 사는 집행의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이런 점을 짚어줄 우리 센터에서는 조정위원들이 사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서포트를 해드리고 있습니다. 사무국에 조정사건 전담 실무직을 배치해 사건의 배당부터 참석자 독려까지 전반적인 관리 사무를 지원하고 있으며, 예산을 책정해 조정사건 성공 시 별도 수당도 지급하고 있습니다. 김정실 서울중앙지방법무사회 제1부회장 · 조정중재센터장 12 만나고 싶었습니다 + 좌담회
도 괜찮지 않겠냐고 설득해서 서로가 만족하게 조정 을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사회 개인마다 조정성공률을 높이는 노하우가 있을 텐데요, 두 조정위원님의 사례를 들려주십시오. 김정규 개인적으로 조정의 당사자가 되어 본 적이 있었 는데, 그때 판사님이 사건파악을 제대로 안 하고 질문을 하거나, 제출한 약도를 보여주려고 했을 뿐인데 기록에 손대지 말라고 해서 굉장히 서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그때 당사자로서의 입장을 돌아보면서 조정위 원으로서 평소 세 가지를 유념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사건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용어선택에 조심할 것, 둘째 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줄 것, 그리고 마 지막은 강제적인 조정안을 낼 필요도 있다는 것입니다. 위에 언급한 제 사건에서 저는 청구액의 60%를 마 지노선으로 생각했는데, 판사님이 40%를 제안하더 군요. 당시는 섭섭했지만 나중에 생각하니 명 조정이 었습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분명 재판으로 갔을 테고, 이후 사건은 아주 복잡해졌을 거예요. 때로는 강제적 인 조정안이 필요하다는 거죠. 김채수 저는 법원에서 근무할 때 계속 조정관련 업무 를 맡았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서로 증거를 가지고 주 장하는 경우, 재판에서 증거가 어떻게 판단될지에 대 해 잘 설명해 드릴 수 있습니다. 당사자는 이 증거만 있으면 재판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렇지 않다는 걸 근거를 가지고 설득하게 되면 양보를 끌어내기가 비교적 수월하지요. 중재의 산업화, 조정도 ‘비즈니스 모델’ 될 수 있어 사회 결과적으로 서울중앙회 조정센터가 활성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법원의 확고한 의지와 지원, 센터 의 체계적인 시스템과 관리, 그리고 조정위원 개인의 자질이라는 삼요소가 잘 결합한 덕분으로 보입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상황인데, 더 나은 발전 을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윤성근 외부연계형 조정기관의 경우, 조정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는 상태라 법적 근거의 마련이 필 요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합의가 성립될 경우, 법원 이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종 저는 어쩐지 조정하는 날에는 기분이 좋습니다. 장년의 법무사로서 조정위원에 임명되어 분쟁을 겪고 있는 당사자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조정위원들이 이런 보람을 느끼며 즐겁게 일한다는 것이 센터의 중요한 경쟁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정규 서울중앙지방법무사회 조정중재센터 조정위원 13 법무사 2019년 8월호
결처리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외부조정기관에서 독자적으로 사건을 종결시키는 방향으로 법적 근거 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법원에 소를 제기했는 데 왜 법무사회에 가서 조정을 해야 하나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만족할 만한 조정이 되어 야만 사법절차에 대해 국민들이 신뢰를 가질 수 있 습니다. 조정위원님들이 사법절차 신뢰에 대한 큰 축 을 담당하고 계신다는 점을 꼭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김정실 센터에서는 매년 정기적으로 조정위원 교육과 세미나를 통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 정위원의 자세와 조정절차 등 업무에 대한 통일성을 기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판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사건 당사자인 국민들이 법무사회에 조정을 받으러 왔을 때, 조정위원들이 분 쟁과 갈등에 대한 당사자들의 의견을 잘 듣고, 시설이 나 시스템에 불만이 없어야 조정 결과에 만족할 것입 니다. 센터장으로서 최선을 다해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김채수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조정 장소가 어디인가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법무사회가 아니라 법원 내에 조정실을 만들어주시면 법원에서 주관하는 것 이 확실해지니 당사자들이 더 신뢰감을 가질 수 있을 텐데…, 법원의 형편이 어렵다는 말씀은 들었습니다. 윤성근 좋은 말씀이신데, 우리 법원은 늘 예산부족에 시달립니다. 법무부에 비하면 예산이 절반밖에 되지 않아요. 법원은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司法府) 이고, 법무부는 행정부의 한 부서일 뿐인데도 지금 상황이 그렇습니다. 지난 몇 년간 법무부는 중재사건을 산업화한다면 서 관련법까지 만들어 서울시내에 ‘서울중재센터’라 는 국제적인 수준의 시설까지 확보했는데, 우리 법원 은 상임조정위원의 창문 없는 조정실을 창문 있는 방 으로 교체해 주는 일조차 예산이 없어 못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 법원도 별도의 ‘서울조정센터’ 같은 건물을 번 듯하게 지어 외부연계형 조정센터 모두 거기서 조정 을 하도록 해드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우리가 예산 을 짜지도, 확보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 정말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회 조정제도 활성화를 위해 법원이 해야 할 일이 많 은데 예산 부족에 시달린다니 안타깝습니다. 마지막 으로 각자가 생각하는 조정제도의 발전 방향에 대해 조정은 당사자들과의 대면을 통해 그들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인데, 이를 위해서는 조정위원들 개개인의 자질이 매우 중요합니다. 법원에서 전문위원의 전문성과 자질의 균질화를 위해 앞으로 인적 지원에 더 많은 신경을 써주셨으면 합니다. 김채수 서울중앙지방법무사회 조정중재센터 조정위원 14 만나고 싶었습니다 + 좌담회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오늘 좌담회를 마칠까 합니다. 윤성근 조정제도가 지속가능한 제도가 되려면 조정위 원들의 사명감이나 개인적인 보람도 무척 중요하지만, 거기에만 기대서는 안 되고 개인의 노력에 대한 적절 한 보상이 따라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중재 제도는 이미 산업화가 되어 국제중재인으로 크게 성 공해 많은 수입을 창출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조정제도도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앞으로 조정위 원이나 조정인들의 전문성·신뢰성 확보를 통해 경제 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해 가 야 합니다. 특히 법무사 중에는 조정인으로서 충분한 자질을 가 진 분들이 많고, 현재도 유능한 조정위원들이 많이 계 시기 때문에 업계 차원에서 조정을 하나의 새로운 법 무사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켜 나갈 수도 있을 거라 고 보는데, 한번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법무사업계에서 적절한 제안이나 제도를 제시해 주신다면 법원에서도 조정제도의 활성화와 성장을 위해 기꺼이 협조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실 총괄판사님께서 좋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현 재 우리 센터는 「민사조정법」 상 법원 외부연계형 조 정센터로 되어 있습니다. 앞으로는 외부연계형 센터 가 아니라 하나의 독자적인 조정기관으로서 사건을 처리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사조정법」의 개정 등 법적 장 치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앞으로 법 개정을 위해 함께 적극적으로 노력했으면 합니다. 김정규 일반국민들에게 조정제도는 판결보다 더 현실 적으로 효과가 있는 제도입니다. 실무 현장에서 국민 들과 상담해 보면 판결에 불만을 가진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조정제도가 더 발전해 나가야 하고, 판사님 말씀대로 지속가능한 제도가 되 기 위해 법원의 예산 확보 문제나 조정의 산업화 문제 도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합니다. 김채수 조정은 당사자들과의 대면을 통해 그들의 요 구에 맞는 맞춤형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인 데, 이를 위해서는 조정위원들 개개인의 자질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법원에서 전문위원의 전문성과 자질의 균질화를 위해 인적 지원에 더 많은 신경을 써주셨으 면 하고, 그것이 앞으로 조정성공률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입니다. 15 법무사 2019년 8월호
향후 10년, 부동산시장을 뒤흔들 변화는 무엇일까? 기업화·선진화되는 중개시장과 부동산 금융시장의 확대 하승주 동북아정치경제연구소장 · 작가 16 법으로 본 세상 + 쿼바디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구조 변화에 따른 부동산시장 전망 부동산시장에서 장기적인 가격 전망을 하는 것은 솔직히 부질없는 짓이다. 10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하 는 전망이라면, 어느 때는 올랐을 것이고 어느 때는 내렸을 것이니 누구라도 내 말이 맞았다고 우길 수 있 고, 누구의 전망이라도 틀렸다고 판정내릴 수 있기 때 문이다. 사실 10년이 아니라, 바로 다음 달의 부동산 가격 전망도 시원하게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일수록 가격 전망에서는 신중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장의 구조나 작동방식의 변화에 대해서라 면 어느 정도의 예상은 가능하다. 여기에는 꽤 참고할 만한 사항도 있으며, 어느 정도의 경로의존성, 즉 우 리는 과거 전형적인 고성장 개발도상국 국가에서 현 재 명실상부한 선진 공업국가로 발전해 왔고, 앞으로 도 선진국 시장의 여러 면모들을 모방하고 흡수하면 서 발전해 나갈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는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 부르기 주 저한다. 기존의 선진국과 비교해 여러 가지 면에서 부 족하다고 자책하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어떤 기준을 들이대더라도 대한민국은 이미 경제적으로나 사회적 으로나 선진국이다. 전 세계 단 7개국만 도달한, 인구 5천만 이상,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이상인 ‘30-50 클 럽’에 들어있으며, 실제로 지구상에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는 한 손으로 꼽을 정도로 그리 많지 않다.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나라의 부동산시장도 향후 10년간 선진국의 시스템을 닮아가게 될 것이다. 부동산과 관련한 각종 서비스, 특히 중개시스템이 이전보다 훨씬 복잡하고 고도화·정 교화되며, 그만큼 비싼 비용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또, 가속화되는 ‘온라인화’에 따라 대면서비 스 강화 및 법무사도 단순 등기업무에서 벗어나 더 고도화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17 법무사 2019년 8월호
선진국 부동산시장에서 우리와 가장 눈에 띄는 차이라면, 단연코 비싼 중개 수수료와 복잡한 거래절차라 하겠다. 1%도 안 되는 중개 수수료에 익숙하던 우리로서는 6%씩 떼어가는 미국의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비싼 중개수수료, 복잡한 거래절차, 한국도 따라갈 것 그렇다면 다시 대한민국의 부동산 이야기로 돌아 와 보자. 우리는 이미 선진국이다. 그에 따라 대한민국의 부 동산시장도 선진국의 여러 시스템들을 닮아갈 것이 며, 과거 우리가 가져왔던 후진적인 시스템들은 하나 씩 개선되어 갈 것이다. 향후 10년간 부동산시장의 변 화를 전망하면서 가장 유념해야 할 점은 이제 우리 부 동산시장도 선진국의 시스템을 훨씬 더 많이 닮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모든 점에서 더 우월하고 좋아진다 는 말로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 어떤 점에서는 오히려 더 불편해질 수 있고, 비용이 훨씬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선진국 부동산시장에서 우리와 가장 눈에 띄는 차 이를 짚어 보라면, 나는 단연코 눈물 날 만큼 비싼 중 개 수수료와 머리에 쥐가 날 듯 복잡한 거래절차를 들겠다. 1%도 안 되는 중개 수수료에 익숙하던 우리로서는 6%씩 떼어가는 미국의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보면 정말 저절로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2억 원 정도의 주 택을 매매한다면, 무려 1200만 원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그나마 요즘은 온라인 부동산 매물 검색의 발달로 많이 낮아져 4%대에도 가능하다 고 하는데, 이 정도의 수수료를 내고 나서도 과연 부 동산 투자로 수익을 얻는 것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다. 여기다가 부동산을 한 번씩 거래할 때마다 변호사 가 거의 필수적으로 따라붙고, 계약서에 온갖 시시콜 콜한 사항까지 전부 다 적어 넣어 계약서만 거의 책 한 권 분량이 된다. 그러나 계약서의 수십 군데에 서 명을 하고 나면, 이후에는 작은 것이라도 계약내용에 위반이 되면 칼같이 제재가 들어온다. 부동산중개사 무소에서 내미는 두 장짜리 표준계약서에 익숙한 우 리로서는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 시대에 돌입했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성장 결과를 보여주는 수치다. 이 수치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을 되짚어 본다면, 우리의 사회적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 만큼 성숙했 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SOC, 법률시스템, 정부 시스템, 위기관리능력, 사회적 갈등 해결능력 등 ‘사회 적 자본’이 다른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가 능한 것이었다. 과거 우리가 우러러봤던 여러 선진국들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런저런 장단점 과 함께 어떻게든 닥쳐온 난관을 헤쳐 나가려 안간힘 을 쓰고 있다. 한때 선진국의 대명사였던 영국이 지금 브렉시트(Brexit)와 관련해 겪는 시스템의 위기나 세 계 최강대국이라는 미국이 교육과 의료 문제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생각해 보시라.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 선진국들도 그런 곤란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선진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 었던 것은 그만큼의 장점과 사회구조적으로 뛰어난 점 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도 여러 개발도상국들보다는 선진국이 보다 합 리적인 사회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18 법으로 본 세상 + 쿼바디스, 대한민국 부동산
그러나 이렇게 엄청나게 비싸고 복잡한 거래절차를 만든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일단 중개 수수료가 비싼 이유는 중개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선진국들도 당 연히 사람 사는 동네이고, 사람들이 살 집을 사고파는 일은 일상적인 일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높은 수수료 가 정당화되는 것은 계약자들이 서로의 상대방을 선 택하는 것이 우리보다 훨씬 까다롭기 때문이다. 2년의 짧은 계약기간만 채우면 또다시 새로운 임차 인을 고를 수 있는 한국적 현실과는 많이 다르다. 선 진국에서는 임차인의 법적 권한이 잘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집주인으로서는 한 번 이상한 임차인을 선택 하게 되면 이후가 굉장히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에 최 대한 신중하게 계약에 나선다. 임대차는 물론이고, 매 매에서도 최대한 예상 가능한 법적 분쟁에 대해 미리 미리 대비해 두려고 한다. 우리로서는 주고받을 돈 깔끔하게 정산하고 열쇠 맡 기고 가면 그만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람 사는 세 상에는 온갖 일들이 벌어지게 마련이라 기존 주택에 하자가 있다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법적으로 이중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는지 등 발생 가능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 미리 정해 둬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 니 부동산의 거래 자체가 어렵고, 그에 따른 중개 수 수료가 비싸지고, 계약서도 점점 두꺼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괴로운 절차를 거쳐 계약이 이루어지 고 나면, 이후에는 서로서로가 매우 편해진다. 다툴 문제가 발생해도 어지간하면 그에 관해 계약서에 이 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대로 이행하라고 요구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부동산거래로 무슨 사기를 치려 고 해도 최소한 우리보다는 훨씬 힘들게 된다. 이번에는 다시 과거의 한국적 상황을 돌아보자. 복 덕방에는 영감님 한 분이 앉아서 손님을 맞이하고, 거 래하려는 집은 어떤 물건이든 꼭 잡아야 하는 곳이라 고 홍보하며, 계약서는 전 국민이 모두 동일하게 사용 하는 한 장짜리 표준계약서가 전부였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도 많이 달라졌다. 이전의 복 덕방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는 ‘부동산중개사무소’로 서 점점 기업화되며 동네 빈집을 소개해 주는 수준 을 뛰어넘어 투자컨설팅이 가능하거나 개발 플랜까 지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수준의 업체들도 늘어나 고 있다. 이런 중개업소에서는 은행과 연계해 금융서 이제는 우리도 선진국과 같이 부동산시장의 고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은 2017.6.11일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2017 부동산 엑스포 중 부동산투자 관련 세미나에 참 석하기 위해 줄 선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19 법무사 2019년 8월호
비스도 알선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자문 변호사를 활 용하기도 한다. 가속화되는 온라인화, 살길은 ‘대면서비스’ 강화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미리 못 박은 것은 이미 우 리 사회의 많은 부분들이 급격하게 합리화, 고도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변화는 부동산시장에서도 충 분히 느낄 수 있으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한마디로 부동산과 관련한 각종 서비스들이 이전 보다 훨씬 고도화되고, 그만큼 비싼 비용을 감수하 게 될 것이란 점이다. 물론 여전히 규제에 묶여 있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율을 생각한다면 여기에 막혀 변 화 속도가 지체될 수는 있겠지만 그 방향만큼은 변하 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법무사 독자 여러분들도 이미 시장의 변화를 체감하실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느니, 인 공지능의 시대라느니 하는 말은 단순한 책팔이 마케팅 용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미 겪고 있는 변 화의 어떤 특징적인 면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부 동산시장에도 똑같이 매우 복잡하고 고도화된 서비 스를 요구하는 변화가 이미 일어나고 있으며, 향후에 도 지속적으로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 복잡하고 고도 화된 서비스란, 비싸지만 정교한 중개시스템이라는 것 을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충분히 알아챌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또 다른 변화가 다가온다. 바로 ‘온 라인화’이다. 모든 삶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전자화와 온라인화의 영향력은 부동산시장에도 똑같이 다가 온다. 이미 우리는 수많은 온라인 부동산 중개 사이트 를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시장에서 격렬히 경쟁하면서 해가 갈수록 점점 정교하고도 합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굳이 발품을 팔지 않더라도 온라인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고, 지역에 밀착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영업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방대 한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단순히 발품을 줄 여주는 것 이상으로 비용을 극적으로 줄여주는 것이 기에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기존의 공급자 입장에서 는 정말 눈앞이 캄캄해지는 일이기도 하다. 온라인으 로 직거래가 활성화된다면 이 수많은 부동산 관련 업 체들은 도대체 뭘 먹고 살아야 할까. 승자독식과 빈익 빈 부익부의 원리가 이곳에서도 관철되는 양상이다. 그래서 미래 전망이 중요한 일이다. 앉아서 당하고 만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말이다. 온라인 시 스템은 그 나름대로의 장점으로 시장에서 기능할 것 이다. 반면, 기존 오프라인 업체들은 온라인 시스템 을 나름의 방식으로 활용하면서 독점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 내야 하는 경쟁 압력을 받 게 될 것이다. 오랫동안 지역에서 착종해 온 업체들만 가능한 서비스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서비스는 온 라인 서비스들이 쉽게 넘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또한, 대면 서비스가 갖는 복합성도 큰 장점이다. 앉 은 자리에서 즉각 답변이 가능하고, 복잡한 요청사 항도 바로바로 해결 가능하다는 점도 마찬가지이다. 향후 10년의 미래를 예상하면서 주로 부동산 중개 와 관련한 변화를 생각해 보았다. 독자인 법무사들의 영역과 맞닿아 있다는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부동 산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가 지금 당장 일어나고 있는 영역도 이 분야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금융 비중도 양적·질적으로 확대될 것 이 외에도 부동산 시장에서 큰 변화가 예상되는 곳 은 역시 금융시장이다. 원래부터 부동산과 금융은 관 20 법으로 본 세상 + 쿼바디스, 대한민국 부동산
우리나라도 부동산 금융의 비중이 양적, 질적으로 격변하고 있다. 최근 기업의 여유자금이 가계의 부동산 구입자금으로 흘러가면서 이미 부동산 담보대출의 규모가 기업대출을 넘어섰다. 사진은 2018.9. 서울시대 한 은행의 주택담보대 출 창구. <사진 : 연합뉴스> 련성이 높았지만,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이제 금융의 중심에 부동산이 놓이게 되었다. 과거 경제 교과서에서는 가계의 여유자금을 모아 기업에 투자자금을 제공하는 것이 은행을 비롯한 금 융의 기능이라고 배웠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기업의 여유자금이 가계의 부동산 구입자금으로 흘러가는 것이 훨씬 커진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부동 산 담보대출의 규모가 기업대출을 넘어섰으며, 서구 에서는 부동산 대출의 비중이 50%를 훌쩍 넘어선다. 이렇게 부동산 금융의 비중이 양적으로만 커진 것 이 아니라, 질적으로도 격변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 이 ‘담보물권의 부종성과 수반성’이 깨지면서, 부동산 담보부 채권의 유동화가 급격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이 극단적으로 치달은 것이 바로 지난 10년 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였다. 이후 제도적 보완을 거쳐 여전히 금융의 핵심 상품으로 존재한다. 우리나라 물권법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졌던 부종성 과 수반성은 점점 금융 실무에서 완화되어 이미 한국 에서도 채권의 유동화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 를 기반으로 더욱 대규모의 자금을 모을 수 있게 되었 고, 리츠 등의 형태로 부동산 자체가 투자자산화 되는 경향도 심화되어 간다. 이어서, 부동산의 가격변동을 선물지수화 하여 변동성을 헷징(hedging) 할 수 있는 금융수단의 출현도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이런 여러 가지 변화들 중에서 거래 시스템의 변화 를 주로 언급한 것은 우리가 현재 가장 절실하게 부 족한 부분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특히나 부동산 관 련 법률 서비스가 지금처럼 단순한 등기업무만으로 유지될 일은 없을 것이다. 더욱 고도화된 서비스가 요 구될 것이며, 우리도 결국 이에 적응해야만 할 것이다. 실무의 현장은 날이 갈수록 복잡하고 고도화되어 갈 것이며, 적응을 위한 노력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결국 점점 큰돈이 오가는 시장에서 그 돈을 벌기는 더욱 힘들어진다는 말이 되겠다. 부동산 관련 법률 서비스가 지금처럼 단순한 등기업무만으로 유지될 일은 없을 것이다. 더욱 고도화된 서비스가 요구될 것이며, 우리도 결국 이에 적응해야만 할 것이다. 실무의 현장은 날이 갈수록 복잡하고 고도화되며, 적응을 위한 노력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21 법무사 2019년 8월호
밀양 고교생 44명, 1년간 여중생 집단성폭행 그러나 누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2004년 밀양 고교생 집단성폭행 사건… 「소년법」 개정의 도화선 정락인 사건사고 전문기자 22 법으로 본 세상 + 사건 그 이후
집에서는 가정폭력, 밖에서는 집단성폭력 울산의 한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최 모 양 (15)은 1남2녀 중 첫째로, 가정환경이 매우 불우했다. 아버지 최 모 씨(35)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가정폭력 을 일삼았다. 무능했던 최 씨는 술에 절어 하루도 거 르지 않고 어머니 윤 모 씨(33)를 폭행했다. 처음에는 참고 살았던 윤 씨는 더 이상 견딜 수 없 다고 판단하고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두 사람은 2003년 1월쯤 합의 이혼했다. 그 후 윤 씨는 집을 나 갔다. 이때부터 최 씨의 폭행은 큰딸인 최 양에게 집 중됐다. 폭언과 폭행이 반복적으로 이어졌다. 최 양은 하루하루 사는 게 악몽 같았다. 한창 사춘 기였던 최 양은 이런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 다. 최 양은 소통할 친구가 필요했다. 그러던 2004년 1월쯤 최 양은 인터넷 채팅을 하다 밀양지역 고등학교 에 다니던 박 모 군(18)을 알게 된다. 어느 날 박 군은 최 양을 울산에서 1시간 거리인 밀양으로 불러냈다.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나갔던 최 양은 뜻 하지 않은 상황에 맞닥뜨린다. 박 군은 최 양을 쇠파 이프 등으로 때린 뒤 여인숙으로 데려갔고, 그곳에서 고교 선후배 등 12명과 함께 최 양을 집단 성폭행 했 다. 이후 이들은 한 번에 7~10명씩 짝을 이뤄 최 양 을 여관과 놀이터, 자취방, 테니스장 등으로 끌고 다 니며 유린했다. 고교생인 이들의 범죄는 악랄했다. 신고하지 못하 도록 성폭행 장면을 휴대전화와 캠코더로 촬영했고, 또 부모에게 발설하면 인터넷에 사진과 동영상을 유 포하겠다는 협박도 잊지 않았다. 최 양은 불안과 수 치심 때문에 이들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가해자들은 최 양을 성폭행하면서 성 보조기 구까지 사용하는 등 엽기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 양의 여동 생(13)과 창원에 있는 고종사촌 언니인 노 모 양(16) 까지 밀양으로 수차례 유인해 폭행하고 금반지와 돈 을 빼앗았다. 최 양은 일 년 정도를 가해학생들로부터 신체적인 폭행과 성폭행을 당했다. 밖에서는 가해학생들에게, 집에서는 아버지의 폭행에 시달렸다. 그렇다고 이런 아버지에게 피해사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 자신이 당 한 일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도 두려웠다. 그냥 혼자 끙끙 앓고 있었다. 알코올 중독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살아가던 최 모 양. 어머니마저 이혼해 집을 나가 외롭게 지내던 2004년 1월경, 우연히 인터넷에서 알게 된 밀양지역 고교생 박 모 군을 만나러 밀양에 갔다가 박 군의 선·후배 고교생들에게 집단성폭행을 당한다. 이후 가해자들은 최 양과 그녀의 여동생, 고종사촌까지 불러내 돌아가며 폭력과 성폭력을 자행했는데, 1년 동안 저질러진 이 범행에 가담한 밀양 고교생은 무려 44명에 이르렀다. 성인범을 능가할 정도로 잔인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가해학생들은 최 양 어머니의 신고로 모두 검거되었으나 놀랍게도 그 누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소년범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흉포화되는 청소년범죄, 그동안 여러 번의 「소년법」 개정이 있었으나 이들의 형사처벌 문제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23 법무사 2019년 8월호
개념 없는 경찰, 피해자 신원 보호하지 않아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최 양은 우연히 이모를 만난 다. 그리고 그동안 감춰두었던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 게 된다. 큰 충격을 받은 이모는 최 양의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딸을 만나 자초지종을 모두 들은 어머 니는 분노했다. 그리고 11월 25일, 112에 전화를 걸었다. 여기서부터 사건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딸 을 보호하기 위해 어머니는 경찰에게 신원 보호가 가 능한지를 몇 차례나 물었고, 경찰로부터 다짐도 받았 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울산 남부경찰서 경찰관에게 도 ‘비공개’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경찰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처음에는 비공개로 수사하다가 신고가 접수된 지 12일째 되던 날인 12월 6일, 경찰은 가해 학생들에 대한 일제 검거 에 나섰다. 창원, 밀양, 울산 등지의 PC방과 도서관 등 에서 44명이 울산 남부경찰서로 연행됐다. 이 중 밀양 경찰의 조사과정도 문제투성이였다. 경찰은 최 양 자매에게 “여경한테 조사받게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 수사를 맡은 경찰관은 최 양에게 “니네들이 꼬리치며 좋아서 찾아간 것 아니냐”, “내가 밀양이 고향인데 밀양 물 다 흐려놓았다” 등의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했다. 밀양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피해자에게 폭언, 막말을 하는 등 비인권적인 태도로 일관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사진은 2005.1.8. 밀양사건대책위 관계자들이 수사결 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울산지방검찰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 연합뉴스> 24 법으로 본 세상 + 사건 그 이후
지역의 고교인 밀양 밀성고, 밀양 세종고, 밀양공고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35명이나 됐다. 경찰은 가해학생들을 검거한 후 언론에 보도자료 까지 냈다. 피해자의 신원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당 시 최 양의 어머니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찰 은 마치 한 건 한 것처럼 언론에 모두 공개하고 말았 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딸을 지켜주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은 경찰의 보여주기식 수사에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경찰의 조사과정도 문제투성이였다. 경찰은 최 양 자매에게 “여경한테 조사받게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 역시 지키지 않았다. 자매는 자신이 당했던 일을 남 성 경찰관에게 설명하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수 사를 맡은 경찰관은 최 양에게 “니네들이 꼬리치며 좋 아서 찾아간 것 아니냐”, “내가 밀양이 고향인데 밀양 물 다 흐려놓았다” 등의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해학생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범인을 지목하게 했다. 경찰 수사기간 동안 아홉 차 례나 불려갔고, 한 번 불려 가면 7~8시간 동안 진술 을 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최 양은 가해자와 가해자 부모들로부터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의 협박을 받 았다. 사건 담당 경찰관들은 노래방에 가서 도우미를 불러놓고는 피해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와 닮았 네”, “밥맛 떨어진다”는 등의 폭언도 일삼았다. 이런 사실은 동석했던 도우미가 최 양 가족에게 말해주면 서 알려졌다. 경찰의 이러한 행태에 시민단체와 여성단체 등이 크게 반발했다. 경찰은 강력계 수사팀(4명)을 해체하 고, 여경을 포함한 새로운 수사팀을 편성했다. 여론이 들끓자 검찰이 개입했고, 특별수사반이 구성되었다. 당시 사건을 취재했던 한 기자는 “사건이 터지고 얼 마 후에 경찰의 진급 심사가 있었다. 경찰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사건을 키워서 성과를 내고 싶었던 것 같다. 취재하는 동안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또, 당시 경찰 의 비인권적인 수사가 문제 되면서 8명의 경찰관이 징 계를 받았지만 1년 후에는 모두 복직했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끝나지 않은 고통과 상처 최 양의 변호는 강지원 변호사(전 청소년보호위원 장)가 맡았다. 사건이 터지자 강 변호사가 변호를 맡 아야 한다는 네티즌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강 변호사 는 흔쾌히 무료 변론에 나섰다. 최 양 자매의 상담 등 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이 도왔다. 강 변호사와 이미경 소장은 경찰 수사 직후 최 양 자매를 서울로 전학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강 변호 사는 “이미 얼굴이 알려지는 등 피해자의 신상이 노 출돼서 그 지역에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게 서울로 이사를 시켰다”고 말했다. 최 양 자매와 어머니는 2005년 1월에 서울로 온 후 연세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치료는 소아 정신과의 신의진 교수가 맡았다. 최 양의 상태는 심각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 로나 피폐해 있었다. 신 교수는 “피해자는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자랐다. 그러다 성폭행을 당하면서 여러 합병증이 심하게 나타났다. 우울증과 애정결핍도 심 했고, 특히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가 집을 떠나자 엄 마에 대한 원망이 컸다. 가족이 만났다고 다 해결된 것이 아니었다. 치료 중에도 ‘죽고 싶다’며 많이 울었 다”고 전했다. 최 양은 한 달 정도 정신과 치료를 받은 후 퇴원했 다. 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의 치료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최 양은 “지하철에 뛰어들겠다”는 등 빈번 하게 자살시도를 벌였다. 그러자 극단적인 행동을 염 려한 가족 등이 폐쇄병동에 강제 입원시켰다. 이런 와중에 아버지와 고모, 고모부가 최 양을 찾아갔다. 이들은 최 양에게 피의자들과 합의할 것을 강권했 25 법무사 2019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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