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법무사 11월호

바꿀 수 있느냐”면서 눈물을 흘렸다. 장 교수와 일당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 심에서 장 교수 등은 피해자와 합의했다며 ‘합의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자세한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 았다. 합의서는 판결에도 영향을 미쳤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제출한 합의서가 본인의 자발적 의사로 작성됐으며 진정성이 있는 것으로 확 인된다”면서 장 교수에게 징역 8년, 제자 김 씨는 징 역 1년 6월, 조카 장 씨는 징역 4년, 여제자 정 씨는 징 역 2년으로 감형됐다. 이 중 김 씨는 형량이 무려 4년 6개월이나 줄었다. 이 에 재판부는 “친구였던 김 씨가 진지하게 반성하고 사 과를 했으며, 법원 조사 결과 전 씨는 ‘김 씨가 없었으면 다른 피고인과의 합의서를 쓰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 다”며 “전 씨가 용서를 하고 사회 복귀 첫걸음을 떼는 데 김 씨의 역할이 컸던 점을 고려하면 공범들과 같은 잣대의 형량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김 씨를 제외 한 나머지는 상고했지만 모두 기각돼 원심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채증 법칙을 위반해 사실을 오인하거나, 공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 다”고 판단했다. 장 교수가 재직했던 강남대는 인사위 원회를 열어 그를 파면 조치했다. 범죄 전문가들이 본, 인분교수의 두 얼굴 가해자인 장 모 교수는 어떤 성격의 소유자였을까. 그에 대한 평판은 엇갈렸다. 피해자 전 씨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장 교수가) 원래 화나면 못 참는 성격이다. 분노조절장애 같은 것이다. 이분 앞 에서 울고 갔던 교수님도 한두 분이 아니다”라고 말했 다. 반면, 평소 장 교수를 알던 지인들은 “열정적이고 리더십이 있는, 호탕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설명했다. 범죄학 전문가들은 ‘인분교수 사건’을 다양한 관점 에서 분석했다. 이들의 언론 인터뷰를 보면 한국범 죄학연구원 김복준 연구위원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 교수는 처음부터 신격화된 존재였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첫 폭행을 견뎠고 이후로도 폭행이 지속 되면서 이른바 ‘매 맞는 아내 증후군’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결국 피해자는 폭력에 항거하지 못한 채 무력 화되고 자존감을 잃으면서 노예생활을 지속할 수밖 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고 분석했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사회적 으로 격리된 집단이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며 “그 속에서 폭력적 성향을 가진 개인이 권력을 남 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교수는 또 “심리학 교과서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이 벌어졌다. 과거에도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이나 순종 실험, 이런 것들이 있다”라며 밀그람 실험결과를 예로 들었다. 이 것은 제2차 대전 직후 미국 예일대 교수였던 스탠리 밀그람이 실행한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이다. 당시 밀그람 교수는 “2차 대전에서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이 나치의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는 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자 일반 사람을 대상 으로 권력에 사람들이 얼마나 복종하는지를 실험했 다. 그는 이 실험을 통해 권위 앞에서 개인의 도덕이나 믿음이 얼마나 약한 것인지를 증명했다. 이수정 교수는 “성인들도 사회적으로 격리되는 특 수한 상황이 되면 권위를 가진, 예컨대 교수처럼 생 사여탈권을 쥔 사람의 부당한 요구에 순응할 수밖 에 없다는 연구들이 있다”며 이 사건의 특수한 상황 에 주목했다.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배상훈 교수는 인분교 수에 대해 ‘화이트칼라 소시오패스’로 분석했다. 그는 “자기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은 가혹하게 물리 적, 심리적으로 착취하는 데 반해 그 외부의 사람한 테는 매우 다정다감하고 아주 예의 바른 사람으로 비 춰지길 바랐다”며 장 교수의 두 얼굴을 설명했다. 25 법무사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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