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법무사 1월호

어 해인사 경내가 문전성시를 이룬 것으 로 유명하다. 그 덕분에 인근 상인들은 큰 호황을 누 렸다. 만약 성철스님이 어떤 의도를 가지 고 많은 사람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면, 과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까. 혜가도성철스님도아무것도하지않았지 만 이루어졌다. 이런 것이 바로 무위의 힘 이다. 스스로 일하게 하는 무위의 다스림 도가에서는 다스림의 유형을 ▵위력 에 의한 다스림, ▵법에 의한 다스림, ▵ 덕에 의한 다스림, 그리고 ▵도에 의한 다스림의 4가지로 분류한다. 이 중에서 ‘도에의한다스림’이바로 ‘무위의다스림’ 이다. 유가에서는 덕에 의한 다스림을 선 호하지만, 도가에서는 유가를 비판한다. “사람은 만물의 영장으로서 태어나면 서부터 생김새도 다양하고 타고난 재능 도 천차만별이므로 각자 타고난 재능에 따라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 하게 사는 것이다. 본성에 더하여 유가에 서 주장하는 ‘인의’나 ‘충효사상’을 강요 하는 것은 도에서 어긋나는 것이며 또한 스스로를 괴롭힐 뿐이다.” 도가에서 말하는 무위의 다스림이란, “왕의 권능이 천지를 감싸고 있는데도 백 성들은왕의존재를인식할필요가없다” 는 것이다. “타고난 본성에 따라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고 재능에 맞는 생업을 가 지며자유롭고행복하게살아가고있는데 왜 다스리는 자의 존재를 인식해야 하는가.” 현대를 살아가는 제조업자 박 사장이 있다고 하자. 그는 매일 회사에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외형적으로 보면 회사 일에 관심 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에 입사한 사원은 사장이 누구인지 도 모르고 본 적도 없다. 하지만, 직원들은 피고용인으로서가 아 니라 자신의 일처럼 업무에 최선을 다한다. 바로 도가가 생각한 무위의 다스림이다. 노자와 장자는 말한다. “사람들은 사계절의 변화에 순응하여 봄, 여름에는 씨를 뿌리 고기르는일을하고, 가을에는수확을하며, 겨울에는휴식을하 면서다가올봄을준비하는형태로자연에순응하면서살아간다. 밤이깊어지면새벽이오고, 비바람이무섭게몰아치다가도어느 덧 밝은 햇살이 비치는 대자연의 흐름은 사람의 능력으로 거역 할 수 없는 것이며, 흐름을 바꾸어 보려고 하는 어떤 행위를 하 는 것은 무익하고 허망할 뿐이다. 비가 안 온다고 기우제를 지내 고, 태풍이 온다고 이를 저지하려는 행동을 하는 것은 아무 의미 가 없는 것이다.” 무위의 지혜는 현대인의 삶에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해도 우리들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자신이 사장이라면 직원을, 교사 라면 학생을, 국가지도자라면 공무원을, 부모라면 자녀를 어떻 게 다스려야 할 것인가. 무위의 다스림은 단순히 고기 잡는 법을 넘어 근로, 교육, 행정, 가정 등 구성체의 각 주체들이 스스로 고 기 잡는 법을 터득하도록 기회를 주고, 지혜와 창의력을 길러 주 는 것이다. 사장이 직원들을 아침마다 모아놓고 업무의 방법을 제시하고 독려한다. 이것은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나 무 위의 다스림은 그 업무를 해야 하는 주체인 직원들 스스로가 나 름대로의 지혜와 창의력을 발휘해 자기 업무의 주인이 되어 스 스로능률적이고효율적으로일하는방법을찾도록하는것이다. 다스림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도적 생각을 가지고 여론의 흐름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자신의 존재 를 과시하지 않아야 한다. 그저 순리에 따라 각 분야의 주체들이 소신을가지고능률적으로일할수있도록조용하고현명하게도 움을 주는 역할이 옳은 것이다. 그것이 ‘무위의 지혜’이다. 83 법무사 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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