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법무사 10월호

최근 우리 사회에는 남성과 여성, 젊은이와 어르신, 내국인과 외국인, 그 밖에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 진 사람들 사이에 증오심과 적대감을 부추기는 말과 글이 넘쳐난다. 흡사 360여 년 전 토마스 홉스가 묘 사했던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사회가 된 것처럼 느껴 질 때도 있다. 인터넷과 SNS는 이 같은 증오심을 키우고 확산시키 는 온상이 되고 있고, 정치인들마저 제각기 정의를 부 르짖으며 반대 진영에 대한 증오를 부추긴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이방인과 소수자 등에 대한 증오와 혐오 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타인이나 낯선 존재에 대한 반감은 어느 정도까지 는 자연스러운 감정일 수 있다. 그러나 증오와 분노의 감정은 강한 폭발력을 가지고 있어 권력을 가진 자들 이 정치적 목적으로 자주 악용해 왔고, 악용할 수 있 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 나치의 6백만 유대인 대학살, 크메르루주의 150만 캄보디아인 대학살과 같은 반인륜적 범죄가 그 런 배경하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개인의 감정 차원을 넘어 정치권력이나 군 중의 힘에 의해 소수파 배제를 암시하는 말이나 글 등 의 ‘혐오표현(hate speech)’을 방치하는 것은 매우 위 협적이고 위험한 일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법률을 시행하고 있는 이유다. 숙명여대 법학부 홍성수 교수 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영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 아, 스페인, 스웨덴 등 세계 50여 개국1)에서 혐오표 현을 규제하는 법률이 이미 제정되어 시행 중에 있 다고 한다. 일본의 혐오표현금지법, ‘혐한(嫌韓) 기류’ 잡을 수 있을까? 일본의 「혐오표현금지법」과 한국의 「차별금지법」 제정의 험로 일본의 반한·혐한 기류가 심각한 상태에 있던 2016년, 일본은 「혐오표현금지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정작 처벌조항은 빠져 있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이미지 차원에서 제정한 법 이라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이 법을 기초로 제정된 「가와사키시 조례」가 처벌 규정을 담는 등 더 선진적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본을 탓할 처지일까. 우리는 세계적으로 혐오표현 규제법 이 없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 조유진 처음헌법연구소장 14 법으로 본 세상 세계의 법률,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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