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파, ‘지구 온난화’는 사기? “지구 온난화는 비용만 많이 드는 사기(expensive hoax)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몇 년 전,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에 눈이 오고 춥다며 트위터에 올린 말 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환경 규제를 하나하나 없애거나 완화해서 환경 운동가들이나 과학자들의 속을 무 던히도 썩였는데, 기후 변화에 대해 서도 늘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근 겨울마다 미국 전역에 유 례없는 한파가 불어닥치니, 얼씨구 나 하고 “지구 온난화는 거짓”이라 고 트윗을 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 혹한이 미국만의 일은 아니다. 한국도 최근 몇 년 동안 겨울 이 유달리 추워서, 시베리아 기온과 비교하며 한국이 더 춥다고 너스레 를 떠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이런 상 황에서 온난화라니, 차라리 빙하기 를 걱정해야 하는 건 아닐까? 이제 일상에서 ‘기후변화’나 ‘지구 온난화’는 흔히 쓰는 단어가 되었다.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학창 시절 과학시간에 온실 효과를 배우 기도 했고, 공장이나 자동차가 내뿜 는 온실가스 때문에 지구가 더 더워 진다는 사실도 어디선가 한 번쯤 들 어본 내용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기후변화가 과연 어디까지의 변화를 의미하는지 딱 잘라서 말하려면…, 참 애매하다. 기온의 상승만일까, 아니면 혹한, 폭 우, 가뭄이 다 관련이 있을까? 여름철 날이 덥고 며칠씩 폭 우가 쏟아질 때는 ‘아휴, 역시 기후 변화 때문에 올해는 너무 덥고 비 가 많이 오네’라고 하다가도, 겨울철 꽁꽁 언 길을 걸어 출근을 하면서 는 ‘기후변화고 뭐고, 다 거짓말인가 봐’ 하고 속으로 구시렁대는 게 우 리 모습이다. 하긴 불과 1960~70년대만 해 도 지구 온난화보다 새로운 빙하기 의 도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 다. 그때만 해도 인공위성이나 컴퓨 터를 동원한 정교한 기후 모델링이 불가능했으니 그럴 법도 했다. 하지만 ‘빙하기’며 ‘간빙기’ 같 은 말은 수만 년에서 수백만 년에 이르는 엄청나게 장기적인 변화를 말한다(만화영화 「아이스 에이지」 를 떠올려 보자. 문명과는 거리가 멀다). 반면, 여기서 말하는 건 산업 화가 시작된 이래 몇 년 사이에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단기적인 변 화다. 둘은 구분해야 한다. ‘날씨’와 ‘기후’도 마찬가지다. 오늘 우연히 열대의 싱가포르가 평 소보다 선선했다고 해서 ‘싱가포르 의 기후는 서늘한 편입니다’라고 말 하지는 않는다. 우리와 우리 아이들 세대가 살 아가는 수십, 수백 년의 프레임 안 에서 전반적인 기후에 꾸준한 변화 가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는 소리다. 지구 온난화에도 불구하고 겨울이 추운 이유는 바로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기온이 상승하며 북극의 빙하가 엄청나게 녹으며 극지방 주위에만 차가운 공기가 몰려 있던 ‘극소용돌이(polar vortex)’의 균형이 깨지고, 차가운 공기는 여러 층으로 갈라지며 남쪽으로 내려와 추워지는 것이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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