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법무사 10월호

84 문화가 있는 삶 영혼을 치유하는 음악 한 곡 한 방송에서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끌려갔다 모진 고초를 당했던 할머니 가 우리 민요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구순이 다 되신 할머니는 가냘프지만 꼿꼿한 자세로 「아리랑」의 가사 한 소절 한 소절을 힘주어 불렀다. 비록 목소리가 작아 정확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노래의 울림은 어느 노래 보다 강렬했다. 노래가 중반부로 넘어가자 할머니의 음성이 울려 퍼지는 공연 장이 숙연해졌다. 어떤 관객은 고개를 떨구었고, 어떤 관객은 슬픔에 목이 메 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잠시 후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할머니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진 것이다. ‘나는 괜찮아, 나는 괜찮아!’라고 말하는 듯 할머니의 얼굴에 향기로운 꽃내음이 스며들었다. 미소는 오래지 않아 사라졌지 만 할머니의 미소는 필자를 전율케 했다. 어떤 미소보다도 아름답고 숭고하게 느껴졌던 할머니의 미소. 무엇이 할머니를 미소 짓게 했을까? 잠시 고민에 빠진 필자는 그것이 할머니가 부르고 있는 「아리랑」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마도 할머니는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겼던 젊은 시절부터 현재까지 「아리랑」을 부르면서 시린 겨울바람처럼 시도 때도 없이 파고드는 절망과 괴로움을 이겨내지 않았을까? 가슴속에서 신명과 뭉클함이 샘솟게 하는 「아리랑」의 울림 우리는 「아리랑」을 들으면서 자라고 「아리랑」을 들으면서 생을 보낸다. 그렇게 「아리랑」은 우리 삶의 매 순간과 함께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애국가」보다 「아리랑」을 들을 때 가슴이 더 뜨겁게 타오른다 고 할 정도로 「아리랑」은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노래라고 할 수 있다. 비단 위안부 할머니뿐 아니라 40대인 필자도, 10~20대의 젊은 층과 어린이들도 「아리랑」을 들으며 가슴속에서 뭉클함이 샘솟는 것을 느낀다. 그 뭉클함을 통해 억눌렸던 울분을 토해내고, 새로운 희망 절망과 괴로움을 이겨내는 느낌, 희망 전통 민요 「아리랑」 이장민 음악치유가 · 『좋은 느낌이 특별한 인생을 만든다』 저자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