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법무사 7월호

평가를 다시 의뢰해서 적정한 가격을 정해보자고 제시해 어느 정 도 설득을 했지만, 부지 매각 자체를 반대하는 임원 문제는 어떻 게 풀어야 할지 뾰족한 답이 없었다. 그래서 부회장에게 종중 정관을 한 번 보자고 했다. 내용을 살 펴보니 “종회에 이로운 사업을 반대하는 임원은 총회 결의로 퇴 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다. ‘옳지, 됐다!’ 반대 임원의 문제는 일단 감정가가 나온 후에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쾌재를 불렀다. 얼마 후 토지 재감정 결과가 나왔다. 당초 제시한 가격보다 3배 가 높은 가격이었다. 재감정가대로 매입한다면 책정해 놓은 토지 매입비에 구멍이 생길 만큼 높은 가격이었다. 일단 문중에는 감정 서는 보여주지 않고 부회장을 만나 당초 가격보다 2배 높은 보상 을 하겠다고 했다. 의외였는지 놀란 표정의 부회장이 좋다고 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필자는 일전 살펴두었던 종원 총회의 규 정을 제시했다. 문중에서 2배 높은 가격에 땅을 매도하려면 총회 를 소집해 총회 결의로 반대하는 임원을 퇴출시키고, 문제의 부 지 매각에 동의해야 하는 것이다. 해볼 만한 거래라고 생각해서 인지 부회장은 재빨리 움직였고, 결국 문제의 부지 4,329평도 무 사히 매입할 수 있었다. 예정에 없던 추가부지, 어려웠지만 최선 다해 그런데 얼마 후 문중에서 연락이 왔다. 부지 안의 선조 분묘를 여주에 있는 산으로 이장을 하려는데 여주군청에서 허가를 내주 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원에서 매입을 했으니 협조해 달라는 말에 필자는 평소 친분이 있는 여주지원 사무과장(지금은 고인이 되었 다)에게 연락해 상의를 했다. 사무과장 왈, “그러면 그냥 그 산에 이장을 해라. 군청에서 검찰 에 고발할 텐데, 검찰이 기소하면 법원에서 벌금형을 받게 될 거 다. 그렇게 해결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 애초보다 2배의 보상비 를 받았으니 벌금 정도는 낼 수 있을 터였다. 결국 이 문제는 그 렇게 해결되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모든 매입을 완료하고 나니 부 지의 모양이 영 이상했다. 동문 끝점에서 서쪽 정문 끝점, 그러니 까 부지 남쪽의 경계선이 반듯하지 않고 동쪽 문 끝점에서 부지 안쪽으로 비스듬 히 올라가다가 꺾여 서쪽 정문 끝점으로 이어지는 삼각형 모양이었던 것이다. 필자는 관리과장과 상의해 부지 남쪽 경계선을 동쪽 끝점과 서쪽 끝점을 이어 직선화하고, 그 안에 들어온 땅을 추가 매 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 다. 추가로 매입할 땅은 「공공용지협의취 득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서울시가 고시한 땅에서 벗어나 있는 데다가 추가 매입비 배정을 위해서는 경제기획원의 승인까지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어렵더라도 반듯한 부지에 청사를 짓는 것이 옳았다. 필자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경제기획원 에 제출할 사업계획서를 다시 만들었다. 추가매입부지 내 땅의 감정을 의뢰하고, 등기부등본을 열람해 지주들을 찾아 통 보도 했다. 지주 몇 사람이 사무실로 찾아와 일전 에도 싼값에 땅을 빼앗아가더니 이번에 도 빼앗아 가냐며 항의했다. 지주들로서 는 당연한 일이었다. 필자는 화난 지주들 을 설득해 돌려보냈다. 얼마 후 경제기획 원이 예산 배정을 승인했다. 다행히 지주 들의 동의도 모두 받았다. 부지매입은 6 개월 만에 말끔히 종료되었다. 필자는 가끔씩 서초동에 갔다가 반듯 하게 정비된 법원 부지를 보고 혼자서 뿌 듯한 마음이 된다. 누구도 알아주는 이 없 지만, 내 스스로는 당시 내가 맡은 바 책임 을 다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83 법무사 202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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