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법무사 12월호

데, 여기에 덧붙여 이제 ‘코로나이혼’이란 신조어까지 등장 할 것 같다. 지난 주말, 남한산성을 산책하다가 성벽에 곱게 드리워 진 붉은 담쟁이 잎을 발견했다. 유난히 고운 색깔에 시선이 쏠려 나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갔다. 찬찬히 들여다보니 기 대와는 달리 단풍잎들은 모두 상처투성이였다. 이파리 언저리가 푸르스름하게 멍이 들었는가 하면 잎 맥 사이사이마다 드러난 작은 구멍들, 벌레에 뜯긴 흔적까 지 이파리는 상처로 얼룩져 있었다. 혹시나 해서 두 눈을 크게 뜨고 샅샅이 훑어보았으나 그 많은 단풍잎 중에서 성한 잎은 한 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상처를 간직한 채 서로서로 사이좋게 얼굴을 맞대 고 환하게 웃고 있는 담쟁이 잎은 그 자체로 어떤 화가의 작품보다도 멋스러워 보였다. 문득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 보면 비극이 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이 떠올랐다. 어디 단풍잎뿐이겠는 가. 두 손을 꼭 잡고 다정하게 걸어가는 부부도 내면을 들 여다보면 작든 크든 상처를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단 한 해 동안 비바람을 맞은 이파리도 이토록 상처가 많은데 평 생을 세파와 맞서 싸워 온 우리 인생이야 두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의 미궁 속에서 만나는 동료 법 무사마다 한숨 섞인 넋두리로 가슴에 쌓인 응어리를 풀어 보지만,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도 손에 들고 있지 않아 당장 헤어 나올 수가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마스크를 벗고 직 원들과 악수하며 해맑은 미소로 아침 인사를 나눌 그날이 언제 오려는지. 연암 박지원은 비록 하늘과 땅은 오래되었지만 끊임없 이 새것을 낳고, 해와 달은 오래되었지만 그 빛은 날로 새 롭다고 했다. 벌써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새해엔 코로 나 때문에 잃어버린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이 되살아나 마 음껏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발길을 재촉하다가 뒤돌아보니 상처를 껴안은 단풍잎이 석양에 물들어 더욱 아름답게 반짝거렸다. 이신영 법무사(경기중앙회)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 다 그 이유가 있다.” 세계적인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혼 소송과 관련하여 사무실을 찾아온 의뢰인들이 털어놓은 사연을 듣다 보면 가끔 이 문 장이 떠오르곤 한다. 핑계 없는 무덤이 어디 있겠냐마는 정 말 그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삶이 팍팍해지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비롯하여 갖가지 원인으로 혼인이 파탄 되는 가정이 점차 늘고 있다. 20년 이상 산 부부의 이혼을 ‘황혼이혼’, 혼인 생활 4년 도 채 지나지 않은 부부의 이혼을 ‘신혼이혼’이라고 부르는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 보면 비극 아듀 2020 48 법무사 시시각각 와글와글 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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