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법무사 12월호

출근하는 전 여자친구 찾아가 흉기 살해 요즘 신조어로 ‘이별 전쟁’이란 말이 있다. ‘헤어질 때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세태를 빗댄 말이다. 실제 헤어진 연인 사이에서 ‘이별 살인’이 빈번하게 벌어지 고 있다. 지난 2016년 4월 19일 화요일은 화창한 봄 날씨였 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한 아파트에 살던 김 모 씨 (32)는 여느 때처럼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누 군가 초인종을 눌렀고, 현관문을 열어 본 김 씨는 소 스라치게 놀랐다. 헤어진 남자친구 한 모 씨(32)가 찾아와 흉기를 든 채 현관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순간 한 씨는 그녀에 게 달려들었고, “악!” 하는 김 씨의 비명소리가 아파 트 단지에 울려 퍼졌다. 한 씨를 피해 김 씨는 맨발로 아파트 야외주차장 쪽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얼마 못 가 주차장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한 씨는 기다렸 다는 듯이 그녀에게 다가가 목과 심장, 옆구리 등 6곳 을 흉기로 찔렀다. 당시 야외주차장 쪽에는 아파트 경비원과 입주민들 이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한 씨는 아랑곳없이 범 행을 저질렀다. 다가오는 경비원에게 “가까이 오면 찔 러 죽인다”며 칼을 휘둘렀다. 경비원이 주춤하는 사 이 한 씨는 흉기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준비한 오토바 이를 타고 도망갔다. 김 씨는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상처가 깊어 끝 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아파트 현관 입구의 폐쇄회로 (CC) TV에는 비명을 지르며 건물을 빠져나가는 김 씨와 칼을 들고 그 뒤를 쫓아 주차장에서 그녀를 찌 르는 한 씨의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범행 현 장에서는 한 씨가 남기고 간 회칼과 로프, 나일론 끈, 염산 등이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 주변 CCTV 분석 과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한 씨를 용의자로 특정 했다. 관할 송파경찰서는 한 씨를 검거하기 위해 강력 6개 팀을 투입해,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 통신 수사와 도주로 분석에 나섰다. 한 씨는 범행 후 처음에는 송파구 문정동으로 도 주했다. 이곳에는 김 씨 어머니가 운영하는 미용실 이 있었다. 그다음에는 범행 현장에서 약 15km 떨어 진 경기도 구리시 교문동의 한 비닐하우스로 도주했 다. 이곳은 김 씨가 한 씨를 만나기 전에 10년 정도 사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보고하라며 병적으로 집착하는 연인에게 이별을 선언한 김 모 씨. 그러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전 남자친구, 한 씨가 집으로 찾아와 아파트 주차장으로 달아나는 그녀를 추격, 흉기를 휘둘러 살인했다. 당시 현장에는 주민들과 아파트 관리원도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최근 연인 사이의 폭행·상해 등 데이트 폭력의 수위가 점점 심해져 ‘이별살인’에 이르는 등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는 급증하는데, 처벌 건수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으며, 처벌 수위도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에 불과하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수위를 강화하는 법안들은 1999년 15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되었으나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23 법무사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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